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미래=조미진 기자] 나라의 기개와 민주주의 상징으로 통하는 서울 광화문 광장이 2021년 서울시의 북악산에서 한강으로 이어지는 광범위한 도심 역사문화경관 재구성 프로젝트로 크게 달라진다.
시는 광화문광장의 미래 청사진을 그리기위한 국제설계공모 최종 당선작을 21일 발표하고, 새 광화문을 위한 프로젝트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당선작은 70:1의 경쟁률을 뚫은 (CA조경, 김영민(서울시립대 조경학과), ㈜유신, ㈜선인터라인 건축)다.
시에 따르면 광화문 광장 인근 세종문화회관 앞 차로가 광장으로 편입돼 광장 규모가 3.7배로 확장되고, 해치광장 등 세 곳으로 단절돼 있던 지하공간은 하나로 통합되어 시민을 위한 또 다른 광장이 생긴다.
지상과 지하 광장은 ‘선큰’공간으로 연결, 서울 도심 역사문화경관의 핵심인 경복궁~북악산의 한국적 경관을 재구성한다. 또, 광화문광장의 단절을 정비해 북악산~한강으로 이어지는 ‘역사경관축’을 회복한다.
시는 새로운 광화문광장의 기본 방향을 △광화문의 600년 ‘역사성’ △3.1운동부터 촛불민주제까지 광장민주주의를 지탱해 온 ‘시민성’ △지상·지하 네트워크 확대를 통한 ‘보행성’ 회복으로 설정했다. 이를 통해 광장과 주변 도시공간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큰 그림이다.
당선작은 시가 제시한 기본방향을 반영해 크게 세 가지 목표를 구현하고자 했다. △주작대로(육조거리) 복원을 통한 국가상징축(북악산~광화문광장~숭례문~용산~한강) 완성 △지상·지하광장의 입체적 연결로 시민이 주인인 다층적 기억의 공간을 형성 △자연과 도시를 아우르는 한국적 경관의 재구성(북악산~경복궁~광화문)이다.
당선작, 이순신상·세종대왕상의 ‘이동’ 제안
공간구상의 콘셉트는 지상은 ‘비움’ 지하는 ‘채움’이다. 경복궁 전면의 ‘역사광장’(약 3만6000㎡)과 역사광장 남측에는 ‘시민광장’(약 2만4000㎡)이 조성된다. 지상광장은 질서 없는 구조물과 배치를 정리해 경복궁과 그 뒤 북악산의 원경을 광장 어디서든 막힘없이 볼 수 있고, 다양한 대형 이벤트가 열릴 수 있도록 비움의 공간으로 조성한다.
이를 위해 세종대왕상과 이순신장군상을 세종문화회관 옆과 옛 삼군부 터(정부종합청사 앞)로 각각 이전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지하광장은 콘서트, 전시회 같은 문화 이벤트가 연중 열리는 휴식, 문화, 교육, 체험 공간으로 채워진다.
지상과 지하는 ‘선큰’공간으로 연결된다. 역사광장 초입부에 조성되는 선큰공간은 지하광장에서 지하철까지 이어진다. 방문객들은 북악산의 녹음과 광화문의 전경을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역사광장과 만나게 된다. 단차를 활용한 테라스 정원은 휴식과 만남의 장소로 조성된다.
[‘새로운 광화문 프로젝트’ 공모 당선작 투시도/자료=서울시]
승효상 심사위원장은 “당선작은 광장 지상 공간을 비워서 강력한 도시적 역사적 축을 형성하고, 이렇게 비워진 공간에 다양한 시민활동을 담고자 광장 주변부 지하공간을 긴밀하게 연결해 지하도시를 실현했다”고 평했다.
이어 “선큰공간을 적절히 배치해 시민의 접근성과 공간 쾌적성을 높였다. 따라서 현재 교통섬 같은 광화문광장이 주변 공간과 밀접하게 연결돼, 시민의 일상적 공간을 회복하고 역사도시 서울을 새롭게 인식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선 팀에게는 기본 및 실시설계권이 주어진다. 서울시는 당선자와 설계범위 등에 대해 구체적 협의를 한 뒤 2월 중 설계계약을 체결, 연내 설계를 마무리하고 내년 초 공사에 들어가 2021년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번 사업을 ‘새로운 광화문 프로젝트’로 명명하고, 당선작이 제시한 미래 광화문광장을 구현하는 동시에 역사문화, 교통, 가로환경 등을 아우르는 광화문 일대 도시공간을 대대적으로 혁신한다고 밝혔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6가지 정책 방향도 제시했다.
먼저 600년 역사의 숨결을 느끼도록 광화문 일대 역사문화 자원을 재창조한다. 국가정사를 총괄하던 조선시대 최고 정치기구였으나 일제강점기 때 훼손돼 지금은 흔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의정부’ 터 발굴을 연내 마무리한다. 세종문화회관과 그 일대는 대한민국 대표 문화예술공간으로 조성된다. 특히, 정부서울청사 별관 앞 세종로공원 부지를 활용한 클래식 콘서트홀 건립을 검토한다.
또 ‘세종로 지구단위계획’을 올 연말까지 재정비해 북촌, 서촌, 사직동, 정동, 청계천 등 그물망처럼 연결된 역사도심공간을 광화문을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재편한다.
광장을 중심으로 도심 지하공간을 단절 없이 연결해 보행권을 확대하는 방향성도 제시됐다. 날씨·계절에 상관없이 시민과 관광객이 걸어서 광장으로 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계획대로라면 광화문~시청~을지로~동대문에 이르는 4km의 지하 보행 네트워크가 완성되고, 침체됐던 지하보도 상권에도 활력이 될 것으로 시는 기대하고 있다.
GTX-A노선 ‘광화문 복합역사’ 추진
광화문 세종대로 일대를 차량 중심에서 보행과 대중교통 중심으로 바꾸고, 광화문 복합역사를 신설해 강북 도심권의 대중교통 허브로 육성한다.
특히, 수도권 서북부와 동남부를 고속으로 연결하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A노선(파주 운정~서울~화성 동탄)의 ‘광화문 복합역사’ 신설을 추진한다. GTX-A 노선이 정차하는 강남 지역의 ‘영동대로 복합역사’ 개발과 발맞춰 강남-북 간 도심 연결축을 강화하고 서울의 균형발전을 앞당기는 모멘텀으로 삼을 계획이다.
시는 ‘광화문 복합역사’ 신설이 결정되면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선(용산~고양 삼송) 등 광역철도 노선도 추가로 정차하도록 추진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지하보도로 연결되는 광화문역~시청역에 총 5개 노선(GTX-A,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선, 1·2·5호선)을 환승할 수 있는 대규모 복합역사가 완성된다. 이 일대 교통수요 상당수를 철도 대중교통이 흡수해 교통, 대기질 등 다양한 도시문제도 함께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운 광화문 프로젝트’ 이후 광화문~경복궁~북악산을 연결해 국민에게 되돌려주는 장기계획이 실현되도록 시는 정부와 협력을 지속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일제강점기 때 훼손됐던 월대(月臺, 궁전 건물 앞에 놓는 넓은 단) 상부 도로 이설을 위한 도시계획 절차를 연내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월대 발굴조사가 착수될 수 있도록 문화재청과 적극 협조할 방침이다.
사눈 이번 프로젝트의 추진 과정에서 시민과 협력을 중요시 한다는 계획이다. 사회적 공론화와 각계 의견수렴을 위해 지난해 7월 출범한 집단지성 거버넌스 ‘광화문시민위원회’는 추후 기본 및 실시설계 등 공간계획 수립과 운영방안 마련까지 조성 과정 전반에 주도적 역할을 해나가게 된다.
한편, 서울시는 오는 25일 서울시청에서 시상식을 개최하고, 시청 로비, 광화문 해치마당 등 주요 공간에서 당선작을 비롯한 수상작 전체를 전시해 시민들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21년이면 서울에도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 같은 국가 상징광장이 시민 품으로 돌아온다”며 “광화문 일대는 수도 서울 600년의 수많은 역사를 간직한 공간으로, 이 프로젝트는 서울을 다음 세대에 자랑스럽게 물려주기 위한 전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양한 주체가 조성 과정에 참여해, 시민들에게 사랑받고 세계인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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