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공여구역법 제정 10년, 현주소는?
정부는 2006년 한·미 연합토지관리계획(LPP)과 용산기지 재배치계획(YRP)에 따라 전국에 산재한 주한 미군기지를 5곳으로 통폐합하기로 결정하면서 미군 주둔으로 낙후된 지역 발전을 위해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미군공여구역법)」을 2006년 3월 3일 공포했다. 미군공여구역법은 반환되는 미군기지 매입 비용의 일부를 국가가 지원하고 공장 신·증설과 대학의 이전을 허용하는 등 각종 혜택을 담은 것으로, 올해 벌써 제정 10년을 맞았다.
반환 미군기지를 둔 지자체들이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발전종합계획(2008~2017)’에 따라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성과는 극히 저조한 상황이다. 2017년이면 종료되는 제1차 발전종합계획은 도로·공원·하천만 토지 매입비를 지원하고, 공사비는 지자체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어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는 정상적으로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반환공여지 돈 없어 개발 못 한다
[경기도 내 미군 반환공여지 현황/자료=urban114]
반환 미군기지는 서울과 부산, 인천, 강원도 춘천 등 전국에 산재해 있지만, 전국 지자체 중에서도 경기도 내 반환공여지는 의정부·파주·동두천·화성·하남 등 34개소로 집중돼 있다. 경기도 내 공여구역은 51곳 211㎢로 전국의 87%에 달하고 반환공여지는 34곳 173㎢로 전국의 96%이다. 이 중 16개소가 반환된 가운데 현재 캠프 에세이욘 등 10개소에 대한 개발이 추진 중이다. 반환이 완료된 16개소 중 공원 5개소, 광역행정타운 2개소, 대학 2개소, 도로 1개소 등 10개소가 공공시설 위주로 개발 중이고, 민자사업이 추진 중인 6개소는 부동산 경기 침체, 높은 땅값 등으로 투자자가 없어 개발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지역 |
기지명 |
활용 계획 |
비고 |
의정부 |
라과디아 |
도로, 도서관, 체육공원 |
의정부시 |
홀링워터 |
근린공원 |
의정부시 |
|
카일 |
경기북부광역행정타운 |
의정부시 |
|
시어즈 |
경기북부광역행정타운 |
의정부시 |
|
에세이욘 |
교육연구 및 부속병원 |
민자 |
|
스텐리 |
교육연구 |
2016년 반환 예정 |
|
레드 크라우드 |
첨단산업연구단지 |
2016년 반환 예정 |
|
잭슨 |
근린공원 |
2016년 반환 예정 |
|
동두천 |
님블 |
교육연구시설, 수변녹지 |
동두천시 |
짐볼스 훈련장 |
체육복합리조트 |
민자 |
|
헬리포트 |
유통상업단지, 공원 |
민자 |
|
캐슬 |
교육연구, 산업클러스터 |
민자 |
|
케이시 |
대기업생산용지, 주거시설 |
2020년 이후 반환 예정 |
|
호비 |
세계문화촌 |
2020년 이후 반환 예정 |
|
파주 |
그리브스 |
역사공원 |
경기도 |
하우즈 |
근린공원 |
파주시 |
|
자이언트 |
교육시설 및 도시개발사업 |
민자 |
|
스텐톤 |
교육시설 및 도시개발사업 |
민자 |
|
에드워드 |
교육연구 |
파주시 및 민자 |
|
게리오웬 | 도시개발사업 및 산업단지 | 민자 | |
하남 | 콜번 | 교육연구단지 | 민자 |
화성 | 쿠니에어레인져 | 평화생태공원 | 화성시 |
[미군 반환공여지 활용 계획/자료=경기도]
반환공여지 가운데 의정부 캠프 시어즈와 캠프 카일 개발사업이 가장 빠른 진척 속도를 보이고 있다. 의정부시는 2006년 3월 제정된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발전종합계획을 수립해 캠프 시어즈·캠프 카일 일원에 경기북부광역행정타운을 조성하고 있다. 2012년 9월 경기경찰청 제2청이 입주한 것으로 비롯, 현재 13개 공공기관 중 10개 기관이 입주했거나 추진 중이다.
금오동 일원 캠프 에세이욘(30만 7,502㎡)에는 경기도교육청 제2청사가 지난해 12월 준공돼 이전이 완료됐고, 을지대학교 의정부캠퍼스와 대학부속병원이 들어선다. 을지대는 지난해 12월 12만 3,096㎡ 규모의 캠퍼스와 병원 착공식을 가졌다. 사업비 5,340억 원이 투입되는 지하 5층~지상 17층 규모의 을지대 부속병원은 2019년 5월 개원할 예정이다.
[에세이욘에 들어설 예정인 을지대학교 캠퍼스와 부속병원 조감도/자료=의정부]
반면, 경기 의정부시는 8개 미군 반환공여지 중 캠프 홀링워터, 캠프 카일 등 5개 공여지가 반환돼 국비와 시비를 투입해 개발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캠프 홀링워터의 경우 남측 부지 1만 5,000㎡는 사업비를 확보하지 못해 공원 조성사업이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지 매입 감정평가액만 수백억 원에 달해 4년간 분할매입 계약을 체결,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화성시도 2014년 12월 미군 반환공여지인 매향리 쿠니사격장 부지 57만 8,237㎡에 대한 토지 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2018년 준공을 목표로 매향리 평화공원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이달 말에야 환경영향평가가 끝나는 등 아직 착공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 사업에는 토지 매입비 775억 원, 공사비 325억 원 등 총 1,1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그러나 토지 매입비의 절반만 국비로 보조되고, 공사비는 국비 지원이 없어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파주 캠프 에드워드 등 6개 반환공여지 개발사업에는 민간 투자마저 유치하지 못해 답보 상태에 빠져 있다. 토지 매입비와 공사비 등 개발사업비가 클 뿐만 아니라 조세와 각종 부담금 등 감면 관련 규정마저 미흡해 지자체는 물론 민간 투자자마저 개발사업 참여에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군 반환공여지 16개소 중 10개소는 단계적으로라도 개발사업에 착수했으나 재정이 열악한 파주시와 동두천시 등은 재정 부족으로 반환공여지 개발사업 시행계획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파주의 반환공여지 3개소는 아예 개발계획조차 세우지 못했으며, 동두천 3개 기지는 아예 반환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이다.
해당 지자체는 재원 부족 등을 이유로 개발사업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고, 부동산 경기 침체와 지나치게 높은 공시지가 감정평가로 민간 사업자마저 투자를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파주 캠프 에드워드는 이화여대 캠퍼스 조성사업이 추진됐으나 국방부와 이화여대가 부지 매각비용 등을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 수년째 미개발 상태이다. 국방부는 부지 매각가를 1,750억 원으로 제시한 반면 이화여대는 652억 원을 제안하며 맞서다 결국 2011년 8월 사업이 무산됐다.
파주 캠프 자이언트 역시 서강대 캠퍼스 조성사업이 추진되다 무산된 바 있다. 특히 국방부와 경기도교육청이 환경오염 정화 주체를 놓고 소송을 벌이면서 현재까지 방치되고 있는 중이다. 현행 미군공여구역법은 반환공여지의 환경오염을 지자체가 정화사업을 실시한 뒤 국가배상법에 따라 국가에 청구하도록 규정돼 있으나 지자체가 정화사업 비용을 제때 회수할 수 없어 지자체 재정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경기도는 반환이 완료된 미군 반환공여지 개발사업이 도·지자체별로 추진되고 있으나 막대한 사업비와 국비 지원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관련 법 개정을 요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군공여구역법 제14조에 따르면 지자체가 반환기지를 도로·공원·하천으로 조성할 경우에만 토지 매입비 60~80%를 국비로 지원하고, 공사비는 국비 지원이 없다. 이에 따라 화성, 의정부시 등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는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곤란한 상황이다.
또한 같은 법 35조에 ‘조세 및 부담금을 감면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을 뿐 개별법에 감면 범위와 비율이 규정되지 않아 실질적인 감면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경기도 균형발전담당관실 관계자는 “반환기지 내 토지 매입비 지원 대상을 도로·공원·하천에서 공공·체육·문화시설까지 확대하고, 조성 공사비가 지원될 수 있도록 미군공여구역법 개정을 20대 국회에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환공여지 개발사업은 미군의 반환 공여 일정이 연기되는 등 외부환경적인 요인도 있지만 형식적·획일적인 계획 편성, 실효성 있는 지원 제도의 부족 등 내부 요인도 있다. 발전종합계획 자체가 너무 졸속으로 이루어졌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행정자치부는 2006년 9월 발전종합계획 수립 지침을 시달했고 각 지자체들은 이듬해 1월 계획을 제출했다. 단 4개월 만에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의 발전계획과 목표, 추진 방안을 마련한 셈이다. 개발사업이 지역별 특성에 맞춰 다양화되지 못하고 도로, 공원, 하천 조성에만 집중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2018년 정부가 수립할 제2차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에 대한 종합계획’은 해당 지자체의 개발 수요와 잠재력을 고려해 수립되어야 하며, 제2차 발전종합계획에는 도로, 공원, 하천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업 유형이 포함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