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입지를 둘러싼 지자체 간 경쟁이 뜨겁다. SK하이닉스를 주축으로 장비, 소재, 부품 등 반도체 관련 기업 생태계가 조성된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1만여 명에 이른다. 경기 용인과 이천, 경북 구미와 충북 청주 등이 천문학적 경제 효과를 얻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형국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전국 자치단체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추진 중인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전에 경기 용인, 이천과 충북 청주, 경북 구미가 가세했다. 유치전에는 지역 국회의원까지 나서면서 힘겨루기 양상도 벌어지는 상황이다.
용인, 거대 첨단산업 벨트 조성 카드
경기도에선 용인시와 이천시가 유치전에 참여했다. 먼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는 용인시는 풍부한 인프라를 내세우고 있다. 서울과도 가깝고 사통팔달의 도로망을 갖춘 게 강점이라고 내걸고 있는데, 한다. 삼성전자 기흥반도체 공장이 입지해 있는 만큼 인프라를 강화·확대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국내 반도체 양대산맥과 부품, 소재, 장비를 비롯한 반도체 전·후 공정 업체까지 한 곳에 있어 기술 집적화를 위한 협업이 가능하고 고급 인력 수급도 수월하다는 주장이다. 수도권에 중첩된 각종 규제로 체계적 도시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경제 발전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백군기 용인시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사업을 우리 시에 유치할 수 있도록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겠다”며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앞서 용인시의회는 남홍숙 의원(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용인 유치 결의안’을 채택했다.
남 의원은 “용인은 기흥반도체 공장이 입지해 있는 등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핵심역할을 하고 있으며 풍부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어 반도체 산업 발전에 최적의 입지”라며 “계획대로 용인에 반도체 공장과 더불어 부품, 소재, 장비 업체까지 입지한다면 용인~이천~화성~평택을 연결하는 거대 첨단산업 벨트가 돼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수도권 내 중첩규제로 인해 도시개발과 자족기능 구축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에 보탬이 되고, 더 나아가 국가 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의회는 결의안을 국회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부처 및 전국 시·군·구에 송부할 계획이다.
이천 “SK하이닉스는 이천 소재”
“SK하이닉스는 현대전자에서 시작해 36년여 간 이천에서 기업을 운영해오고 있다. 그간 법정관리와 구리공정 등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시민들과 함께 극복하며 투쟁한 ‘이천 시민 기업.’” 엄태준 경기 이천시장은 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유치를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
엄 시장은 지난달 기자회견을 갖고 “올해부터 10년 간 120조 원이 투입되는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단지가 SK하이닉스 본사가 있는 이천에 조성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2020년 완공 예정인 SK하이닉스 M16 공장이 들어서면 이천은 세계 제일의 반도체 도시로 거듭난다”며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된다면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 1위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천시의회도 ‘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에 대한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힘을 보탰다. 홍헌표 의장(민주당)은 “결의문 채택 이후 집행부와 한 자리에 모여 논의했다. 정부가 상반기 중에 결정한다고 하는데 뒷짐지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서자는 데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천시는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전에 힘을 더하기 위해 정부에 규제 완화를 요구할 계획이다. 홍 의장은 “국토교통부의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를 거치면 자연보전권역에서도 공장을 유치할 수 있게 된다. 대통령령으로 자연보전권역 일부 범위를 축소, 조정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집행부와 의회가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