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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계 ‘주52시간 근무 때리기’와 시민·노동계의 반발

“업무 절대량·집중도에 달린 현실” VS “OECD 3번째로 이미 노동시간 과도”

조미진 기자   |   등록일 : 2018-12-11 11: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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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미래=조미진 기자] 경영계가 최저임금의 상승세가 지나치게 가파르고 주 52시간 근무제가 우리나라 사정에 맞지 않다며 문재인 정부의 관련 정책에 반발해왔다. 현 국내 경제상황 악화에 최저임금의 급상승과 주 52시간 근무제 등이 악영향을 크게 끼치고 있다는 주장이다. 홍남기 신임 경제부총리도 후보직 당시 인사청문회를 통해 근무제한 시간 연장 검토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시민사회계와 진보계열 정치권에서는 이미 현행제도로도 주 64시간까지 근무가 가능하다며 단위기간이 6개월로 연장될 경우 주 52시간 근무를 해도 근로자는 연장근무 수당을 받을 수 없고, 자살충동 증가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크게 우려하고 있다. 

경총, 탄력근로제 단위기간ㆍ합의 요건 완화 주장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7일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등 국회에서 심사 중인 주요 법안에 대한 경영계 종합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경총이 제출한 의견서는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산업안전보건법 △상법 △공정거래법 △상속세 및 증여세법 △고용보험법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 등 8대 법안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중, 경총은 지난 7월부터 시행된 주52시간 근로시간제가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주장해온 방안은 탄력근로제다.

의견서에서 이들은 (우리나라는) 기능적ㆍ추격형 산업구조이기에 선진 경쟁국보다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일하는 절대량과 집중도’가 중요한 요소이며 다른 경쟁자에 앞서 일감을 확보하고, 확보한 일감을 적기에 최상의 품질로 공급하려면 탄력적 근로시간제도가 보정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경총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현행 최대 3개월인 것을 1년으로 늘리자는 입장이다. 즉, 시장 여건 예측이 어렵기에 단위기간 확대로 집중근로기간을 유연하게 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동차 제조업을 예로 들어 신차 런칭 후 판매정도에 따라 생산을 늘려야 할 경우가 생기는데,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려 해도 미리 근로일별 근로시간을 파악해서 스케줄을 정하기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탄력근로제 도입을 위한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 요건도 걸림돌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2주 단위 탄력근로제를 도입할 경우 취업규칙을 통해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3개월 단위로 도입할 때에는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를 거쳐야 한다.

이에 경총은 “탄력근로제는 해당 직무, 부서원 의사가 중요함에도, 과반수 노조 등 전체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를 요건으로 하고 있어 노동조합이 반대할 경우 활용조차 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또 2주 단위 탄력근로제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다면 과반수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받아야 해 3개월 단위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철회하고 국회서 논의해야'

경총은 최저임금제도 결정구조, 전국 단일 최저임금, 결정 주기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소정근로시간과 주휴시간을 더한 값으로 시간당 최저임금을 계산하도록 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도 문제시했다.

또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의 중립성 강화 △ 업종별로 구분 적용을 의무화 △연령별·지역별로 구분 적용하는 방안 검토 필요성 △최저임금 결정주기는 현행 1년에서 2년으로 확대 등을 제안했다. 

최근 건설업계에서도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해 부정적 주장을 펼치고 있다. 건설업체들이 출연해 설립한 관련 연구기관인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건설현장 실태조사를 통한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의 영향 분석’ 연구보고서를 통해 “전체 109개 건설사업 중 44%가 계약된 공사기간을 준수하기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3개 대형건설사의 109개 군대 건살다사업 대상을 전수조사 해 시행한 것이다. 

보고서는 사업 유형별로 토목사업 77개 중 34개(44.2%), 건축사업 32개 중 14개(43.8%) 사업이 공사기간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중 지하철 사업(11개 중 9개 사업 공기부족)과 철도 사업(14개 중 11개 사업 공기부족)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영향이 매우 크다고 언급됐다.

발주자 유형별로는 63개 공공사업 중 26개(26.6%), 13개 민자사업 중 8개(61.5%), 32개 민간사업 중 14개(43.8%)가 근로시간 단축으로 공사기간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주 52시간 근무제로 평균 주당 현장운영시간이 60시간에서 57.3시간으로 2.7시간 줄었다고 언급했다. 61개 공기적정사업은 주당 57.9시간에서 55.8시간으로, 48개 공기부족사업은 주당 현장 운영시간이 62.6시간에서 59.1시간으로 단축됐다고 밝혔다.

건산연은 공기 부족이 예상되는 사업은 발주자와 합의를 통한 계약변경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조사결과 공기 연장 가능성이 낮은 사업은 공기부족사업의 약 45.8%(48개 중 22개)를 차지했다. 아파트 사업은 7개 공기부족 예상사업 중 6개 사업과 오피스텔 3개 사업 모두 공기연장 가능성이 낮거나 미정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제시했다.

건산연 측은 “주 52시간 근무제의 효율적 적용을 위해서는 대상이 되는 공사를 계속공사와 신규공사, 공공공사와 민간공사로 구분해 적용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는 3개 대형 건설사의 현장만을 조사한 것이어서 전체 건설업계의 52시간 근무에 따른 상황을 대변한다고 할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OECD 3번째 많은 노동시간과 과로사 문제

현재 국회와 정부는 이러한 경영계의 요구에 따라 탄력근로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1년 등으로 기간확대를 검토 중이다.

그러나 참여연대 등 진보 시민사회계는 경영계와 정부의 최근 탄력적 근로시간 내 단위기간 확대 움직임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1월19일 탄력적 근로시간제 기간확대 중단 촉구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이정미 정의당 의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비정규직노동센터 등 노동계, 참여연대 등은 탄력근로 기간을 확대하면 주52시간 상한제 무력화, 과로사 기준 초과, 근로자의 임금손실이 발생한다며 단위기간 확대 시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단위기간 내 평균 노동시간을 주 40시간 이내로 맞춰져 있어 단위기간이 2주일이라면 1주 48시간에 1주 32시간 노동이 가능해 현행제도로 단위기간 3개월까지 주52시간 근로가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현행 제도로도 주 52시간(탄력근로)에 주 12시간 연장근로를 더해 주 64시간 근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주 64시간 노동을 예외가 아닌 보편으로 만드는 것과 다름없어 단위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면 3개월 연속으로 주 64시간 근로자에게 노동을 시킬 수 있고, 1년으로 확대하면 6개월 연속으로 근로자에게 주 64시간 노동을 시킬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64시간은 월~금 오전 9시부터 밤 11시까지 식사시간을 제외하고 총 60시간을 노동하고도 주말에 4시간을 추가로 일해야 하는 시간임을 적시했다.

단위기간을 6개월로 연장하는 것도 100년 전 국제기준에 미달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1919년 유엔 산하 국제노동기구(ILO)의 노동시간 관련 협약1호는 하루 8시간 노동이다. 

참여연대 측은 “지금도 노동시간 OECD 국가 중 3번째로 많은데 탄력근로까지 확대한다는 것은 근로자 과로사 기준을 무력화 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2012년 대한직업환경의학회지에 실린 김기웅 등의 논문 <장시간 근로와 자살 생각의 관련성>을 토대로 주 40~51시간 노동을 하는 근로자가 자살생각을 하는 비율은 9.5%인데 반해, 주 60시간 이상 노동을 하는 근로자가 자살을 생각하는 비율은 15.7%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또 단위기간을 확대하면 시급 1만원의 경우 탄력근로 기간에 월 52시간 근무할 경우 13만원의 임금손실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즉 탄력근로가 적용 안 될 경우 주 40시간을 초과해 일한 시간에 대해 연장근로수당 지급해야하지만, 탄력근로 적용 시에는 주 40시간을 초과해 일하더라도 주52시간까지는 연장근로수당이 지급되지 않는다고 예시를 들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도 현행 탄력근무제의 단위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6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공익위원이 심의 구간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이원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에 이 의원은 “지금도 공익위원들이 해마다 ‘심의 촉진’ 구간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럴 경우 노-사 당사자 교섭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며 “최저임금 위원회는 무늬만 노사정 기구로 남게 되고, 사실상 정부 마음대로 최저임금을 결정하게 되며, 노동자와 직접 협상하는 대신 정부에 로비만 하면 되기에 사용자만 유리해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홍 후보자가 현재 노사정 대화가 진행 중임에도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면서 “장시간 노동 증가와 노동자의 건강 악화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안이 없었다. 이는 후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철학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자신의 SNS을 통해서도 “2년간(문재인 정권동안) 최저임금 1880원 인상과 3년간 단계적 주 52시간제 실시만 남고, 소득주도성장의 흔적은 사라졌다. 대신 기업달래기만이 정부 경제정책의 기조로 자리 잡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의원은 “자기 원칙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정부를 보며, 경제적 약자들이 자기 삶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탄력 근로제의 단위 기간 연장은 우리나라 현실상 근로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하기에 현행을 유지하되, 최저임금의 상승속도 조절과 업종별 구분 적용 등을 검토하는 것이 더 나은 대안이 되지 않겠냐는 견해를 제기하고 있다.

happiness@urban11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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