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는 수년 전부터 딥 러닝 방식을 바둑에 적용했을 뿐이다. 현 인공지능 수준에 대한 현황을 알 수 있는 사례 정도라고 보아야 한다. 바둑은 경우의 수가 많지만, 게임이라는 분명한 틀과 분명한 목적을 가지는 영역인 만큼 사진 및 언어 인식 연구 등에 비하면 매우 단순한 영역이다. 알파고는 돌을 놓을 위치를 선택하는 ‘정책망’과 해당 위치에 돌을 놓았을 때 승리 확률을 예측하는 ‘가치망’이라는 2개의 신경망을 활용한다. 반면 사진에서 고양이나 사람, 사물 등을 인지하는 인공지능은 12개의 신경망을, 음성 파일에서 언어를 인지하는 인공지능은 15개의 신경망을 활용한다.
현재까지 인류가 개발한 인공지능은 자의식이 없고 인간의 도구로만 활용될 수 있는 ‘약 인공지능’에 해당한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와 본질적 차이는 없다. 단지 한 세대 앞선 소프트웨어 기술이 발견되었을 뿐이라는 것. 현재의 인공지능에 대한 과한 의인화는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약 인공지능’을 넘어선 ‘강 인공지능’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사전적 의미로는 약 인공지능은 어떤 특정한 분야의 주어진 일을 인간의 지시에 따라 수행하는 인공지능을 말하는데 이러한 약 인공지능의 제한된 기능을 뛰어넘어 더 발달된 인공지능이 바로 강 인공지능이다.
강 인공지능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강 인공지능을 만들기 전에 자아, 의식, 영혼 등의 형이상적 관념의 존재 여부를 알아내는 것이 먼저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직까진 SF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먼 미래의 일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무엇보다 현실적인 문제는 인공지능과 기술 발전에 따른 생산력 향상과 노동 수요 감소일 것이다. 이를 두고 ‘인류 번영의 길’일 것이라고 보는 학자들이 있는 반면 실업자 양산으로 ‘패망의 길’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이 두 가지 관점은 모두 인공지능과 기술 발전을 통해 인류가 본질적으로 다른 단계에 이를 것이라는 것을 전제하고 있는데, 이 자체에 부정적인 학자들도 적지 않다. 경제 체제 자체의 본질적 문제에 집중한다면 이러한 인공지능의 개발 자체보다, 그 개발로 인한 이득과 개발을 주도하는 자들이 누구일 것인가가 더 중요한 문제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인공지능 연구는 1950년대 시작과 함께 ‘AI’라는 단어를 탄생시켰고, 이후 대학과 연구 기관에서 지속적으로 연구돼 왔지만 21세기가 시작된 현재까지도 걸음마 수준의 기술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라고 학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알파고가 이세돌에게 승리 한 후 국내 인공지능 연구 1세대인 김진형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알파고, 바둑 두는 게 아니다. 승률 높은 결과 값을 낼 뿐”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인류를 위협하는 인공지능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것이 학자들의 평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앞으로의 방향
인간은 인공지능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미래 산업의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무작정 인공지능 기술에 대해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올바르게 쓴다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해줄 것이 명백하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을 앞으로 어떻게 활용하여 일자리 창출과 보다 나은 인간의 삶, 인공지능 기술 오용에 대한 부작용을 막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국가들은 항상 시대의 패러다임을 먼저 예측하고 적극 대비하고 받아들이며 그것을 발전시켜 전 세계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본다면, 우리도 활용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인공지능 기술을 적극 발전시키고 활용해야 한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인공지능은 수많은 기술 중 하나가 아닌 인류의 역사를 바꾸어놓는 기술일 수 있다. 증기기관 등 산업혁명 시대에 등장한 기계들 또한 인간에게 힘이 위주가 되는 물리적 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켰고, 컴퓨터가 계산 등 단순 노동에서 해방시켰다면, 인공지능은 인간만 할 수 있다고 여겨온 대부분의 작업들을 대신해 수행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인공지능 기술을 소유한 소수와 일자리를 빼앗긴 다수 간의 극단적인 양극화를 가져올 수 있겠으나, 대부분의 인류가 의무적인 노동에서 해방되어 스스로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활동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유토피아를 가져올 수도 있다.
또 인공지능이 발전한 사회에서도 인간은 더 큰 욕망을 만족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동을 할수 있을지, 노동의 필요에서 해방된 사람들이 삶에 충만한 의미를 느끼며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점도 남아있다.
SF와 같은 막연한 미래사회의 일 정도로 관심을 받았던 질문들이 갑자기 현실성을 띠고 제기돼 논의가 활성화되고 있는 단계이지만 ‘당장 몇 년 후 어떤 직업으로 무슨 일을 하면서 먹고 살 수 있을지’가 일반 대중들의 현실적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