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트리피케이션 발생 과정/자료=서울시]
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을 막기 위해 광역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서울시가 종합대책을 내놨다고 23일 밝혔다. 시는 이번 대책을 통해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는 6개 지역(대학로, 인사동, 신촌·홍대·합정, 북촌, 서촌, 성미산마을, 해방촌, 세운상가, 성수동)에 정책수단과 자원을 총 동원해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젠트리피케이션 종합대책을 6개 지역에 추진하되, 지역 상황에 따라 전략 분야를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대학로, 인사동, 성미산마을에는 시가 건물을 매입·임대해 ‘앵커시설’을 집중시키고 ▲신촌·홍대·합정 지역은 ‘장기안심상가’, ‘자원화 전략’을 ▲북촌·서촌은 대형 프랜차이즈 업종이 골목상권에 들어오는 것을 일부 제한하고 커뮤니티 활성화 시설을 조성한다.
우선 시는 6개 전체 지역에서 임대료 인상 자제에 자율적 동참을 약속하는 건물주-임차인-지방자치단체 간 상생협약 체결을 추진한다. 상생협약에 따라 건물주는 임대료 인상을 자제하고 권리금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게 되며, 임차인은 호객행위 등 고객에게 불쾌감을 주는 행위를 자제하는 데 동참한다.
또 시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나타나는 지역에 앵커시설을 조성해 영세 소상공인이나 문화·예술인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공간을 임대해준다. 종로구 혜화동 대학로에 조성될 예정인 연극종합시설(지상3층·지하2층, 연면적 5,521㎡)이 대표적이다. 내년 설계 공모를 마치고 2017년에 착공 예정인 이 시설은 100석 규모의 소극장 20개가 마련되며, 완공 후에는 창작 연극·뮤지컬 극단 등에 저렴한 가격으로 대관된다. 앵커시설 조성을 위해 시는 내년 예산안에 가장 많은 199억 원을 편성한 상태다.
[대학로 앵커시설 건립 예정지/자료=urban114]
소상공인 등이 안심하고 장사할 수 있도록 ‘장기안심상가’ 조성도 추진된다. 장기안심상가는 노후 상가 건물주에게 리모델링·보수 비용을 최대 3천만 원까지 지원해주는 대신 건물주는 일정기간 임대료를 올리지 않도록 하는 전국 최초의 제도로, 내년 초 공모를 통해 전국 최초로 운영된다.
아울러 시는 소상공인이 직접 상가를 매입·소유할 수 있도록 금융지원도 강화한다. 시가 8억 원 범위 내에서 매입비의 75%까지 시중금리보다 1%p 낮게 장기(최장 15년)로 융자해주는 ‘자산화 전략’도 시행한다. 특히 시는 장기적으로는 자산화 전략을 전문적으로 추진할 지역별 자산관리회사를 민·관 합자방식으로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지역별 자금모집(Funding)을 통해 자금을 모으고, 부동산을 사서 임차인에게 저렴한 임대료를 빌려주는 방식으로, 내년 중 TF를 구성해 본격적인 사업설계에 착수한다.
이밖에도 시는 ‘서울시 상가임차인 보호를 위한 조례’를 제정해 상가 임차인 보호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 주요 내용은 ▲시 투자·출연기관이 보유한 상가건물 임대차 기존 5년 보장, 최장 10년 장기임대 ▲장기안심상가 운영 ▲상가건물 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 구성·운영 등이며, 조례는 현재 시 의회에 상정돼 내년 1월에 공포·시행될 예정이다.
장혁재 서울시 기획조정실장은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발전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그 개발이익이 골고루 돌아가는 시스템을 만들고, 지역 구성원들이 모두 상생하는 길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개발이익이 건물소유자와 상업자본에만 돌아가는 것은 우리사회의 정의관념에 반하고 궁극적으로는 도시의 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는 만큼 서울시가 종합대책을 통해 최선을 다해 지원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