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낙후·소외지역을 파고드는 도시계획으로 지역의 균형성장을 이끈다. 서울시는 지역별 자족성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새로운 도시계획 체계인 ‘서울시 생활권계획(안)’을 15일 발표했다. 이번 생활권계획의 골자는 크게 세 가지로 △53지구 중심 신규 지정을 통한 중심지 체계 완성 △상업지역 확대를 통한 지역 활성화 △5권역, 116지역 생활권계획 수립 등 균형성장 기반 마련 등이다. 서울시 생활권계획은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과 시너지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의 공약 역시 구도심과 노후 주거지를 살리는 데 방점이 찍혀 있기 때문이다. 성공 여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3도심-7광역중심-12지역중심-53지구중심/자료=서울시]
이번에 수립한 생활권계획은 지난 5년간의 서울 도시계획 대장정의 결과물이다. 우선 지난 2014년 ‘2030 서울플랜’에서 제시한 ‘3도심-7광역중심-12지역중심’에 53지구중심을 더해 서울의 중심지 체계가 완성됐다. 새로 설정된 53지구중심 가운데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열악한 동북·서북·서남권에 약 81%를 집중 지정해 균형성장을 추구한다. 생활권계획은 서울의 도시계획 체계를 정교하게 보완할 수 있는 도시계획 틀로서 의미를 갖는다. 생활권이란 지역의 지리적·역사적·문화적 정체성이 공유되면서 생산과 소비, 주거와 교육·문화, 여가와 친교활동 등 주민생활이 이뤄지는 공간적 범위로 흔히 ‘우리 동네’, ‘우리 지역’이라고 인식하는 정도의 지역 범위에 해당한다. 이 계획에 따라 서울 전역이 지역단위를 기반으로 주민 참여를 통한 지역과제 해결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5일 시청사에서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그간 도시계획이 대규모 개발 중심으로 추진돼 지역 간 격차가 커지는 등 균형발전을 이루지 못했다”며 “이번 생활권계획으로 서울 구석구석이 지속가능하고 경쟁력 있게 성장해 우리나라 도시계획사(史)에서 또 하나의 획기적 사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정 가능 상업지역 물량/자료=서울시]
생활권계획에 따르면, 서울시는 오는 2030년까지 낙후·소외된 지역 위주로 서울광장 145개 규모인 192만㎡의 상업지역을 추가 지정한다. 일자리 중심지인 상업지역의 지역별 격차가 큰 만큼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안배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지정 가능한 상업지역 물량은 낙후·소외된 지역 위주로 배분한다. 신규로 배분할 수 있는 상업지역 면적 192만㎡ 중 시 유보 물량을 제외한 134만㎡을 지역발전 배분 물량으로 정했다. 동북권(59만㎡), 서남권(40만㎡), 서북권(18만㎡) 위주로 할당했으며, 도심권에는 추가하지 않았다. 동남권에는 앞서 결정된 삼성동 옛 한국전력 부지 7만㎡를 제외한 10만㎡를 지정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상업지역 지정은 향후 자치구에서 세부개발계획을 수립해 시에 요청하면 시가 중심지계획·공공기여의 적정성 등을 검토 후 배분 물량을 고려해 결정할 방침이다. 아울러 저개발된 상업지역 활성화를 위해 상업지역 내 주거개발 제한 규정을 완화한다. 생활권에는 비주거 의무 비율을 30% 이상에서 20% 이상으로 완화하고 주거 용적률을 400%까지 일괄 허용하도록 용도용적제 개선도 이뤄진다.
[5개 권역과 116개 지역단위 생활권/자료=서울시]
이번 생활권계획은 서울 전역을 5개 권역과 116개 지역단위 생활권으로 나눠 수립했다. 권역 생활권계획은 여러 개 자치구에 걸쳐 있는 공동이슈과 과제 해결을 위한 종합 지침이다. 서울을 도심권·동북권·서북권·서남권·동남권 등 5개 대생활권으로 구분하고 도시공간, 주거(정비), 교통, 산업·일자리, 역사·문화·관광, 환경·안전, 복지·교육 등 7개 분야 이슈별로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했다. 또 지역 생활권은 3~5개 동을 합친 지역단위로 서울 전역을 116개로 나눠 지역 고유의 특성과 주민들의 구체적 요구를 담아 지역 맞춤형 도시계획으로 수립했다.
시는 이와 같은 내용으로 수립한 ‘서울시 생활권계획(안)’에 대해 오는 18일 전문가·시민 공청회를 시작으로 25개 자치구별 설명회를 개최해 시민 의견을 폭넓게 수렴할 예정이다. 이어 시의회 의견 청취(6월),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 협의(7월), 도시계획위원회 심의(8월)를 거쳐 오는 10월 최종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박원순 시장은 “그동안 ‘도시계획’하면 전문가들에 의한 대규모 개발계획이 떠올랐지만 서울시는 도시계획에 대한 기존 통념과 관성을 완전히 뒤엎고, 도시계획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면서 “지난 5년간의 대장정 끝에 이번에 발표한 생활권계획은 서울 시민의 일상생활을 종합적으로 담은 삶의 지도이자 미래 서울을 향해 갈 수 있는 미래 지도, 새로운 도시계획 모델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