[압구정 지구단위계획구역 토지이용계획/자료=서울시]
서울 강남권 아파트 재건축의 상징인 압구정 아파트 재건축사업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압구정 일대 재건축사업을 위한 청사진을 내놓았지만 층수 제한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시와 강남구는 현안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을 거듭해왔는데 압구정 재건축사업에서도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 층수를 50층 이상을 원했던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가운데 상승세였던 압구정 집값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서울시-강남구, 압구정 아파트 재건축 놓고 또 대립
지난 6일 서울시가 발표한 ‘압구정 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24개 아파트 단지는 6개의 특별계획구역으로 나뉘어 재건축이 추진될 예정이다. 지구단위계획에는 구역별 아파트 높이계획이나 도로·공원과 같은 기반시설 배치 등 재건축을 위해 필요한 기준들이 담겼다. 이번 지구단위계획으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밑바탕은 마련됐지만 상당수 주민들은 반발하는 상황이다. 층수 제한 때문이다. 구역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3종일반주거지역에는 서울시 법정 도시계획인 ‘2030 서울플랜’에 따라 최고 층수가 35층 이하로 제한된다.
이에 대해 강남구는 개발기본계획 용역비의 50%를 부담하고 있는 구와 사전 협의나 동의 없이 추진하고 있다며, 이는 “행정행위 남용”이라고 반발했다. 강남구는 “지구단위계획 전환으로 인해 재건축 추진 사업 속도가 1~2년 지연되는 것은 필수 불가결하다”며 “사업 지연에 따른 불이익에 대한 주민들의 극심한 반발이 예상되므로 기존에 추진해 온 개발기본계획을 일정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의 한강변관리기본계획 등 기존 상위계획 기준 준용 방침에 대해선 “한강변 35층 아파트 층수 제한 등의 건축 규제를 더욱 공고하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압구정 재건축 35층 층수 제한 여파 거셀 듯
업계는 서울시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사실상 재건축사업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단지별로 이해관계가 달라 주민 동의를 받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층수 제한으로 수익성이 떨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지구단위계획으로 밑그림을 그리면서 압구정초등학교 위치를 옮기고 동호대교 밑에 역사문화공원을 조성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주민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압구정 아파트단지 일대는 현대아파트, 한양아파트, 미성아파트 등 1만여 가구가 몰려있으며 ‘재건축준비위윈회’, ‘새로운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 ‘올바른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 등 재건축 추진을 위한 주민단체들도 난립해 재건축 추진방식을 놓고 이견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구정 지구뿐만 아니라 은마아파트 등 강남권 대규모 단지 대부분이 50층 수준의 초고층 재건축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이번 서울시의 지구단위계획 발표로 강남권 단지 재건축사업 전체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압구정 아파트단지는 1970년대 지어져 강남 아파트의 랜드마크이자 부자마을의 대명사로 꼽혀왔다. 강남구에서 개포동 아파트단지 재건축이 최근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압구정 재건축사업도 기대감에 한껏 부풀었고 가격도 급등했다. 강남구에는 은마아파트를 비롯해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대단지가 많다. 당장 은마아파트만 해도 50층 이상 재건축을 추진해왔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발칵 뒤집힌 ‘압구정’…사업 장기화로 접어드나
재건축사업을 정비계획에서 지구단위계획으로 변경하면서 일정 역시 지연될 전망이다. 지구단위계획이란 특정 구역을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수단이다. 토지이용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도로·주택·학교 등 기반시설의 규모와 용적률을 특정 구역별로 정하는 방식이다. 교통·환경영향평가, 상업시설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만큼 일반 정비계획보다 사업 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지구단위계획으로 전환하더라도 재건축사업을 추진하는데 지연은 없다”며 “현재 공람·공고하는 지구단위계획 기준 범위 내에서 주민제안에 따른 정비계획 입안 등 재건축사업 추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집값 조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부동산114 김은진 리서치 팀장은 “압구정 일대 아파트 가격은 개포동 재건축 영향이 확산된 게 상승요인으로 작용했지만, 개발기본계획 발표를 앞두고 단기에 치솟았다”며 “재건축 기대감이 약화되면서 호가가 조정을 받거나 상승세가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랜드마크급 아파트를 원했던 주민들은 층수 제한에 실망감을 내비친 반면, 체계적 개발을 위한 물꼬가 트였다는데 기대감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압구정 지구의 지구단위계획 전환에 대해 시장은 장기적으로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 평가와 개인 재산권 침해라는 부정적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강남구는 서울시와 구룡마을 개발, 국제교류복합지구 조성사업을 놓고 대립해왔는데 아파트 재건축사업을 놓고도 이견이 커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