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 관리지역 및 우려지역 선정 현황/자료=urban114]
그동안 서울 강남구·서초구에 적용하던 고분양가 관리지역에 송파구·강동구, 경기 과천이 추가됨에 따라 해당지역에서 진행 중인 재건축 사업장에 제동이 걸렸다. 2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에 따르면 HUG는 고분양가 사업장 확산 차단을 통한 주택시장 안정과 보증리스크 관리를 위해 변화된 주택시장 상황을 반영한 ‘고분양가 사업장 분양보증 처리기준’을 3월 31일부터 시행한다.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11·3 부동산대책으로 해당 5개 구를 ‘청약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한 이후 후속 조치다.
HUG는 지난해 강남 재건축 단지의 분양가가 높게 책정되자 강남구와 서초구 2곳을 보증리스크 관리지역으로 선정, 개포 주공3단지 등 고분양가 아파트의 분양보증을 거부한 바 있다. 최근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과천 주공1단지의 경우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 경쟁으로 일반분양가가 치솟자 이번에 과천시와 재건축 사업이 많은 강남4구로 관리지역을 확대한 것이다.
고분양가 사업장 분양보증 처리기준에 따르면 서울 전 지역과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위주로 신규주택 공급이 예정된 지역 중 고분양가 관리가 필요한 지역을 고분양가 관리지역과 우려지역으로 구분하게 된다. 해당 지역의 분양가 상승이 전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지역은 ‘관리지역’으로, 분양가 또는 매매가 상승이 지속돼 고분양가 사업장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지역은 ‘우려지역’으로 관리된다.
고분양가 관리지역, 송파구·강동구·경기 과천 추가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서초구·송파구·강동구, 경기 과천시 등 총 5개 지역은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됐다. 강남4구를 제외한 서울 모든 자치구와 부산 해운대구·남구·수영구·연제구 ·동래구는 고분양가 우려지역으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관리지역 내 고분양가 사업장은 보증이 거절되고 우려지역 내 고분양가 사업장은 본사의 심사를 거쳐 보증취급 여부를 결정하도록 할 예정이다.
고분양가 사업장은 3.3㎡당 분양가가 인근 아파트 평균분양가 또는 평균매매가의 110%를 초과하는 경우나 해당 지역에서 입지·세대수·브랜드 등이 유사한 최근 1년 이내 분양한 아파트의 최고 평균분양가나 최고분양가를 초과하는 경우에 해당된다. 이에 관리지역에서 고분양가 사업장으로 판정되면 보증을 받을 수 없다. 고분양가로 HUG의 분양보증을 받지 못할 경우 지자체의 분양승인 자체를 받지 못해 청약을 할 수 없다.
이번 지역 선정과 고분양가 기준은 각 지역의 분양가와 매매가 현황, 시장 모니터링 결과 및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향후에도 주택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시장 과열 및 고분양가 사업장 확산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대상지역을 확대하는 등 주택시장 안정과 보증리스크 관리를 위해 고분양가 사업장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HUG 관계자는 “고분양가가 타 사업장으로 확산되면 입주시점에 시세가 분양가에 못 미칠 경우 다수의 사업장에서 미입주 사태가 발생할 수 있고 주택시장 침체 시 HUG에 심각한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 “HUG가 금융위기 당시 유사한 상황을 경험한 바 있어 이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제도를 시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분양가상한제’ 비판도…
이 같은 조치에 대해 HUG가 분양보증이란 권한을 손에 쥐고서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파트 분양을 위한 필수 관문인 HUG의 분양보증이 사실상 정부의 분양가 통제 수단으로 변형됐다는 것이다. 현행 규정에서는 30가구 이상 아파트를 분양하려면 유일한 분양보증 기관인 HUG의 보증이 필수다. 현재 건설사들은 HUG의 분양보증을 받지 못할 경우 각 지자체에 분양승인 신청을 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올해 분양 예정이던 단지들의 공급 시기를 늦추거나 분양가를 낮추는 조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분양을 해야 하는 재건축 조합은 울며 겨자 먹기로 분양가를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 HUG의 분양보증이 분양가상한제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땅값과 건축비 범위 내에서 가격을 제한하는 상한제는 관련 법이 개정돼 2015년 4월 재건축·재개발 등 민간택지에서 원칙적으로 폐지됐다. 가격 급등 등의 지역에 상한제를 적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기준이 매우 엄격하다. 분양가를 법적으로 제한하기 어렵자 분양보증 업무를 맡은 HUG가 꺼내든 게 분양승인권이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 상황이 빠르게 변하고 있어 정부가 법 개정보다 편한 HUG의 분양보증을 통해 가격과 시기 등 분양시장을 관리하고 있다”며 “민간시장에서의 자본 이득은 양도세로 거둬들이면 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고분양가 지역 선정 기준이 모호하고 신규 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결국 시장을 인위적으로 규제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란 반응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HUG이 대외적인 불확실성과 하반기 이후 예정된 입주물량에 우려를 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100만 가구에 이어 올해 40만 가구의 분양물량으로 공급과잉 우려가 커진 것은 사실”이라며 “과열 요인 제거로 향후 리스크를 관리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