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조감도/자료=서울시 클린업]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사업이 사실상 서울시 심의를 통과했다. 서울시는 지난 6일 제16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사업 정비계획 변경 및 경관계획안을 수권소위원회로 이관했다. 수권소위로 안건이 넘어가면 사실상 최종 승인을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도계위가 지적한 국제현상공모, 공공기여시설, 단지 내부 교통처리계획 등만 보완하면 본회의에 재상정할 필요가 없어서다. 이로써 잠실주공5단지는 강남 한강변 50층 재건축의 첫 주인공이 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한 이후 ‘2030 서울플랜’에 근거해 아파트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심의 통과는 이례적인 일이다. 잠실주공5단지와 함께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해온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압구정 현대아파트의 향배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잠실주공5단지, 2030 서울플랜 ‘7광역중심’에 해당
잠실동 27번지 일원 35만 8,077㎡에 이르는 규모의 잠실주공5단지는 최고 50층 높이의 주상복합·아파트 6,401가구로 재건축된다. 지하철 2호선 잠실역 주변 아파트 3개 동과 오피스 1개 동 등 4개 동이 50층으로 지어진다. 이 단지가 초고층 건립이 허용된 건 3종 일반주거지역이면서 잠실역 부근이 ‘광역중심’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광역중심이란 단순히 주거지 역할에 그치지 않고 문화, 업무, 전시 등 도심 기능까지 확보한 지역을 일컫는다. 7개 광역중심에는 용산, 청량리·왕십리, 창동·상계, 상암·수색, 마곡, 가산·대림, 잠실 등이 포함된다. 서울시는 도심 기능의 강화를 위해 광역중심지 재건축 단지 중 일부 구역을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하고 최고 50층까지 세울 수 있도록 했다. 잠실주공5단지도 광역중심 기능 도입을 전제로 잠실역 사거리 인근을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해 최고 50층짜리 건물을 짓지만 이를 제외한 나머지 3종 일반주거지역 내 아파트 단지는 35층 이하로 재건축하게 된다.
[2030 서울플랜 7광역중심/자료=서울시]
이번 심의를 통과한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안을 살펴보면 광역중심 기능을 적극 수용하기 위해 준주거지역 내 건축 연면적의 약 35%를 호텔과 컨벤션, 업무 등 비주거용도로 설정했다. 정비기반시설 등 공공기여와 관련해서는 일반적 한강변 재건축 단지의 규모를 상회하는 전체 부지면적 대비 16.5%를 공원, 학교 등 외에도 한강 명소화를 위한 문화시설 도입, 단지 내부 도시계획도로 등으로 차별성 있게 계획했다. 소형임대주택 계획은 당초 계획안에 제시되지 않았던 것을 개선해 여타의 한강변 재건축 단지와 비교했을 때 상당한 규모인 전체 6,401가구 중 소형임대주택 602가구(9.4%)를 계획했다. 다만, 공공시설은 규모 등에 대해서만 합의됐고 세부적인 용도, 디자인, 배치 등은 국제현상공모 등을 통해 확정된다. 수권소위에서 국제현상설계 지침을 마련하고 단지 내부 교통처리계획과 대상지 일대 가로활성화, 보행네트워크 관련 세부사항을 조정하면 잠실주공5단지의 최종 정비계획안이 확정된다.
잠실은 되고, 대치 은마·압구정 현대는 안 되나?
지난달 도계위에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49층 재건축 계획안을 심의도 없이 거부한 것과는 대조되는 상황이다. 은마아파트의 경우 최고 49층 재건축을 추진 중이나 서울시는 이 아파트의 정비계획안을 심의하지 않겠다고 반려한 바 있다. 서울시와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2015년 말부터 5차례에 걸쳐 층수 조정을 위한 사전협의를 해왔으나 추진위는 49층 재건축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은마아파트는 잠실주공5단지와 달리 광역중심지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잠실과 달리 종상향을 통한 초고층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서울시의 의지가 확고하자 추진위는 최고 49층 재건축안 재검토에 들어갔다. 이달 중 소유주들을 대상으로 최고 49층 재건축을 계속 추진할지 아니면 35층 재건축으로 변경할지를 놓고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추진위는 투표 결과에 따라 이르면 10월 중 도계위에 안건을 다시 올릴 계획이다.
다른 초고층 재건축 희망 단지인 압구정 현대아파트도 상황은 비슷하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지구단위계획 단계부터 발목이 잡혀 사업이 멈춘 상태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압구정아파트지구의 24개 단지를 6개 권역으로 나눠 통합 재건축하는 ‘압구정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 구역 지정 및 지구단위계획안’을 만들었으나 도시계획 심의에 올리지 않고 재검토 중이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하자는 주민 의견과 35층 제한을 받아들이자는 의견이 맞선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잠실주공5단지의 이번 심의가 대치동 은마아파트, 압구정 현대아파트의 정비계획 수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50층 초고층 재건축을 검토해온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잠실주공5단지가 50층으로 서울시 심의를 사실상 통과함에 따라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잠실 특혜 등 형평성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엿보이고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