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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층 아파트, 주거 해법인가 재앙인가 ②

49층 vs 35층, 은마아파트를 둘러싼 갈등

정범선 기자   |   등록일 : 2017-06-28 00:4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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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마아파트 조감도/자료=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우리나라 건축물의 높이는 그간 계속해서 높아졌는데, 한국에 주거용 초고층 건물이 많은 까닭은 고층으로 계획될 경우 사업성이 좋아지고 조합원의 개발이익도 커지기 때문이다. 강남 재건축 단지들이 초고층을 고집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시의 전체 균형과 상관없이 내 단지만 높게, 많이 짓고 싶어한다. 그래서 고층 아파트는 부동산 이익 추구에 매몰된 우리의 욕망의 상징이다. 강한 사적 욕망에 기초하다 보니 초고층 예찬은 높이가 갖는 공공적 측면을 외면하기 일쑤다. 대표적인 예가 서울시의 한강변 아파트 최고 높이 35층에 대한 것이다.


최근 한강변 관리 기본계획에 따른 재건축 아파트 층수제한으로 서울시와 은마아파트 재개발 조합 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2030 서울플랜’을 기반으로 도시계획상 제3종 일반주거지역의 아파트 높이를 35층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을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 도심 혹은 광역 중심 기능을 수행하는 상업지역이나 준주거지역은 50층 이상 건축이 허용된다는 예외  규정으로 인해 50층 이상 재개발 가능성이 열린 반면, 강남구 재건축 단지 중 블루칩으로 꼽혔던 은마아파트는 중심지가 아니라는 이유로 35층 기준이 그대로 적용될 상황에 직면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은마아파트가 있는 학여울 일대는 아파트 단지와 양재천으로 인해 주변과 단절된 주거지역으로 중심지 범역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형평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은마아파트는 국제현상설계공모를 통해 기존 계획보다 1층을 낮춘 49층의 재건축 계획을 고수하며 층수제한에 대한 지속적 공론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안전상의 이유와 같은 명백한 근거가 아닌 ‘스카이라인 경관을 해치면 안 된다’와 같은 이유로 층수제한을 둔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강남구청은 28일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가 가져온 정비계획안을 서울시에 제출했다. 제출된 안에는 은마아파트 단지를 49층짜리 4개 동을 포함한 30개 동 5,940가구로 재건축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정비계획안은 최근 서울시가 수정·보완이 필요하다며 반려한 1차 안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서울시의 반대에도 초고층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거듭 밝힌 셈이다.

 

[한강변 관리 기본계획/자료=서울시]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최근 기고문에서 서울시 35층 최고 높이 제한은 엄밀히 말해 ‘규제’가 아니라 ‘도시계획’이라고 주장했다. 도시의 땅을 용도별로 나누고 여기에 적정 개발밀도를 부여하면 높이는 이를 입체적으로 구현하는 도시계획의 핵심수단이 된다. 높이기준은 대개 도시 가치에 대한 해석과 합의를 통해 도출된다. 가령 서울 4대문 앞 건축물의 최고높이를 90m로 정한 것은 도심에서 조망할 수 있는 내사산과 성곽의 독특한 경관을 보존하기 위해 낙산 높이에 맞춘 것이다. 이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인도 뉴델리의 건축물은 힌두사원의 높이를 넘어설 수 없는 기준을, 프랑스 파리의 건축물은 역사적으로 형성된 높이의 보호를 기준으로 삼는다.

 

또한 조명래 교수는 이 높이기준이 주먹구구로만 도출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는 과거 이명박 시장 시절 4대문 안 건축물 최고 높이에 ‘90m+α’란 탄력적 기준을 적용했던 것을 예로 들며 당시 건축주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α’를 챙겨간 결과, 110m 높이의 건물이 우후죽순으로 지어졌고 때문에 도심부 내 높이 90m 이상 건물이 58개로 늘어나는 등 경관을 흐리는 부작용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처럼 높이의 예외적 완화는 결국 높이뿐만 아니라 용적률의 총체적 상향을 불러온다. 강남 재건축 단지들이 조례상의 용적률이 아니라 국토계획법상의 최고 용적률 허용을 요구하는 것처럼 높이 한도를 완화해주면 자동적으로 용적률의 상향 요구가 뒤따르게 되는 것이다.

 

1860년대에서 1900년대까지 새롭게 변화한 파리의 모습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하니, 적어도 150년 동안 그 모습을 잘 지켜왔다는 뜻이다. 새로 건축물을 짓거나 보수할 때 기존의 주변 환경과 조화를 우선시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들이 이런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함부로 훼손할 경우 그것이 역사적으로 큰 과오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시민들의 머릿속에 자리하기 때문이다. 높이와 결부된 부동산 욕망을 버리고 35층 최고 높이가 아름다운 서울을 위해 시민과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여 오랜 기간의 합의를 통해 얻어진 값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파리를 비롯한 해외 유명 도시들이 아름다운 데는 이를 지키기 위한 규제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도시의 마천루는 건물의 높고 낮음이 조화로울 때 비로소 훌륭한 경관이 된다. 즉 도시경관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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