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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 추천 가볼만한 곳 ‘순천’

“눈물이 나면 가을 순천에 가라”

이희라 기자   |   등록일 : 2019-10-24 16:4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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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길의 쉼표 법정스님의 글귀/자료=박상준 촬영]

순천은 문학 여행지로 손꼽는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정호승의 시 〈선암사〉 첫 행이다. 1999년에 나온 시집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에 수록됐다. KTX도 다니기 전이다. 그가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줄 거라며 “실컷 울어라” 말한 장소는 선암사 해우소다. 선암사의 보물이 승선교만이 아님을, 아름다운 것만이 보물이 아님을 일깨운다. 송광사 불일암도 문학의 향기가 짙다. 법정 스님이 1975년부터 1992년까지 기거하며 글을 쓴 곳이다. 《무소유》가 1976년 작품이다. 편백과 대나무 숲을 지나 다다르는데, 법정 스님의 유해가 묻힌 불일암 후박나무 아래서 뉘인들 묵언하지 않을 수 있을까. 순천만습지는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 속 ‘무진’이다. 일상과 이상, 현실과 동경의 경계가 어우러진 풍경이다. 가까이 순천문학관이 있어 그의 문학 세계를 살펴보기 좋다. 순천만습지에서 와온해변이 멀지 않다. 박완서 작가가 봄꽃보다 아름답다 한 개펄이 있다. 용산전망대 못지않은 일몰 또한 자랑이다. 선암사 초입의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이나 순천역 근처 조곡동 철도문화마을도 여행길에 들러볼 만하다.

전남 순천시 승주읍 선암사길(선암사), 송광면 외솔길(송광사 불일암), 순천시 순천만길(순천만습지)

가을은 감성의 계절이다. 괜스레 설레고 괜스레 쓸쓸하다. 그런 날은 정호승의 시 한 편이 선물이고 위로다. 〈선암사〉는 이리 시작한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시인의 말을 따라 순천 가는 기차를 탄다. 서울에서 출발하면 KTX로 약 2시간 30분 거리다. 정호승이 시집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를 낸 때가 1999년, KTX가 다니기 전이다. 시인은 긴 시간 공들여 기차를 타고 선암사에 갔으리라.

[선암사 대웅전/자료=박상준 촬영]

선암사는 정호승의 시가 아니라도 가을에 붐비는 사찰이다. 10월은 단풍이 조금 이르지만, 초입부터 불어드는 계곡의 바람은 의심할 여지없이 가을이다. 유유히 흐르는 계곡물에 눈을 씻는다. 그 절정은 화강암 장대석을 무지개 모양으로 연결한 승선교(보물 400호)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꽃을 보듯 다리를 감상하거나 그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승선교는 지척의 강선루와 짝을 이룬다. 이름을 풀면 선녀가 내려온 누각(降仙樓)이고, 다시 올라간 다리(昇仙橋)다.

봄날에는 대웅전 앞에서 잠깐 숨을 고르고 선암매(천연기념물 488호)를 찾았겠다. 가을에도 그 길을 더듬어 오를 만하다. 가을 선암매 앞에서는 뭉클하다. 봄날 매화에 가려 있던, 650년 된 나무의 몸짓이 보인다.

[선암사 해우소/자료=박상준 촬영]

하지만 시인이 선암사에 가라 권한 장소는 따로 있다. 순천선암사측간(전남문화재자료 214호), 오래된 재래식 화장실(해우소)이다. 선암사는 돌다리가 문화재이듯 해우소 역시 문화재다. 앞면 6칸, 옆면 4칸 맞배지붕 건물로 평면은 정(丁) 자 모양이다. 정호승 시인은 이곳에서 “실컷 울어라”라고 했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줄 거라 했다. 바닥이 깊은 해우소는 으슥하다기보다 그윽하다. 선암사에 현대식 화장실이 여러 곳 있지만, 해우소에서 일을 보고 나올 때 마음의 찌꺼기도 사라진 듯하다.

[선암사 승선교와 강선루/자료=박상준 촬영]

선암사 해우소에서 마음의 허기가 채워지지 않았다면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에 들러볼 일이다. 선암사 가는 길에서 살짝 벗어난 산중 한옥이다. 순천시에서 생산하는 야생 찻잎으로 차를 만들어보거나 시음할 수 있다.

선암사까지 가서 송광사를 그냥 지나칠까. 송광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고승을 많이 배출해, 삼보사찰 가운데 승보사찰이다. 그 모습 역시 아름답다. 선암사에 승선교와 강선루가 있다면, 송광사는 삼청교와 우화각이 마중한다. 다리와 누각이 한 몸을 이뤄 대웅보전 앞에서 기다린다. 그리고 선암사에 정호승 시인의 문장이 어려 있다면, 송광사에는 《무소유》 《산방한담》의 법정 스님이 있다.

송광사 불일암은 법정 스님이 1975년에 내려와 1992년까지 기거하며 글을 쓴 곳으로, 《무소유》의 산실이라 불린다. 하지만 경내에서 조금 떨어진 산중 암자라 무심코 지나는 이가 많다. 불일암에 이르는 길은 ‘무소유길’로 30분 정도 올라가야 한다. 그 이름처럼 간간한 땀방울이 몸의 욕심을 덜어낸다. 대신 고요한 숲길의 청량함이 마음을 채운다. 실은 무소유하기 쉽지 않을 만큼 호젓하고 다감하다. 편백 숲에 정신이 혼미할 즈음, 법정 스님의 글귀가 쉬었다 가길 권하고, 대나무 숲의 정취에 취할 즈음에는 댓잎에 서걱서걱하는 바람이 스님의 법문인 양 귓가를 스친다.

[불일암 입구 대숲/자료=박상준 촬영]

그리 다다른 불일암은 고요하고 청빈하다. 법정 스님이 잠들어 있다는 후박나무(실은 일본목련이다) 그늘 아래서는 절로 눈을 감고 잠시나마 묵언할 수밖에. 다시 눈을 뜨면 발아래 채소밭과 대숲이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살아가는 모습이 보일 듯 말 듯하다. 스님은 당신이 만들었다는 ‘빠삐용의자’ 위 사진 속에서 웃고 있다. 불일암은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개방한다. 그리고 선암사와 송광사는 조계산 굴목재를 넘어 오갈 수 있다. 보통 3시간 남짓 걸린다. 보리밥집에 들르면 4시간은 잡아야 한다.

순천의 가을은 고찰에만 머물지 않는다. 순천만습지에 갈대가 흐드러진다. 그 사이를 거닐며 단풍과 다른 갈대의 매력을 만끽한다. 가족 여행객은 습지 생태 학습을 겸할 수 있다. 갈대숲탐방로 가는 길에 자연생태관, 순천만천문대, 자연의소리체험관 등 배움터가 많다. 곧장 갈대숲탐방로를 거닐어도 무방하다. 탐방로 아래 농게와 칠게, 짱뚱어 등 다양한 습지 생물이 꼼지락댄다. 연인에게는 사방이 포토 존이다. 가을빛 낭만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순천만습지 갈대꽃/자료=박상준 촬영]

소설가 김승옥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이곳은 안개 낀 ‘무진(霧津)’의 다른 이름이다. 1964년 발표한 《무진기행》은 우리 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소설이다. 작품 속 무진은 쓸쓸한 이상향이고 동경이다. 가상의 지명이지만 그곳이 순천이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순천 출신 김승옥 작가 또한 “무진이 순천만에 연한 대대포”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순천만습지 탐사선선착장에서 출발하는 ‘아침 무진 선상 투어’는 소설 속 무진을 경험하는 기회다. 안개가 자욱하지 않은 날에도 그 정취가 소설 못지않다. 순천만습지 홈페이지에서 예약할 수 있다.

김승옥 작가가 궁금한 이는 순천문학관에 가보자. 순천만습지에서 동천을 따라 도보 20분 거리다. 초가 9동 가운데 김승옥관이 있다. 소설가이자 극작가 김승옥의 작품 세계를 살펴보는 공간이다. 순천문학관에는 《오세암》을 쓴 동화 작가 정채봉의 전시관도 있다. 그가 법정 스님과 주고받은 편지글을 읽는 즐거움이 각별하다.

[와온해변 일몰/자료=박상준 촬영]

순천만습지에서 와온해변이 멀지 않다. 박완서 작가가 봄꽃보다 아름답다 한 개펄이 솔섬과 어우러지는 해변이다. 특히 일몰이 장관이다. 순천만습지 용산전망대 못지않다. 근래 들어 사진 몇 장 때문에 ‘한국의 우유니’라 소문이 났는데, 그 정도는 아니고 개펄 수조의 반영을 이용하면 비슷한 느낌으로 찍을 수 있다.

시내권에는 조곡동 철도문화마을이 재미난 사진을 찍기에 좋다. 일제강점기에 조성한 철도관사마을로, ‘뉴트로’ 감성이 돋보인다. 옛 농협 창고를 개조한 청춘창고 또한 순천 여행길에 들러볼 만하다.


〈당일 여행 코스〉
문학 여행 코스 / 선암사→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송광사 불일암→순천문학관
촬영 여행 코스 / 조곡동 철도문화마을→순천만습지→순천문학관→와온해변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송광사 불일암→송광사→굴목재→선암사→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
둘째 날 / 조곡동 철도문화마을→순천만습지→순천문학관→와온해변


〈여행 정보〉

○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선암사 www.seonamsa.net
 - 송광사 www.songgwangsa.org
 - 순천만습지 www.suncheonbay.go.kr
 - 순천여행 www.suncheon.go.kr/tour

○ 문의 전화
 - 선암사 061)754-5247
 - 송광사 061)755-0107~9
 - 순천만습지 061)749-6052
 - 순천시청 관광과 061)749-5808
 -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 061)749-4500

○ 대중교통 정보
[기차] 용산역-순천역, KTX 하루 14~16회(05:10~21:50) 운행, 약 2시간 30분 소요.
순천역 정류장에서 1번·16번 버스 이용, 선암사 정류장 하차, 약 1시간 소요.
* 문의 :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순천시교통관제센터 061)749-5959, http://its.sc.go.kr
[버스] 서울-순천,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24회(06:10~23:50) 운행, 약 3시간 4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8회(07:20~18:10) 운행, 약 4시간 30분 소요.
순천종합터미널 정류장에서 1번·16번 버스 이용, 선암사 정류장 하차, 약 1시간 소요.
* 문의 :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hticket.co.kr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순천시교통관제센터 061)749-5959, http://its.sc.go.kr

○ 자가운전 정보
순천완주고속도로 황전 IC→섬진강로 12km→순천로 3.6km→학구삼거리 주암·승주 방면 우회전→승주로 2.5km→수릿재터널 진입→충의공로 3.9km→서평교차로 낙안읍성·선암사 방면 좌회전→선암사길 5.4km→선암사

○ 숙박 정보
 - 순천만에코촌유스호스텔 : 해룡면 생태배움길, 061)749-4816, www.suncheon.go.kr/ecochon
 - 순천느림게스트하우스 : 순천시 강변로, 070-7647-9522, http://nreem.co.kr
 - 순천만민속한옥펜션 : 순천시 대대2길, 061)741-6735, www.민속한옥펜션.com

○ 식당 정보
 - 순천만가든 : 꼬막정식, 순천시 순천만길, 061)741-4489, www.순천만가든.com
 - 대대선창집 : 짱뚱어탕, 순천시 순천만길, 061)741-3157
 - 수궁횟집 : 활어회, 순천시 남신월길, 061)723-0001, www.순천횟집.kr

○ 축제와 행사 정보
 - 순천만갈대축제 : 2019년 10월 25~27일, 순천만습지, 061)740-6081(순천만보전과)
 - 낙안읍성민속문화축제 : 2019년 10월 18~20일, 낙안읍성 일원, 061)749-8842(낙안읍성지원사업소)
 - 대한민국한평정원페스티벌 : 2019년 9월 25일~10월 20일, 순천만국가정원 동문 일원, 1577-2013(순천만국가정원)

○ 주변 볼거리
순천드라마촬영장, 낙안읍성, 아랫장, 순천시기독교역사박물관, 순천왜성

글·사진 : 박상준(여행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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