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한창인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마지막까지 성공적인 올림픽을 기원하며 대규모 후원과 다양한 마케팅 활동에 나서고 있다. 선수들이 누비는 경기장을 짓고, 동계올림픽 종목의 활성화를 위해 1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금액을 후원하는 등 기업들의 스포츠 지원이 날로 발전하며 양질의 환경조성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평창올림픽에서 태극전사들이 선전하면서 동계 스포츠 종목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국내 기업들이 조명을 받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 상당수는 많게는 수십 년 전부터 비인기 스포츠를 육성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삼성, 현대 등 주요 그룹 오너와 그 일가는 선수들에 대한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봅슬레이, 스켈레톤, 컬링 등 동계올림픽에서만 관심 받는 종목들이지만, 선수들의 땀과 눈물 뒤에는 국내 기업들의 꾸준한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비상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경제적 지원과 다양한 캠페인
재계에 따르면 2018 평창동계올림픽 ‘공식파트너’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SK, LG그룹, 현대기아자동차, 롯데, 포스코, KT, 한국전력, 대한항공 등 주요 대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공식 스폰서’에는 삼성생명, 삼성화재, 네이버, 한화그룹, 신세계 등도 거들고 있다. ‘공식 공급사’는 한진그룹, 현대백화점그룹, 한샘, 삼성물산, 한진관광, 에쓰오일 등이 참여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인천국제공항에 모이는 세계 각국의 선수단과 승객들을 위해 대한항공만의 차별화된 캠페인을 선보였다. 또한 2월1일부터 27일까지 인천국제공항과 동계올림픽의 관문 공항인 양양공항을 연결하는 ‘환승전용 내항기’를 임시로 운항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월드와이드 올림픽 파트너인 삼성전자는 대회진행용 스마트폰과 태블릿, 노트북 등 전자기기를 제공했다. 현대자동차는 기아자동차와 함께 평창 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 차량 부문 공식 후원사로서 승용·승합차 2600여 대와 버스 약 1200대, 차세대 수소전기차와 수소전기버스 등의 차량을 지원하고 있다.
SK그룹도 대회 운영에 필요한 경제적 지원에 나서는 것은 물론 각 계열사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에 나서고 있는데, SK이노베이션의 경우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기업 PR 캠페인 광고를 제작, 자사 공식 블로그와 페이스북, 유튜브 등의 채널을 통해 온라인 홍보전에 나서고 있다.
한화그룹은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대회운영과 우리나라 선수들의 좋은 성적을 기원하기 위해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를 통해 스켈레톤, 봅슬레이 등을 포함한 약 1400여 장의 입장권과 올림픽 기념품을 구매했다. 무엇보다 한화는 100일 동안 7500명의 성화 주자가 사용한 9640개의 성화봉을 제작한 것은 물론 올림픽 개·폐막식 및 서울, 인천, 부산, 세종 등 주요 도시에 성화가 도착하는 날에 맞춰 불꽃 축제 행사를 여는 등 모두 35번에 걸쳐 불꽃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통신사로는 유일하게 공식 파트너 대열에 합류한 KT는 대회통신망과 방송 중계망을 맡아 세계 최초 ‘5G 시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포스코는 국제방송센터, 미디어레지던스, 관동하키센터 등 평창올림픽 주요 시설물에 자사 고급형강 제품 등 월드 프리미엄 제품을 대거 적용해 눈길을 끌고 있다.
경기장도 짓고, 후원금도 큰 건설사들
건설사들은 평창동계올림픽 선수들이 누빌 경기장을 만들었다. 대림산업은 이번 동계올림픽 메인 무대 격인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를 건립했다. 슬라이딩센터는 세계에서 19번째로 지어진 썰매 전용 경기장으로 평창올림픽이 열리는 2018년을 기념해 총 길이 2018m로 설계됐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토목공사 경험을 살려 기존 슬라이딩센터에 적용했는데, 이 중 주목받은 공법은 얼음 트랙의 뼈대가 되는 수백 개의 지그(냉동 파이프를 걸 수 있는 선로구조물)를 사전 제작했다. 슬라이딩센터 건설에 자동화 방식을 적용해 외부 공장에서 모두 만들어 와 현장에서 조립만 한 것이다.
대림산업은 이 같은 방식으로 공사 기간을 단축하면서도 안전에도 신경 쓰면서, 2022년 올림픽 개최지인 중국 베이징에서 트랙공법 등에 대한 자문을 요구받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 계룡건설은 아이스 아레나와 강릉하키센터, 관동하키센터 등을 건설했고, 태영건설은 IOC총회가 열린 강릉 올림픽 아트센터를 건립했다.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며 격려금 및 후원금을 전달한 건설사도 있다. 재계에 따르면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선수단에 격려금 1억 원을 전달했다. 또한 현대산업개발은 평창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숙박 인프라도 지원했다. 태영건설은 평창이 동계올림픽 개최도시로 선정되기도 전인 2011년부터 평창올림픽 유치 성공을 바라며 후원금 3억 원을 전달했다.
봅슬레이, 스켈레톤 등 종목별로 지원하는 기업
종목별 기업들의 후원도 다양하다. 스켈레톤, 봅슬레이 등 동계올림픽의 각종 종목들은 고가의 장비와 시설이 절실한 형편이다. ‘선진국형 스포츠’로 알려져 있다.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스켈레톤’은 LG전자·CJ제일제당·KB금융·포스코대우 등의 지원이 있었다. 특히 LG전자는 2015년부터 스켈레톤 국가대표팀을 후원해 왔으며, CJ제일제당과 KB금융은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공식 후원사다. 포스코대우는 2011년부터 지금까지 국내외 훈련비 등을 지원해 왔다. ‘봅슬레이’의 경우 연맹의 공식 후원사인 현대자동차가 지난 2014년부터 대표팀을 후원하면서 맞춤형 썰매 제작을 지원해 왔다.
또 다른 비인기 종목 컬링은 대한컬링경기연맹의 공식 후원사를 맡아 온 신세계와 KB금융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재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대한컬링연맹과 100억 원 규모의 후원사 계약을 맺고 해당 종목 육성에 선도적으로 ‘올인’해 왔다. 이를 위해 국가대표팀 훈련비 등을 지원하는 동시에 2013년부턴 매년 ‘신세계-이마트 전국컬링대회’를 개최해 왔다. KB금융도 대표팀과 해당 선수권대회 등을 후원 중이다.
루지·바이애슬론 등은 각각 대한루지경기연맹 공식 후원사인 KT·하나금융과 대한바이애슬론연맹 공식 후원사인 한국가스공사·기업은행 등의 지원이 이어져 왔다. 스노보드(평행 대회전) 종목의 첫 올림픽 메달리스트 기록에 도전하는 기대주 이상호 선수의 경우에는 CJ제일제당이 후원하고 있다.
한라그룹은 국내 아이스하키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은 아이스하키 마니아로 알려져 있는데 1994년 프로 아이스하키팀 ‘만도위니아(현 안양한라)’를 창단한 후 20년 넘게 아이스하키 종목에 애정을 쏟고 있다. 알려진 바에 다르면 지난 IMF 당시 아이스하키 실업팀들이 줄줄이 해체하는 사태가 벌어졌는데, 유일하게 한라 팀만 해체를 하지 않았다. 바로 정 회장의 ‘팬 심’ 때문이었다는 것. 덕분에 국내 실업팀의 명맥이 끊어질 위기를 넘기고 기적적으로 생존했다는 후문이다. 정 회장은 지금도 사재까지 쏟아 부으며 한국 아이스하키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선수들의 선전에는 국내 기업들의 후원이 한몫을 하고 있다. 짧은 스포츠 역사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의 스포츠강국을 달성하고, 하계·동계 올림픽,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 세계 4대 스포츠 이벤트를 모두 개최하는 국가가 된 데에는 국내 기업들의 역할이 지대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