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신공항 계획도안/자료=국토교통부]
정부가 10년을 끌어온 영남권 신공항으로 김해공항 확장 방안을 채택하면서 유치전에 올인했던 경남 밀양과 부산 강서구 가덕도 지역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2일 ‘김해 신공항’으로 명명하고 오는 2021년 착공해 2026년 영남권 관문공항이자 거점공항으로 본격 개항하겠다는 청사진을 꺼냈다. 또한 올해 안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추진하고 내년 중 공항개발 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영남지역 거점공항으로서 지역주민 모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도로, 철도 등 연결교통망을 충분히 확충함은 물론, 공항을 새로 짓는 수준으로 김해공항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이다.
ADPi, “V자 신규 활주로 건설로 문제 해결”
정부가 수차례 검토 과정에서 번번이 불가 판정을 받았던 김해공항 확장을 영남권 신공항 건설안으로 최종 선택하는 데 결정적 요인이 된 것은 V자 활주로다. 기존 활주로의 서쪽 방향으로 40도 비스듬한 신규 활주로를 지어 안전성 문제 등을 해소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소음·환경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난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김해공항에 활주로 1개를 기존 활주로와 V자 모양으로 신설해 그동안 김해공항 확장의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북측 착륙 시 안전문제를 해소했다. V자 활주로가 생기면 북쪽에 솟아 있는 신어산·돗대산을 피할 수 있어 항공기 이착륙에 걸림돌이 됐던 안전문제가 해소된다는 것이다. 활주로가 하나일 때 남풍이 불면 김해공항에 내리는 비행기는 북쪽에서 접근해야 해 돗대산을 돌아서 착륙해야 했다. V자 활주로가 도입되면 남풍이 불어 북쪽에서 착륙해야 할 때도 돗대산을 피해 비스듬히 난 활주로를 이용하면 된다.
강 장관은 “ADPi가 제안한 것처럼 기존 활주로에 40도 각도로 비스듬히 누운 새 활주로(3200m)를 건설하면 바람이 어느 쪽에서 불더라도 항공기가 안전하게 이·착륙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ADPi가 독립 활주로 건설 방안을 제시하면서 상황이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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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
확장 후 |
총 면적 |
651만㎡ |
965만㎡ |
활주로 |
2본(3,200m, 2.744m) |
3본(3,200m X 2본, 2,744m) |
터미널 |
국내·국제선(1,743만 명/년) 국내선: 1,269만 명 국제선: 464만 명 |
국내·국제선(3,800만 명/년) 국내선: 1,000만 명 국제선: 2,800만 명 |
[김해공항 확장 개요/자료=ADPi]
앞서 국토부·부산시 등은 2002년부터 2009년까지 김해공항 확장안에 대해 6차례에 걸쳐 용역을 진행했지만 모두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났다. 기존 활주로를 남쪽으로 연장하는 안, 교차 활주로를 건설하는 안 등이 검토됐지만 돗대산·신어산을 깎아야 한다는 점, 소음피해 지역이 확대되는 점 등의 문제로 연거푸 무산됐다.
김해공항 확장의 문제점을 일거에 해소하고 밀양·가덕도를 제치는 데 결정적 공을 세운 V자 활주로 방안이 왜 이제서야 나왔는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강호인 국토부 장관은 “과거에는 활주로를 교체하거나 연장하는 방안뿐, 옆 땅을 더 활용할 방안이 없는지에 대해선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해공항 확장, 소음피해·안전성 논란 여전
V자 활주로로 안전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했지만 여전히 남은 문제들도 많다. 정부의 확정안이 경제성과 안전성·효율성 등을 이유로 기존에 폐기됐던 대안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이다. ADPi는 김해공항에 새 활주로를 만들면 국내선 1천만 명, 국제선 2,800만 명 등 연간 3,800만 명의 이용객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여전히 영남지역의 장래 항공수요인 4천만 명을 수용하지 못한다. 또한 기상 상황에 따라 국내선 항공기도 새 활주로를 써야 하고, 기존 활주로 교통량의 22%를 차지하는 공군이 이전하지 않는 한 항공수요를 감당하긴 힘들다는 것이다.
소음·환경 문제 등 사회적 비용이 느는 것도 불가피하다. ADPi는 새 활주로로 인한 소음피해 권역이 1천 가구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새 활주로의 항공 동선에는 4천여 가구가 거주하는 김해시 풍유동 등이 소음피해권역에 새로 들어가게 된다. 기존 공항만으로도 소음 대책을 세워달라는 민원이 많았는데 이번 확장안으로 소음피해를 받을 가구는 1,000가구가량 늘어나게 된다. 을숙도 등 낙동강 철새 도래지가 인접해 있어 환경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막대한 토지 보상비도 문제다. 현재 신규 활주로가 건설될 부지 중 90%가량이 사유지다. 정부가 지난 2012년 지정한 연구개발특구는 10%에 불과하다. 280만㎡에 이르는 사유지를 수용할 경우 토지보상비만 조 단위를 넘어설 수 있다.
일각에서는 김해공항이 24시간 운영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진정한 의미의 국제공항이 되기 어렵다고도 지적한다. 공항 주변에 주거지가 많아 정부는 김해공항에 ‘24시간 이착륙제’를 채택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서훈택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일본 나리타, 영국 히스로 공항 등 세계 유수의 허브공항도 24시간 운영하지 않는다”며 “승객 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24시간 운영을 할 필요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르면 2017년 설계작업을 거쳐 2021년부터 공사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건설 기간은 10여 년 정도 걸릴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2026년에는 김해 신공항을 개항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다만 이 과정에서 김해공항의 포화 수요 문제는 단계적으로 개선해갈 것이며, 부분적으로 개선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공항 확장안이 여러 가지 걸림돌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상황에서 정부의 확장안이 어떤 내용으로 제시될지 관심이 쏠린다. 공항 유치를 놓고 벌여온 소모적 경쟁과 반목을 훌훌 털어내고 ‘김해 신공항‘이 영남권 상생 협력의 굳건한 구심점이자 미래 100년 공동 번영의 시작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