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7017 야간경관/자료=서울시]
지난 주말 서울로 7017이 공식 개장한 가운데 주말 동안 25만 명이 넘는 시민이 다녀가며 그 존재감을 과시했다. 철거될 운명이었던 서울역 고가를 휴식과 체험이 가능한 보행길로 재생한 서울로 7017은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High Line Park)를 벤치마킹했다. 도로로 개통된 1970년과 보행길로 재탄생한 2017년을 의미해 서울로 7017이란 이름을 붙였고, 지상 17m 높이에 국내에서는 처음 만들어진 공중보행로로 평가된다.
서울로 7017은 총 1,024m 길이로 이어지는 보행로를 따라 50과 228종, 2만 4천여 개의 꽃과 나무를 볼 수 있어 ‘살아 있는 식물도감’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건물과 연결 통로 등을 통해 남대문시장, 한양도성, 남산, 약현성당 등 다른 관광명소와도 연결된다. 다만 좁은 통행로 때문에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보행로 양쪽에는 지름 1.7~4.8m의 원형 화분 총 645개가 자리 잡고 있어 보행자들이 몰릴 경우 통행에 지장을 줬다. 서울로 7017을 찾은 인파로 인해 일부 구간에서 혼란이 발생하자 관계자들은 작은 규모의 화분들을 재배치하며 보행길을 트기도 했다.
보행로에는 음식점과 꽃집, 도서관, 인형극장, 벤치 등 편의시설이 마련됐으며, 트램펄린 등 놀이시설과 더위를 날려주는 분수, 족욕탕 등도 설치됐다. 다양한 시설들로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취지는 좋으나 안전과 청결을 위해서는 시설물 관리가 철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접 고가를 따라 걸어본 시민들 사이에서는 쉴 곳이 마땅치 않고 그늘이 없어 더운 날씨에 걷기가 힘들다는 의견도 있어 앞으로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헌 신발 3만 켤레로 만든 ‘슈즈트리’ 흉물 논란
특히, 신발 3만 켤레로 만든 높이 17m, 길이 100m의 설치미술 작품 슈즈트리(Shoes Tree)는 개장 전부터 ‘흉물 논란’을 빚어 왔다. 시는 서울로 7017 개장에 앞서 도시재생의 의미와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우고자 서울역 광장에 슈즈트리 전시를 기획했다. 서울로 7017과 연결되는 슈즈트리는 폐기되는 신발을 예술품으로 재탄생시킨 업사이클링 작품으로 서울역 광장을 따라 약 100m 간 이어진다. 슈즈트리 제작에는 안전펜스 설치, LED 전구 설치 등에 1억 4천만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슈즈트리 현장 사진/자료=서울시]
세계적인 정원 디자이너 황지해 작가는 “슈즈트리의 주요 소품으로 신발이 사용된 것은 우리나라 최초의 수제화 거리인 서울역 염천교 수제화 거리의 역사성을 되새기며 서울로 7017의 개장과 함께 서울로가 시민들의 발걸음을 모을 수 있는 곳으로 도약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의도와는 달리 슈즈트리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혹평 일색이었다. 한시적 조형물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시민들은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고무신발의 고무냄새와 헌 신발에서 나는 악취 등이 시민들로부터 반감을 사고 있다. 더미로 쌓여있는 신발에서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겠다는 의견도 많았다. 이에 대해 관계자 측은 전시 시작 전 (작품을) 소독할 예정이며, 주위에 허브 등 방향 식물을 많이 심으려 노력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흉물 논란을 빋은 슈즈트리는 20일부터 28일까지 전시되며 29일 전면 철거된다.
英 가디언지, “런던이 실패한 것을 서울은 어떻게 성공했나”
영국의 유력 일간 가디언지(The Guardian)가 국내 첫 고가 보행길 서울로 7017을 호평했다. 가디언지는 ‘런던이 실패한 것을 서울은 어떻게 성공했나(A garden bridge that works: how Seoul succeeded where London failed)’라는 제목으로 서울로 7017 관련 기사를 19일 보도했다. 무엇보다 서울로 7017과 영국 런던의 가든 브릿지(Garden Bridge)를 비교 언급한 것이 이목을 끈다.
내년 완공 예정인 런던의 가든 브릿지는 템스강을 가로지르는 366m의 보행자 전용 다리다. 런던시는 단순한 교량 역할을 넘어 보행자들에게 울창한 수상 정원을 즐길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한다는 계획이었다. 가든 브릿지는 6,000㎡ 규모 가운데 녹지는 2,500㎡이며 교목 270주, 관목 2,000주가 식재되고 6만 4,000개의 경관조명이 설치될 예정이다. 토심은 40㎝부터 2m까지 다양하게 설정됐다. 템즈강의 북부 사원의 코벤트 가든(Covent Garden)과 사우스뱅크(South Bank) 지역을 연결하는 일종의 영국판 서울로 7017인 셈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지에 보도된 서울로 7017/자료=가디언지 캡처(www.theguardian.com)]
그러나 지난해 취임한 사디크 칸(Sadiq Khan) 런던시장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다가 최근 가든브릿지 프로젝트 중단을 선언했다. 서울로 7017의 경우 사업비로 약 4천만 파운드(597억 원)가 소요된 반면, 중단된 가든브릿지는 2억 파운드(약 2,923억 원)에 이르는 과도한 예산 투입 때문에 많은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디언지는 “가든 브릿지는 불필요한 시설(a cherry on the already rich cake)”이라고 언급한 반면, 서울로 7017은 공공공간과 보행자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 만들어졌으며, 철도와 도로로 끊긴 공간을 이어주고 재건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 성공했다고 높게 평가했다. 또한 서울로 7017를 성공시킨 인물로 박원순 시장을 거론하며, 최근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과 박 시장이 함께 내놓은 혁신의 상징으로 서울로 7017이 자리 잡을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