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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제 시행으로 ‘도심의 허파’ 사라진다

2020년 일몰제 앞두고 지역마다 수십만㎡ 규모 개발 허용

강현선 기자   |   등록일 : 2016-08-01 09:3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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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본 내용과 관련 없음/자료=국토교통부]

 

오는 2020년 일몰제를 앞두고 ‘도심의 허파’ 역할을 하는 전국의 도시공원들이 속속 개발되거나 공원에서 해제돼 상당수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일몰제 시행으로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이 공원에서 해제되면서 공원 매입이나 토지보상 여력이 없는 전국 각 자치단체들이 앞다퉈 도시공원의 민간개발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몰제는 도시근린공원으로 도시계획을 지정고시한 후 20년 내에 공원 조성(보상금 지급)을 하지 않을 경우 조건없이 자동적으로 공원이 해제돼 소유주가 마음대로 개발·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민간기업이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면 남은 부지에서 개발사업을 할 수 있는 ‘도시공원 개발행위에 관한 특례 지침’을 만들었다. 민간개발자가 공원면적 5만㎡ 이상의 공원 가운데 70% 이상은 공원으로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고, 나머지 30% 이내에는 비공원시설, 즉 녹지·주거·상업지역에 지을 수 있는 아파트 등을 건설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일몰제 몰려 다급한 지자체…도시공원 민간개발 봇물

 

도심 안에 들어선 공원을 개발하는 사업이 전국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경기도 의정부시는 민자를 끌어들여 호원동 직동공원 42만 7,617㎡를 개발 중이다. 이는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공원 개발이 진행되는 곳이다. 지난 3월엔 공원부지 8만 4,000㎡에 아파트를 짓기로 하고 분양에 나서기도 했다.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첫 사례였다. 개발업체는 지난 4월 1,850가구의 아파트 분양을 마쳤다. 이밖에도 대전시를 비롯해 수원시, 용인시, 인천시, 청주시, 울산시 등도 도시공원 개발사업에 뛰어들어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4월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의 개발계획을 발표한 청주에는 민간사업자들이 몰리고 있다. 4곳의 개발계획이 도시공원위원회 심의를 통과했고, 3곳의 개발계획 제안서가 시에 접수됐다. 이 계획이 그대로 시행되면 253만 8천㎡의 공원에 1만 1,700여 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선다. 수원시 영흥공원(59만 3천여㎡)도 민간업체가 전체 부지의 70%를 공원으로 조성해 기부채납하고, 30%는 아파트를 짓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전시는 도시공원 21곳의 개발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대상 면적이 무려 1,100만㎡에 달한다. 이 가운데 비교적 사업추진이 빠른 월평공원(399만㎡)은 96만㎡를 공원으로 조성해 기부채납하고, 16만㎡는 2,700가구의 아파트를 건설하는 방식으로 개발된다. 광주시도 장기미집행 공원 11곳 966만㎡를 개발할 계획이다. 1단계로 50만㎡ 이하인 신용공원, 신촌공원 등 7곳은 올해 민간 제안서 공모 등을 거쳐 내년부터 본격 시행할 방침이다.

 

지자체 “매입할 재정 여력 없어…공원 유지 위한 고육지책”

 

지방자치단체는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을 매입할 재정 여력이 없어 그나마 공원을 일부라도 유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설명이다. 민간개발 형식을 빌리면 일부 면적은 개발되지만 공원을 조성, 유지할 수 있는 차선책은 된다. 지자체가 도시공원의 민간개발을 허용하게 된 것은 헌법재판소가 1999년 10월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이 사유권을 침해한다는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리면서 촉발됐다. 규제 완화도 최근 민간공원 개발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 지난해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자치단체에 기부채납할 공원 비율이 80%에서 70% 줄었다. 그동안 도시공원 개발에 선뜻 나서지 못했던 민간업체들이 법률 개정으로 수익성이 높아졌다고 판단, 적극적으로 덤벼들고 있다.

 

환경단체 “도심 허파 보존 위한 적극적인 대책 필요”

  

문제는 도시공원이 수익성 높은 아파트 단지 건설 위주로 진행되면서 공원 축소 및 환경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환경단체는 사유권 보호도 중요하지만 도심의 허파 역할을 하던 공원이 사라지면 도시 환경이 급속히 악화될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도시공원 일몰제를 핑계로 보존보다는 개발에 무게를 둔 도시공원 개발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청주의 시민·환경단체들은 “도시공원 일몰제를 핑계 삼아 숲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개발을 추진하면 도시의 대기와 생태환경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보전보다 개발에 무게를 둔 도시공원 개발사업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환경단체들은 도시공원을 지키기 위한 정부와 자치단체의 적극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환경단체의 한 관계자는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문제를 손쉽게 해결하기 위해 자치단체들이 도시공원의 민간개발을 추진하는 경향이 있다”며 “도시공원을 개발하더라도 다양한 시민 의견수렴과 장기적인 도시계획 수립 등의 과정을 거쳐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역시 예산이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도시공원을 매입할 수 있는 예산을 자치단체에 지원하고, 일몰제 시한을 연기하는 도시공원 관련 법률 개정 등 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자치단체도 장기적인 도시계획을 수립한 뒤 보전해야 할 지역과 단계적으로 매입할 공원 계획 등을 수립해야 한다는 게 환경단체들의 지적이다.

 

도시계획시설은 토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지정한다. 특정 위치의 땅을 도로나 공원, 학교 등으로 그 용도를 미리 정해두고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차원이다. 지난해 10월 공원조성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장기미집행 공원에 대한 도시계획시설 결정이 해제되면서 자연녹지인 도시공원 운용에 변수가 생겼다. 앞서 공원 조성계획이 수립된 경우라 하더라도 2020년 6월까지 공원 조성을 완료하지 못하면 일몰제 적용이 불가피하다. 남은 시간은 약 4년. 다가오는 2020년 일몰제를 앞두고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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