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리모델링 대상 아파트 현황/자료=서울시]
앞으로 서울에서 지은 지 15년 이상 된 아파트를 50가구 이상 증축해 리모델링할 수 있게 된다. 특히 3개 층까지 높여 지을 수 있는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강남·목동 등 지은 지 15년 이상 지난 중층 아파트가 밀집된 지역을 중심으로 수직증축 리모델링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2025 서울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이 제22회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면서 50가구 이상 증축을 수반하는 리모델링이 가능해졌다고 11일 밝혔다. 지난 2014년 계획 수립 착수 이후 2년 만이다.
앞서 국토부는 건축도면이 남아 있는 준공 15년 이상 아파트는 최대 3개 층을 더 올리고 기존 가구 수도 15%까지 늘릴 수 있도록 지난 2014년 주택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리모델링 기본계획이 없어 50가구 이상 증축은 불가능했다. 주택법은 가구 수를 늘리는 리모델링, 특히 대통령령에 따라 50가구 이상 증축할 때는 ‘리모델링 기본계획’ 범위 내에서만 하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기본계획이 마련되면서 서울지역 리모델링 사업은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동훈 한국리모델링협회 정책법규위원장은 “서울시 리모델링 기본계획이 당초 지난해 나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차일피일 발표가 연기되면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이 있었다”며 “이번 기본계획 발표는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켜 주민들의 동의를 끌어내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서울시가 50가구 이상 증축 리모델링을 허용한 아파트는 168개 단지다. 지역별로 동남권 75개 단지, 동북권 48개 단지, 서남권 30개 단지, 서북권 5개 단지, 도심권 10개 단지 등이다. 이번 조치로 특히 강남권과 목동, 한강변의 중층 아파트 단지들이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리모델링 조합 설립을 인가받은 단지는 용산(7곳), 강남(5곳), 강동(4곳), 송파(3곳), 서초(2곳), 강서·양천·성동(각 1곳) 등 총 24곳이다. 이들 단지는 아직 안전진단이나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의 절차를 밟고 있어 사업계획 승인 단계까지 도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에는 총 4,136개 아파트 단지가 있으며, 이 중 2,416개 단지가 준공 15년 이상 됐다. 특히 50가구 이상 증축이 가능해지면서 리모델링 사업은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조합 입장에선 늘어난 가구 수만큼 일반분양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어 공사비 부담을 덜 수 있다.
[내력벽 철거 개념도/자료=한국리모델링협회]
하지만 정부가 세대 간 내력벽 철거를 허용하지 않아 사업이 활성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내력벽을 철거하지 않으면 옆 세대와의 확장이 불가능하거나 2베이 주택을 3베이·4베이 등으로 변경할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정부는 지난 8월 아파트 리모델링 공사 때 세대 간 내력벽 철거를 허용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바꿔 2019년까지 허용 여부를 전면 보류했다. 내력벽을 철거해 평면을 확장하면 사업성이 커질 것이란 기대가 있었던 만큼 리모델링 시장에는 대형 악재로 작용했다. 여기에 11·3 부동산대책과 미국발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의 여파로 부동산시장도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태다.
애초 정부는 올해 1월 세대 간 내력벽 일부 철거를 허용하는 내용의 ‘공동주택 리모델링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가 안전성을 이유로 최종 결정을 2019년 3월까지 연기했다. 이에 대해 당시 리모델링 업계는 내력벽을 철거해도 보강공사를 하면 안전성에서 문제가 없다며 반발했다. 특히 1만 가구 규모 17개 아파트 단지가 내력벽 철거를 반영해 설계안을 수립했거나 수립 중인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정부의 정책 번복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셌다. 이에 정부는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 추진 시 허가에 필요한 전체 동의요건(공동주택 각 세대 집주인 및 의결권)을 현행 80%에서 75%로 완화하기로 했다. 이처럼 서울시가 리모델링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국토부가 허가 기준을 완화하면서 서울 노후 아파트의 리모델링 사업은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정유승 서울시 주택건축국장은 “리모델링은 재건축에 비해 사업 기간이 짧을 뿐만 아니라 기부채납, 소형 임대주택 건설, 초과이익 환수 등의 제약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는 이점이 있다”면서 “특히 이웃이 해체하지 않고 재정착할 수 있고 공동주택의 장수명화를 통한 지속 가능한 도시재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재건축이나 재개발에 비해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동훈 한국리모델링협회 정책법규위원장은 “내력벽 때문에 조합원들이 요구하는 내부 구조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꽤 많다”며 “이러한 제한적인 요소 때문에 리모델링 사업 추진 시 조합원의 동의를 구하는 데 고충을 겪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현재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단지들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느냐에 따라 향후 리모델링 시장 성장 규모가 달라질 것”이라며 “서울시에서 적극적으로 사업에 협력해 초기 리모델링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