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산업성이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7일 공포함으로써 오는 28일부터는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일본의 수출규제 대상국가가 된다. 우리 정부는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대(對)일본 의존도가 높은 소재·부품·장비 100개를 짧게는 1년, 길게는 5년 이내에 독자적인 공급망 확보에 나서기로 했다.
일 정부,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공포
일본 정부는 지난 7일 관보를 통해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공포하고, 시행세칙 성격의 포괄허가취급요령 개정안을 경산성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화이트 리스트 상 규제 품목이 아닌 비전략물자의 경우도 대량파괴무기 및 재래식무기 개발 등에 전용될 우려가 있다면, 한국 상대 수출 기업은 일본 정부에 수출 허가 신청을 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본 정부는 포괄허가 취급요령 일부 개정안도 발표했다. 27일부터 한국 상대 수출 기업에 대해 기존 백색국가에 적용되던 일반포괄허가는 불허하고, ICP기업 특별일반포괄허가는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단, ICP기업 특별일반포괄허가 제한 품목은 지난 4일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레지스트, 불화수소 등 반도체 업종 관련 3개 품목을 지정한 것에서 더 추가하지 않았다.
또 일본은 화이트 리스트 및 비 화이트 리스트 국가를 4개(A, B, C, D) 그룹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한국은 B그룹에 분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화이트리스트 국가라는 기존 명칭은 폐기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우리 기업의 우회 수입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일본 정부는 “향후 한국으로의 수출에 대해 우회수출과 목적외전용 등에 대해 엄격하게 대처할 예정”이라며 “대한 수출기업들은 최종수요자와 최종용도 등의 확인에 만전을 기할 것”을 요청했다.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
핵심소재부품·장비 R&D 7년간 7조8000억 투입
일본의 경제보복이 현실화된 데 따라 정부가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독자적 경쟁력을 키우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그간 우리나라 소재·부품·장비 산업 생산량은 2001년 240조 원에서 2017년 786조 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무역수지는 2001년 9억 달러 적자에서 지난해 1375억 달러 대규모 흑자를 기록했다.
소재·부품·장비산업은 외형적으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지만, 자체 조달률은 16년째 60% 중반에 머물러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정밀산업 자체 조달률은 50%에도 미치지 못해 일본 의존도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관련 산업이 성장할 수 없었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튼튼한 기반 육성이라는 목표 아래 경쟁력 강화대책을 내놓았다.
경제계에 따르면 정부는 일본 정부의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 등 수출규제강화에 대응해 핵심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를 위해 R&D 예산을 연간 1조원 이상 대폭 확대한다. 또한 100대 전략품목의 공급 안정성을 5년 내 확보하고 양산화를 위한 테스트베드 구축, 화평법·화관법 등 규제 완화를 추진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성유모 장관은 지난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대외의존형 산업구조 탈피를 위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 브리핑을 통해 “100대 품목의 조기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全)주기적 특단의 대책을 추진하겠다”며 “20대 품목은 1년 안에, 80대 품목은 5년 내 공급을 안정화 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은 주요 과제로 △100대 품목 조기 공급안정성 확보 △소재부품·장비 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 △강력한 추진체제를 통한 전방위적 지원 등을 담고 있다. 특히 이번 정책은 기존과 달리 기업 간 협력모델 구축, 개발이 양산으로 이어지는 사다리 정책 추진, 적시성 있는 집중투자와 기술획득 방법 다각화, 조속한 생산시설 투자가 가능한 패키지 지원 등에 중점을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