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는 크게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메모리반도체와 정보저장 없이 연산이나 제어기능을 하는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반도체)로 구분된다. 메모리는 표준품의 대량생산에 필요한 생산기술이 경쟁력의 핵심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시스템반도체는 응용제품의 운용에 필요한 설계기술이 경쟁력의 관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앞서 시스템반도체 저변확대를 위해 시스템IC2010(1998~2011년), 시스템IC2015(2011~2016년) 사업을 추진했지만 산업의 근본적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전문인력 부족과 생태계 경쟁력 미흡, 수요산업과 연계 미비 탓에 2018년 3.1%에 불과한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기술력의 경우 미국의 80% 수준이며, 글로벌 50대 팹리스 중 우리기업은 단 1개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취약한 시스템반도체 육성에 나서기로 하면서 시스템반도체 비전과 전략을 발표했다.
2030년 종합반도체 강국으로 도약
정부가 ‘시스템반도체’ 산업 육성을 통해 오는 2030년 종합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5대 중점대책’을 수립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시스템반도체 비전과 전략’의 중점대책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파운드리 세계1위, 팹리스시장 점유율 10% 달성, 2만7000명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스케일업펀드, 우수기업연구소 선정 등 스케일업 지원, 반도체 설계툴 지원, 창업부터 성장단계까지 애로사항에 대한 원스톱 서비스 제공을 통해 글로벌 수준의 성장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시스템반도체 비전과 전략’을 발표, △팹리스((Fabless. 공장이 없다는 뜻)산업 공공수요창출 및 전용펀드 신설 △파운드리(위탁생산) 산업 세제·금융 지원 확대 △디자인 하우스 육성 등 생태계 조성 △반도체 특화대학 및 계약학과 신설 등 전문인력 양성 △차세대 반도체 10년간 1조원 투자 등을 중점으로 한 ‘5대 중점대책’을 수립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의 설계와 개발을 전문화한 회사인 ‘팹리스’ 시장 점유율 10%, 팹리스로부터 위탁 받아 반도체 생산부문을 맡는 제조 전담기업인 ‘파운드리’ 세계 1위를 달성할 계획이다.
특히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주력하면서 원천기술부터 응용기술까지 국가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을 뿐 시스템 반도체 업계에서는 비교적 약한 모습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시스템 반도체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판단, 국가적인 역량을 투입해 이 분야를 키우기로 했다.
정부는 우선 팹리스의 경우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핵심 분야에 선택과 집중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대대적 수요창출(5大시장 수요연계, 공공수요 2600만 개·2400억 원 이상 발굴, 5G와 시스템반도체 연계) △전용펀드(1000억 원) 신설 △스케일업펀드, 우수기업연구소 선정 등 스케일업 지원 △반도체 설계툴 지원(추경 46억 원) △창업부터 성장단계까지 애로사항에 대한 원스톱 서비스 제공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파운드리는 첨단·틈새시장을 동시공략해 단기간에 세계 1위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대표기업은 하이테크(High-Tech) 첨단분야, 중견기업은 미들테크(Middle-Tech)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기업의 투자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세제·금융을 지원 확대하는 방식이다.
‘팹리스-파운드리’ 상생협력 생태계도 조성한다.
업계는 MPW(Multi Project Wafer) 이용시 물량제한, 셔틀운영 등을 개선해 공정별 적용 횟수(2~3회)를 확대해 나간다. 이에 맞춰 정부는 팹리스-파운드리간 가교역할을 하는 디자인하우스에 설계최적화 된 서비스인프라(S/W 등)를지원할 예정이다.
시장·기업이 필요로 하는 고급·전문인력 1만7000명도 양성한다.
우선 2021년 연세대·고려대에 반도체 계약학과(80명)를 신설한다. 이와 함께 학부생이 전공트랙 이수 시 대학교에서 전문성을 인증해주는 ‘시스템반도체 전공트랙’도 만든다.
또한 기업수요기반 R&D사업과 융합형 고급전문인력 및 산학연계형 석·박사 양성프로그램 등을 추진해 석·박사 인력 4700명을 양성한다.
또 폴리텍대학(안성)을 반도체 특화형으로 전환해 반도체 설계교육센터(IDEC) 지원을 확대(추경 20억원)하고, 대학의 노후화된 장비도 업그레이드(추경 100억원)해 실습교육의 질을 개선한다.
정부는 향후 10년간 약 1조원(과기정통부 4800억 원·산업부5200억 원)을 투자해 차세대(Next Generation) 반도체 개발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산업 패러다임 변화와 시장의 변동에 우리 반도체 산업이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범부처적 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했다”며 “이번 시스템반도체 산업 육성을 통해 2030년 종합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4월30일 경기도 화성에 있는 삼성전자 부품연구동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선포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대한 도전이 성공한다면, 우리는 명실상부한 종합반도체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의 목표는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유지하는 한편,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분야 세계 1위, 펩리스 분야 시장점유율 10%를 달성해 종합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시스템반도체 분야는 현재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1.5배 이상 큰 시장”이라며 “앞으로 로봇, 바이오, 자동차 등 산업의 전 분야에 활용되면 2022년에는 3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인력과 생산기술 역량을 쌓았고, 기업의 투자 여력도 충분하다”며 “얼마든지 세계시장을 석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문 대통령은 “정부는 사람과 기술에 집중 투자하겠다. 당장 내년부터 1조 원 수준의 기술개발 사업을 추진해 차세대 반도체 원천기술을 확보해 나갈 예정”이라며 “팹리스 전용펀드를 신규로 조성하고 성장단계별 지원체계를 구축해 창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는 내수시장을 위해 공공분야부터 열겠다”며 “2030년까지 2600만개의 칩, 2400억 원 이상 규모의 시스템 반도체 시장을 창출할 것”이라고 공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