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주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된 지 1년여가 지난 가운데 분석 결과 근무 시간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주52시간제가 시행되면서 실제 일반 직장인들의 소비문화도 이전과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KT와 비씨카드에 의뢰해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직장인의 근무 시간을 분석한 결과 광화문, 여의도, 판교, 가산디지털단지 등 수도권에서 하루 평균 근무시간이 13.5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주 5일 근무로 환산하면 한 달 근무시간이 4시간 정도 줄어든 셈이다.
지역별로 보면 대기업이 많은 광화문의 근무시간은 39.2분(605분→565.8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금융 업종 대기업이 다수 분포한 여의도와 정보 기술 업종 대기업이 주로 분포한 판교의 경우에 각각 9.9분(626.3분→616.4분)과 9.7분(550.3분→540.6분) 감소했다.
다만 주 52시간제가 시행되지 않은 중소기업들이 모여 있는 가산디지털단지의 경우 노동시간은 오히려 0.6분 늘어났다.
연령별로는 전 연령대에서 10분 이상 감소한 가운데 근무 시간이 가장 길었던 40대가 15.8분으로 가장 많이 감소하고, 30대는 14.1분, 20대는 11.8분, 근무 시간이 가장 짧았던 50대가 10.2분으로 가장 적게 감소했다.
주52시간제 시행 후 조사대상 4개 지역 모두에서 퇴근 시간이 앞당겨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고용부에 따르면 광화문, 여의도 일대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은 출근 시간은 늦어지고 퇴근 시간은 빨라지는 유형을 보였다.
광화문은 ‘9시 출근 6시 퇴근’ 유형으로 변화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여의도는 금융업계 특성상 9시 이전 출근자가 대부분이나 8시 이전 조기 출근은 감소하고 8시~8시59분 사이 출근은 증가했다. 오후 5시대 퇴근 비율은 3.8%p로 크게 증가했다.
판교, 가산 디지털 단지 일대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은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 모두 당겨지는 경향을 보였다.
무엇보다 노동시간이 줄면서 늘어난 개인 시간은 자기계발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부가 지난 2017년 8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서울시 비씨카드 이용액과 300인 이상 기업의 이용액을 분석한 결과,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여가·문화·자기계발 관련 업종의 이용액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직장인 밀집 지역인 광화문·여의도·판교·가산디지털단지의 업종별 이용액 변화의 주요 특성을 살펴보면 스포츠 레저, 학원, 여행 등 업종의 소비가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특히 스포츠 레저 업종(골프·헬스·테니스·수영장·볼링장 등)의 소비 증가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반면 사무실 인근 유흥, 저녁 급식 이용액은 감소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사무실 인근의 일반 주점, 노래방, 유흥 주점 등 유흥 업종 소비는 하락하는 추세”라며 “기업에서 시행하는 저녁 급식(위탁급식) 매출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중소기업이 많은 가산디지털단지는 아직 주 52시간제의 영향이 적어 기업의 위탁 급식 이용액 감소 경향이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주52시간제는 2020년 1월부터 종업원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되고, 2021년 7월부터는 사실상 전면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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