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이번 주 고강도 부동산 대책이 나올 전망이다. 정부가 내놓은 6·19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역에서 집값 급등세가 꺾이지 않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8월 발표 예정인 가계부채 대책과 추가 부동산 규제 수위가 관심을 끌고 있다. 박선호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최근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아 8월 말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기 전 별도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31일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 안팎에선 빠르면 이번 주 안에 부동산 추가 대책이 발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대책에는 서울 강남 재건축 등을 대상으로 하는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고강도 대책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6·19 대책에도 불구하고 투기 수요 근원지로 지목된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수도권 재건축 시장은 물론, 분양시장의 열기가 여전히 뜨겁기 때문이다.
[서울 주간 매매 변동 추이/자료=부동산114]
서울 아파트 시장이 한여름 비수기도 잊은 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달 28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의 집값은 6.19 부동산 대책 이후 상승세가 주춤해질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7월 마지막 주 서울 아파트의 주간 매매가격이 0.57% 상승해 연내 최고치를 경신했다. 문제는 서울의 아파트값 상승세가 인근 수도권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뿐만 아니라 인근 신도시 아파트값도 평균 0.15%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신도시의 아파트값은 △분당(0.30%) △위례(0.29%) △광교(0.27%) 등을 중심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인천은 △과천(0.87%) △광명(0.32%) 등의 집값이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서울 강남권 등 일부에서는 매물품귀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아파트 집주인들이 추가 오름세에 대한 기대감으로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투기과열지구, 주택거래신고제 부활하나…
이번 대책에서는 정부가 6·19 대책 발표 당시 추가 대책으로 언급한 만큼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첫 손에 꼽힌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해 11·3 대책과 지난달 6·19 대책을 발표할 당시에도 “시장 상황에 따라 집값 과열이 진정되지 않으면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더욱 강한 정책을 가동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투기과열지구는 분양 수요를 잡아 향후 집값 급등을 막는 동시에 현재 집값까지 안정시킬 수 있는 고강도 대책이다. 현행법상 국토교통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는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현저히 높은 곳’, ‘주택가격과 청약경쟁률 등을 고려했을 때 투기가 성행하거나 성행할 우려가 큰 곳’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할 수 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주택공급계약 체결이 가능한 날부터 최장 5년 동안 분양권을 전매할 수 없고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전면 금지, 조합원 분양 가구수 1가구 제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 강화 등 14개 규제가 동시에 적용된다. 6억 원 이상 주택의 경우 DTI·LTV가 모두 40%까지 낮아진다. 투기과열지구 지정은 특정 지역에 한정된 규제이지만 부동산 시장 전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앞서 2002년부터 서울 등이 순차적으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지만 2011년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를 끝으로 모두 해제된 점도 시장 위축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투기과열지구 지정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 간에도 “부동산 과열을 잡기 위한 강력 대책”과 “자칫 국가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등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2015년 폐지됐던 ‘주택거래신고제’도 부활할 가능성이 크다. 이 제도는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지정된 곳에서 전용 60㎡ 초과 주택을 사고팔 때 15일 내에 관할 시·군·구에 거래 내용과 실거래가격 등을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는 제도다. 자금 출처가 불명확할 때는 주택 구입이 어렵고 특히 거래가액이 6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 주택구입자금 조달계획과 해당 주택에 대한 입주계획도 함께 제출해야 한다. 주택거래신고제는 실수요자만 집을 구매하도록 거래를 제한하는 효과가 있다. 자금 여력이 없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집을 사는 ‘갭 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사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 등을 억제하는 효과도 크다는 분석이다. 또 양도소득세를 강화하고 다주택자에 대해 금융 규제를 가하는 방안이 포함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 역시 2014년 폐지된 것으로 2주택자의 경우 양도 차익의 50%를, 3주택자 이상에 대해서는 60%를 양도소득세로 부과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포함한 여러 규제가 함께 도입되면 집값 상승세를 차단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집값 상승세의 근본 원인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요를 옥죄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투기과열지구는 국지적으로만 효과가 있기 때문에 다주택 양도세 중과를 복원해야 하고 분양가상한제 같은 조치도 다시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해 하반기 이후 낸 두 차례 정책은 분양과 청약 제도만 손댄 것으로 풍선효과 등을 고려하면 효과가 처음부터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면서 “정부가 향후 중장기적 원칙과 방향을 제대로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