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관법 운용주체별 역할 분담/자료=건축도시공간연구소]
일본은 1970년대부터 경관관리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근거로 독자적인 경관 시책을 추진했다. 이후 시책 추진 과정에서 근거법 부재로 인한 문제점이 대두, 이에 중앙정부 차원의 경관정책 방향 설정논의가 시작됐다. 국토교통성은 2003년에 ‘아름다운 국가 만들기 정책대강’을 발표하고 이듬해인 2004년에 경관법을 제정했다.
일본의 경관계획은 주로 경관계획 구역 확정, 양호한 경관 형성을 위한 행위제한(경관 형성기준), 경관 중요 건조물 또는 경관 중요 수목의 지정 방침 등에 관한 사항을 중점으로 다루고 있다. 경관계획은 경관행정단체로 인정받은 기초지자체가 수립할 수 있다. 기초지자체 역량이 부족할 경우는 광역지자체가 대신할 수 있다. 2017년 기준 1741개 지자체 가운데 경관행정단체로 지정된 지자체는 약 700개다. 이 가운데 538개 지자체에서 경관계획을 수립했고,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 시까지 900개 지자체의 경관계획 수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도쿄는 1994년 도시경관 마스터플랜을 수립, 1997년 조례로 도쿄도 경관조례를 제정·운영하다 2004년 경관법 제정 후 위임조례로 도쿄도 경관조례를 전면 개정하고 2007년 도쿄도 경관계획을 수립했다.
도쿄는 수도로서 역사적이고 상징적인 경관 형성을 위해 대규모 개발사업과 건축물 조성을 중점 관리하고 있다. 특히 역사적 경관 형성을 위해 수도를 상징하는 건축물의 전망 보전, 황궁 주변의 품격 있는 경관 유도, 역사적 경관의 보존·복원, 역사적 건조물의 보존·활용 등을 강조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수도를 상징하는 건축물의 조망 보전을 위해 역사적 경관 형성지침을 마련하고 메이지신궁 시게노리기념회 회관, 국회의사당, 영빈관, 도쿄역 마루노우치역사 4개 건축물의 배후지에는 건축물의 높이와 광고물 등을 규제하고 있다.
도쿄는 경관계획을 수립을 통해 도시 전반에 걸친 전략 및 관리 틀을 제시하고, 자치구는 도쿄의 경관계획을 준용해 경관계획을 자체 수립하고 있다. 도쿄도 내 경관계획을 수립한 10개 자치구는 수립한 계획에 따라 경관관리 업무를 직접 수행하고 있으며, 경관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자치구는 현재 도쿄도가 직접 경관을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자치구가 경관계획을 수립하게 되면 경관행정 업무는 해당 자치구로 이관하게 된다.
도쿄의 경관계획은 대규모 건축물의 사전협의제도, 신고제도, 역사적 경관 형성 방안, 공공사업의 경관 형성 방안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계획에서 제시한 사업과 지구에 대해서는 주로 건축물의 형태, 높이, 의장, 색채, 옥외 광고물 등을 규제한다. 이를 위해 도시계획 등의 인허가, 조례에 따른 권고·명령, 지침에 따른 요청 등 관리 수단을 활용하고 있다.
경관관리 대표 수단인 사전협의제도는 도쿄도의 고유 권한으로, 대규모 건축물의 용적률 상향 시 구체화 계획 수립 전에 협의를 진행하는 제도다. 도시재생특별지구, 시가지 재개발 사업, 종합설계 등 경관 형성이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사업이 사전 협의 대상에 해당한다.
이처럼 일본의 경관관리에서 가장 큰 특징은 경관법을 국토교통성, 농림수산성, 환경성 등 관련 부처가 공동으로 발의하여 제정하고 각 부처에서 해당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마을만들기 원칙에 따라 상향식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즉, 일본 경관관리의 실질적인 주체는 기초지자체이며, 지자체의 역량이 부족한 경우에만 광역지자치인 도쿄도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중앙부처인 국토교통성 또한 직접 국토경관 전반을 관리하기보다 지자체가 경관관리를 체계화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자체의 경관관리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일본은 지속 가능한 지역의 경관관리를 위해 관련 주체에 대한 경관 교육을 체계화해 시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토교통성은 경관행정 담당자, 일반 시민, 어린이 등 관련 주체별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가이드북이나 교재 등을 제작·배포하거나 우수사례를 발굴·홍보하는 등 지원활동을 중점 수행하고 있다.
경관법이 제정된 지 11년이 지난 지금, 1차 경관정책기본계획(2015~2019)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으며, 우리 국토경관 정책은 이제 다음 단계를 모색해야 할 때다. 이러한 시점에서 관련 주체 간 긴밀한 협력, 시민의 경관 활동 적극 참여를 위한 경관 교육 활성화, 전문된 경관행정 인력 확보 등 일본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며,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