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2년간 가장 큰 성과를 거둔 부분은 남북관계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전 정권과 달리 적극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면서 4·27 남북 정상회담 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여러 차례 만난 후 ‘한반도 비핵화’를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제 성적은 달랐다. 대표적 경제정책으로 ‘소득주도성장’을 내걸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2년간 경제 성적표는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감도 컸다. 저소득층의 소득은 감소했고, 고소득층의 소득만 늘어났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여전했다.
정부 2년 평가, 10점 만점에 5.1점 부정적
실업률 19년 만에 최악
집권 3년차를 맞고 있는 문재인 정부는 현재 ‘혁신성장’에 무게를 실으면서 경제부문의 체감성과를 높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열었다. 2만 달러를 돌파한 지 12년 만이다. 그러나 전반적인 경제성과는 당초 기대했던 것과 크게 달랐고, 수출과 투자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특히 경제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지난 2년간의 경제성과를 두고 낙제점을 줬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문재인 정권은 10점 만점에 5.1점을 받았다.
지난 4월17일 경실련은 정부 출범 2년을 맞아 ‘국정운영’에 대한 전문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관련 조사는 문재인 정부 2년의 성과를 점검하고 올바른 국정운영과 정책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실시했다고 경실련 측은 전했다. 경제·정치·행정·법률 등 전문가를 대상으로 온라인을 통해 4월5일부터 12일까지 8일간 진행했으며, 응답자는 총 310명이었다.
전문가들은 정부 2년간의 ‘국정운영’에 대해 10점 만점에 5.1점으로 평가했고, 응답자의 52.2%인 162명이 5점 이하를 줘 부정적 평가가 많았다.
경실련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인사, 일자리, 권력기관 개혁, 적폐청산, 남북·한미 관계, 개인정보 정책)의 조사에서 전문가들은 10점 만점에 평균 5.0점을 줘 부정적 평가를 했다. 전문가들이 가장 낮게 평가한 정책은 ‘인사정책’으로 3.9점이었고, 다음은 ‘일자리 정책’ 4.2점이었다. 특히 ‘인사정책’은 가장 낮은 1점의 빈도가 71명(22.9%)으로 최근 장관후보자 논란 등 인사 검증 논란이 계속되면서 낙제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경실련은 전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일자리 정책이 정부 핵심공약임에도 불구하고 4.2점으로 낮았다. 경실련에 따르면 일자리 정책은 가장 낮은 점수인 1점의 빈도가 70명(22.6%)으로 정부의 재정투입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낮은 평가를 하였다.
실제 정부기관 통계에서 조차 부정적인 집계를 보였다. 통계청의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4월 취업자 수는 2703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17만1000명 늘었지만 앞서 2~3월 25만 명을 넘은 것을 감안한다면 한풀 꺾인 셈이다.
실업률은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실업자는 124만4000명으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 통계청은 지방직 공무원 시험이 과거 3월에서 올해 4월로 변경되면서 전년 대비 실업자와 실업률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15~29세 청년층 체감실업률이 2개월 연속 25%를 웃돌면서 2000년 통계가 작성된 이래 가장 높은 11.5%를 보였다. 1년 전보다 0.8%포인트 상승했다. 체감실업률을 나타내는 청년층 확장실업률은 2015년 2월 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4월 취업자 수를 연령 및 근로시간별로 보면 60대 이상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33만5000명 늘었지만 40대와 30대는 각각 18만7000명, 9만 명 감소했다. 30~40대 고용 부진은 계속됐다.
이처럼 청년 4명 중 1명꼴 ‘실업자’로 전락했지만 현재 정부 측은 “고용이 좋아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실련이 실시한 ‘국정운영’에 대한 전문가 설문조사를 통해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2년의 주요 정책에 대해 평균 5.1점으로 평가한 것은, 촛불혁명으로 출범한 정부에 대한 기대는 높았으나 성과가 낮고, 정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실망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또 주요 정책 중 ‘부동산’과 ‘재벌개혁’ 정책을 세분해 평가했는데, 부동산 정책의 평균 점수는 4.3점으로 나타났고, 재벌개혁 정책도 평균 4.6점으로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부동산 정책 중 ‘시세와 동떨어진 공시가격 정책’엔 4.6점, ‘공공주택 공급’은 4.4점으로 줘 전반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낙제점으로 평가했으며, 재벌개혁 정책 중 ‘정경유착 근절’ 4.6점, ‘사익편취 근절’ 4.8점 순이었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의 재벌중심 경제구조 개혁 대신 선택했던 일감 몰아주기 등 ‘사익편취 근절’에 대해서도 4.8점으로 낮은 평가를 줬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재벌중심의 경제구조 개혁의 외면과 더불어 중소혁신기업 중심의 경제생태계 구축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평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실련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2년 국정운영에 대한 전문가 평가는 냉정하다”며 “촛불혁명으로 출범한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와 희망은 어느 때 보다 높았지만, 양질의 일자리 창출, 인사 검증 논란,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를 중소혁신기업 중심의 경제생태계 구축을 위한 구조적 개혁, 부동산 보유와 과세의 불평등 개선 등 이전 정부와 뚜렷한 차별성을 드러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남은 임기 동안 더 분발해 과감한 개혁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달나라 사람” “발가벗은 임금님”
한편 지난 14일 열린 중소기업인 대회에서 “우리 경제는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달나라 사람” “발가벗은 임금님” 등 대통령의 현실 인식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다.
유 의원은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경제는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문 대통령 발언에 “잘못된 길을 옳은 길이라고 우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지난 2년간 경제 정책의 실패에 대해 성공이라고 말하는 문 대통령을 보면서 저분은 달나라 사람이 아닌가 했다”고 썼다.
이어 “우리 경제는 장기불황의 어두운 터널 속으로 들어서고 있는데, 대통령은 대체 무엇을 보고 무슨 생각으로 ‘우리 경제는 성공’이라고 말하는 것이냐”며 “대통령의 눈에는 우리 경제를 뒤덮은 먹구름이 왜 보이지 않을까”라고 했다.
특히 유 의원은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성어를 인용 “거짓을 진실로 포장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위험한 일인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지난 2년의 정책실패를 인정하고 경제정책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진정한 용기를 보여 달라”며 “주변 인사들도 대통령을 더 이상 벌거벗은 임금님으로 만들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중소기업인 대회에서 “정부의 경제정책과 성과가 당장은 체감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 뒤 “그러나 총체적으로 본다면 우리 경제는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고 우리 중소기업도 매일 기적을 써 내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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