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공항과 통합 이전이 추진되고 있는 대구공항 전경/자료=urban114]
영남권 신공항 건설 백지화 이후 잠정 중단됐던 대구 군공항 이전에 대해 정부 차원의 재개를 공식화 하면서 지역 민심이 들끓고 있다. 대구공항 통합 이전은 지난달 영남권 신공항 선정에서 대구·경북이 지지한 경남 밀양이 탈락한 데 대한 보상 차원의 대책으로 풀이되면서 대구·경북에 대한 특혜라는 입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대구공항은 대구 도심에서 불과 5㎞ 떨어진 곳에 자리잡은 2,700m 길이의 활주로 두 개를 갖춘 국제공항으로 K2 공군기지와 활주로를 함께 사용하는데 공군의 주력 전투기가 집중적으로 운영돼 핵심 전력으로 분류되는 곳이다. 그런 만큼 소음피해도 심각해 주변 주민 25만여 명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이전을 요구해 왔다.
정부는 군(軍)과 민간이 함께 사용하는 대구공항 통합 이전 계획에 따른 새 공항 부지를 1~2개월 안에 선정할 방침이다. 12일 청와대에 따르면 이전부지를 최대한 빨리 선정하기로 하고 최대 2개월 안에 마무리짓기로 했다. 정부는 전날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방부와 국토교통부 등 유관 부처들로 태스크포스(TF)를 꾸린 상태다. TF는 입지 조건 등을 분석해 새 공항이 들어설 곳을 선정한다.
대구 신공항 최적지는?
대구공항과 공군 기지를 통합 이전 방침이 정해지면서 어느 지역이 신공항 최적지가 되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은 보잉사 공장이 들어서는 경북 영천과 군위, 칠곡, 의성 등이다. 과거 K2 기지 유치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던 경북 예천도 거론된다. 대구공항은 K2 기지 외에 대구·경북 지역 주민들이 이용하는 만큼 대구로부터의 접근성도 중요한 요소로 평가된다. 대구 도심에서 승용차로 가급적 30분 이내, 최대 1시간 이내 거리에 있는 입지가 통합 이전부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14일 열린 대구공항 통합 이전 TF 1차 회의에서는 △대구 도심에서 차량으로 30분 이내 접근이 가능하고 △연간 500만 명 수요를 충족하며 △확장이 용이해야 한다는 조건이 제시됐다.
후보지로 거론되는 군위군은 대구에서 차량으로 30분 거리에 있다. 땅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건설 비용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군위군 소보면이 최적지로 꼽히지만 독자적으로 공항이 들어설 만한 공간이 부족하다. 영천시는 경주·포항 등과 가깝고 대구까지 차량으로 4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 하지만 인구 밀집도 등을 고려하면 공항 부지가 마땅치 않다. 과거 영남권 신공항 예정 부지로 꼽히던 금호읍에는 경마공원이 조성되고 있다. 공군 16전투비행단이 있는 예천군은 민간공항 운영에 실패한 전례가 있고, 대구에서 차량으로 1시간 30분 거리에 위치해 접근성도 크게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이용객 편의성을 위해 대구 도심에서 차량으로 30~40분 안에 접근할 수 있고 군과 민간시설이 모두 조성될 수 있을 정도의 부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구 신공항이 영남권의 관문공항이 되기 위해서는 접근성과 함께 장기적인 교통망이 고려되어야 하며, 인구 밀집도가 높으면 전투기 소음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소음 완충 지역도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
7조 넘는 사업비 어떻게 마련하나
7조 원이 넘는 사업비를 어떻게 마련할 지도 관건이다. 대구시가 작년 11월 국방부에 제출한 사업 건의안에 따르면, 새로 건설되는 공군기지는 충남 서산 공군기지를 모델로 할 계획이다. 공군 측의 요청에 따라 대구시는 현재 공군기지(6.42㎢)의 두 배가 넘는 15.3㎢ 부지에 새 공군기지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대구시에 따르면 총 면적 중 11.7㎢에 새 공군기지를 건설하는 데 5조 7,600억 원이 들고, 이전 주변지역 지원비용으로 2,600억 원, 종전부지 개발비용 7,100억 원, 이자비용 3,200억 원 등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부지가 최종 확정되면 이 비용은 바뀔 수 있으나 큰 틀에서는 비슷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구공항 이전은 국비 지원 없이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그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군공항인 K2 기지를 유치하는 곳에 대구시가 시설을 지어주고, 기존 K2 기지 부지를 개발한 이익금으로 이전 비용을 충당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기부 대 양여는 국방부가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군공항 이전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대구시가 기존 대구공항 부지를 개발해 7조 원이 넘는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현재 대구공항은 도심 내에 위치해 있긴 하지만, 개발을 통해 7조 원 넘는 수익을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부동산 업계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대구시는 새로 건설되는 대구공항의 총 사업비가 7조 원을 넘을 것으로 보여 정부의 국고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통합 이전되는 대구공항에 국비를 지원할 경우 다른 지역의 군공항 이전에 좋지 않은 선례가 될 수 있어 국비 지원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공항 이전 방식은 다른 군공항 이전에도 적용될 부분”이라며 “특별법에 충실해서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광주, “대구 군공항 이전사업이 왜 먼저?”
대구 군공항 이전사업이 본격화됨에 따라 수원 군공항 이전사업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수원 군공항은 1954년 당시 도심 외곽 지역인 수원시 권선구 장지동 일대 6.3㎢에 들어섰지만 도심 팽창으로 소음피해 등 생활권, 재산권 침해를 주장하는 주민들이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수원시는 성명서를 통해 오는 9월까지 군공항 예비 이전 후보지를 선정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으며 시민들로 구성된 군공항 이전 수원시민협의회와 관내 국회의원들까지 합세해 전방위적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17일 수원시에 따르면 지난 13일 군공항 이전과 관련, 국방부를 상대로 예비 이전 후보지를 9월까지 발표하도록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다음 날인 14일 군공항 이전 수원시민협의회가 성명서를 발표, 군공항 이전을 위한 후속 절차를 조속히 진행하라고 요구했다. 수원지역 국회의원 5명도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군공항 이전 절차 지연 반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사업 추진이 불투명해진 수원비행장 전경/자료=urban114]
당초 수원시는 국방부가 이전 후보지 2~3곳을 선정해 발표하면 후보지에 대한 지원 방안을 수립, 올해부터 유치활동을 시작해 2024년까지 사업을 마무리할 예정이었으나 승인 1년이 지나도록 성과가 없어 애만 태우고 있다. 수원시의 계획대로라면 아직 군공항 예비 이전 후보지 선정까지 시간이 남아 있는 셈이지만 정부가 수원 군공항 이전보다 1년 늦게 추진된 대구 군공항 이전을 먼저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수원시와 시민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수원시는 “수원 군공항 이전사업은 대구 군공항 이전사업에 앞서 추진돼야 한다”며 장·단기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여기에는 관내 국회의원들과 함께 국회 차원에서 정부를 압박하는 방안과 함께 필요할 경우 비슷한 처지에 있는 광주 군공항 이전사업과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현재 광주시는 지난 6월 29일 대구와 공동으로 평가 준비위원회를 개최해 8월까지 이전건의서에 대한 최종평가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국방부 등이 군공항 이전과 관련한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을 경우 수원시를 비롯한 해당 지역의 반발이 거세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