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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 대중교통전용지구 조감도/자료=서울시]
한동안 침체됐던 신촌지역 문화와 경제가 다시 살아날까? 1990년대만 해도 ‘신촌’은 ‘홍대’와 함께 서울을 대표하는 문화의 거리였으나, 2000년대 이후 쇠락의 길로 접어들면서 상권이 침체됐다. 게다가 불편한 이동 환경과 교통체증 등으로 인해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어왔다. 특히, 신촌 연세대학교 앞부터 신촌 지하철역까지 약 550m의 연세로는 이용하는 사람에 비해 보도가 좁아 마주 오는 사람들과 부딪히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제는 신촌이 변하고 있다. 올해 1월 6일, 연세로가 보행자 중심의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서울 시내 처음으로 조성된 ‘신촌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는 보행자를 비롯해 16인승 이상 승합차·긴급차량·자전거만 다닐 수 있다. 또한 보행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버스를 포함한 모든 차량이 30㎞/h 이하로 통행해야 하는 ‘Zone30‘으로 운영된다. 서울시와 서대문구는 달라진 연세로를 통해 신촌의 문화가 꽃피고, 사람들이 모이며, 지역의 경제까지 살아나는 ‘선순환 구조’로 완성하는 도시재생을 기대하고 있다.
대중교통전용지구 연세로, 어떻게 바뀌나
서울시는 지난해 초부터 ‘사람 우선의 보행친화도시’로 도시 체질을 바꾸기 위해 대중교통전용지구 도입을 검토해 왔다. 대중교통전용지구 10개 후보지역(신촌·문정·광화문·종로·홍대·청량리·신림·영등포·청담·양천) 중 신촌 연세로가 시범 사업지로 선정됐다. 조성공사는 2013년 9월에 시작해, 2014년 1월 완공했다.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조성된 연세로의 변화는 크게 세 가지로, △도로 차선 변경 및 차량통제 △보도 폭 확장 △보행광장 및 문화행사 지원 등이다. 구체적으로 첫 번째, ‘신촌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는 연세대학 앞에서부터 신촌역 방면으로 각각 편도 1차선이 운영된다. 이에 바뀐 연세로는 24시간동안 일반 차량이 통제 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범칙금이 부과되는 등 엄격하게 운영된다. 다만,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한 자정부터 오전 4시까지는 ‘택시’의 운영이 허용되며, 연세로 내 상가 영업을 위해 허가받은 조업차량은 일부 시간대에 통행이 가능하다.
한편, 서울시는 기존 연세로를 오가던 일반차량의 불편을 해소하고자 신촌 일대 교통체계도 변경했다. 이에 대중교통전용지구 공사에 들어가기 전부터 신촌기차역 입구 교차로 신설, 신촌로터리 통행체계 변경, 연세대입구 신호체계 조정 등 주변 교차로 통행체계를 최적화했다. 또한 기존에 연세대 정문 동측에만 설치됐던 횡단보도를 정문 서측에도 추가 설치해 보행자의 이동 편의와 안전을 높였다. 서울시는 향후 생활권 단위의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위해서 공공자전거도 도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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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서울시]
두 번째, 좁았던 보도 폭이 확대 됐다. 기존 연세로의 보도폭은 3~4m였지만 각종 장애물로 실제 걷는 보도는 1~2m 정도에 불과했다. 이에 보도폭을 최대 8m까지 확대하고, 보행을 방해하던 곳곳의 장애물도 정리됐다. 특히, 기존 2~4차로로 운영되던 도로를 2차로로 줄이는 동시에 차로폭도 3.5m로 축소해 보행공간을 확보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또한 2012년부터 한국전력과 지속적인 협의 끝에 연세로의 상분전함 40개소를 모두 이전했다. 그밖에 장애인·노약자의 보행환경을 고려해 보도와 차도의 높이를 같게 조성됐다. 서울시는 장기적으로 연세로를 ‘차 없는 거리’로 전환해 보행자가 주인되는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
세 번째, 대중교통전용지구 연세로에 보행광장이 조성되고, 각종 문화생사가 개최된다. 서울시는 명물거리 사거리에 ‘오아시스(Oasis) 0.5’라는 컨셉으로 광장과 쉼터를 조성했다. ‘오아시스 0.5’는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보행자가 쉬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며, 다양한 문화행사가 벌어지는 문화공간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한편, 대중교통전용지구 연세로가 주말에는 ‘버스’조차 다닐 수 없는 보행전용거리로 운영된다. 따라서 신촌을 방문하는 보행자들이 보다 자유롭고 안전하게 연세로를 이용할 수 있으며, 평소 도로였던 공간이 다양한 공연과 이벤트가 열리는 무대로 활용됐다. 서울시와 서대문구청은 이번 대중교통전용지구 조성을 통해 신촌 연세로를 서울을 대표하는 젊음의 거리로 부흥할 수 있도록 각종 문화행사를 개최하고, 지역 활동가들이 자발적으로 지역 고유의 문화를 정착시켜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보행자 가득한 대중교통전용지구, 앞으로 과제는?
실제 ‘신촌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가 개통되고 그동안 보행자와 차량이 뒤엉켜 혼잡했던 도로의 모습이 많이 개선됐다. 특히, 차가 다니지 않는 주말에 연세로를 찾아온 시민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예전에는 차가 많이 다니고, 보도가 좁아 다니기 불편했는데 현재 볼거리도 많아지고 걷기에 편해졌다는 평가다. 또한 지역 주민과 인근 학교 학생들도 달라진 모습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넓어진 보도 덕분에 이동하기 훨씬 편해졌으며, 더욱 안전하게 도로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전한다. ‘신촌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인해 찾아오는 인구가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주변 상권도 활기를 뛸 것으로 예상되어, 골목 상인들도 기대하는 눈치이다. 하지만, 이같은 변화에 우려의 목소리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대중교통전용지구 조성전후 비교/자료=서울시]
지난해 9월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조성 공사가 노점상의 반발로 한차례 소동을 겪었다. 당시 노점상들이 도로를 점거하고 집회를 여는 등 농성을 벌렸다. 공사가 진행되기 시작하면서 연세로에 있었던 노점상들이 주변 연대 앞 굴다리와 철길 아래 등으로 이전해야 했고, 차 없는 거리가 조성될 때까지 영업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생존권을 위협 받은 노점상들이 거리로 나온 것이다. 다행히 서대문구청과 노점상연합이 올해 4월부터 연세로 일대 30여개 노점상의 주말 영업을 허용하기로 합의하면서 큰 마찰 없이 공사가 재개됐다.
연세로가 조성되고 나서는 차량 통제로 인한 주변 교통정체를 우려하는 시선도 많다. 원래부터 이동 차량이 많았던 거리가 출입이 제한됐으니, 주변 도로의 통행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연세로 인근 일반통행 골목에도 차량이 늘어나다보니 보행자들과 차들이 뒤엉키는 모습이다. 연세로 양쪽으로 늘어선 상가의 일부 상인들은 차량이 통행하지 않으면 상권도 죽을 거라 걱정한다. 특히, 연세로 주변을 우회해서 다녀야 하는 택시기사들은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다. 연세로 진입이 막히면서 승객을 태우기도 힘들어졌고, 인근 대학 쪽으로 가려면 길을 한바퀴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신촌 주변 병원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연세로가 대중교통전용지구로 바뀌면서 병원셔틀버스 운행이 훨씬 원활해져 대중교통 이용객은 접근성이 좋아졌지만, 자가용이나 택시를 이용하는 방문객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신촌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는 서울시가 보행친화도시로 변하고자 첫 발을 내딛은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서울시와 서대문구는 계획 수립부터 공사가 이뤄지는 순간에도 신촌번영회(상인회), 연세대학교, 현대백화점 등 지역 관계자들과 의견을 주고받고, 긴밀하게 협의해 왔다. 그 결과 조성공사도 원만하게 진행됐고, 지역주민과 방문객의 반응도 대부분 긍정적이다. 서울시는 ‘신촌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의 성공에 힘입어 시내 다른 지역으로도 대중교통전용지구를 확대할 전망이다. 하지만 대중교통전용지구의 긍정적인 변화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보완책도 지속적으로 마련 되어야한다. 앞으로 조성되는 대중교통전용지구도 ’보행친화도시‘로 가는 길이 되고, 도시를 살리는 신호탄이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