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 명절 설을 앞두고 국내 주요 기업들이 협력업체들과의 ‘상생’에 발 벗고 나섰다. 협력사 물품대급을 앞당겨 지급하고,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생필품을 지원하는 등 따뜻한 명절나기에 힘을 더하고 있다. 삼성, 현대차, LG 등 주요 그룹은 물론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호반건설,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동양건설산업 등이 대표적이다. 건설업계는 원자재값과 임금상승, 상여금 등 자금수요가 많은 협력업체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공사대금을 미리 지급하고 있고, 정부와 각 지자체 또한 설 명절을 맞아 공사대금 지급 계획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업계 일각에선 “현장에는 임금, 공사대금 체불 등 하도급간 자금지급이 지연되거나 미지급 되는 사례가 종종 있어왔다”며 “경제 상생을 위해선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한 자금 조기지급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 현대차, LG 등 주요 그룹은 명절을 맞아 상여금과 부자재 대금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협력사를 위해 납품대금을 당초보다 앞당겨 지급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지, 삼성SDS 등은 약 4000억원 규모의 협력사 물품대금을 최대 7일 앞당겨 설 연휴 전 지급한다.
삼성전자는 협력사 물품대금을 월 4회, 전자계열사들은 월 3~4회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으며, 올해는 중소 협력업체의 일시적인 자금부담 해소를 위해 설 연휴를 앞두고 당겨 지급하기로 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협력사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납품대금 1조3964억 원을 연휴 전 지급한다.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현대건설 등 현대차그룹 소속 5개 회사는 부품과 원자재, 소모품 등을 납품하는 4000여개 협력사를 대상으로 예정된 지급일보다 최대 19일 일찍 대금을 지급한다.
한화그룹 주요 제조 계열사들도 설 명절을 앞두고 협력사 물품대금 850억원 가량을 현금으로 조기 지급한다. ㈜한화는 830여개, 한화토탈은 330개, 한화케미칼은 384개 업체, 한화첨단소재는 32개 협력업체에 평소보다 열흘에서 보름 정도 앞당겨 현금으로 지급한다.
LG그룹은 아직 그룹 차원에서 별도의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계열사 위주로 조기 지급을 시행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2000여개 중소 협력사에 80억원의 납품대금을 조기 지급한다. 앞서 LG그룹은 지난해 9월 추석 명절에도 약 1조2000억원의 납품대금을 조기 지급한 만큼 올해도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협력대금 조기 지급을 펼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도 현대백화점과 현대홈쇼핑 등과 거래하는 7200 협력사의 결제대금 3770억 원을 정상 지급일 보다 6일 앞당겨 지급한다. 포스코도 일잔 자재 및 원료 공급사, 공사 참여 기업 등에게 1220억원을 조기 집행한다.
중소 협력업체들의 자금난을 돕기 위해 건설업계도 상생경영을 강화하는 조짐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설 명절을 앞두고 자금수요가 많은 협력회사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설 연휴 전 2438억 원을 조기 지급한다. 현대산업개발의 명절 전 협력회사 대금 조기 현금 지급은 지난 추석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미 현대산업개발은 우수 협력사에게 무이자 대여금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금융기관에 조성한 상생펀드를 통해 대출할 경우 협력회사는 해당금리의 2.0%P의 금리 감면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1차 협력업체가 2, 3차 협력업체들에게 지급해야할 대금을 앞당겨 선지급 할 수 있도록 유도해 대금 조기 지급의 효과가 확산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대건설 협력업체 모두가 따뜻한 설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건설은 외주자금과 자재대금을 설 명절 전까지 조기지급 한다. 금호건설은 지난해 부채비율을 낮춰 공사대금의 조기 지급으로 협력사와의 상생도 실현하고 내실있는 신규수주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동부건설도 협력사 자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기성대금을 설 연휴 전에 조기 지급한다. 기성대금 집행은 당초 이달 말에 집행예정이었으나 설 연휴 전으로 앞당겨 전체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동부건설은 앞선 지난해 추석에도 협력사에게 기성대금을 미리 지급한바 있다.
호반건설도 협력사들이 자금운용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1300여억 원의 공사 및 물품 대금을 조기 지급하기로 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협력사에는 직접 자금을 지원하고, 협력사에 기성금을 100% 현금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협력사들과 지속가능한 동반 성장을 위해 사내에 상생경영위원회 운영으로 불공정 거래행위를 사전 예방 하고 있으며, 협력사의 우수 기술을 제안하거나, 원가 절감 방안 제안 제도 시행을 통해 우수 제안 업체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호반건설은 이 같은 제도 덕에 지난해 동반성장위원회에서 발표한 ‘동반성장지수 기업 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받기도 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보도를 통해 “매년 명절마다 협력사의 자금운용에 도움을 주기 위해 자금을 조기 지급해왔다”며 “앞으로도 협력사와 지속적인 상생을 위한 파트너십 구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동양건설산업과 라인건설도 매월 말 결제했던 협력사 대금을 명절을 앞두고 보름가량 앞당기기로 했다. 명절 전 조기 집행되는 자금은 500억여 원 규모다.
정부도 나섰다. 설 명절 전 건설업체·하도급대금 근로자 임금체불 적발 시 엄중조치 할 것을 시사한 바 있다. 앞서 정부는 설 명절 전 공사대금 조기지급을 위해 지난 1월30일부터 2월6일까지 기성검사를 완료하고, 연휴 전 하도급업체, 자재·장비업체, 현장근로자에게 대금이 지급되도록 계획했다.
조달청은 건설업계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공사대금을 설 명절 전에 지급하고, 하도급대금 체불여부를 특별 점검하는 등 ‘설 민생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조달청은 현재 38개, 약 2조3000억 상당의 공사현장을 직접관리하고 있으며, 설 명절 전 지급되는 공사대금은 약 476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하도급 대금, 자재·장비대금, 근로자 임금 등의 체불현장이 없도록 지난달 23일부터 2주간 하도급대금 체불여부를 특별 점검하기도 했다. 하도급대금의 지급 지연 또는 미지급 등 위법 사항이 발견될 경우 즉각 시정조치하고 미 이행 시 ‘하도급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 등 관련법령에 따라 엄중조치 할 계획이라고 조달청 측은 밝힌 바 있다.
공공기관도 명절 전 공사대금 지급 계획을 내놓고 있다. 우선 서울시는 ‘설 대비 체불임금 방지대책 추진계획’에 따라 시와 계약한 업체에 공사대금을 조기에 지급하고 선금 지급도 확대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기성·준공금을 지급할 때, 이행사실을 통지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검사를 실시하는데 이를 7일로 줄이기로 했다. 또 검사 후 청구 받은 날로부터 5일 이내 지급했던 대가도 3일내 신속 전달한다. 예상 지급규모는 총 77건 586억 원이다.
경북도는 하도급 대금 체불을 없애기 위해 공사비와 물품 대금 등 각종 자금을 조기 지급하고 ‘경북도 관급공사 체불 임금 신고센터’ 운영을 강화한다. 경기 구리시도 설 연휴 시작 전 40여 개 업체에 약 30억 원의 공사 및 물품 대금을 조기 지급한다. 대구교육청과 울산시교육청, 대전서부교육청도 공사대금을 조기집행하기로 했다.
일각에선 “건설현장에는 임금, 공사대금 체불 등 하도급간 자금지급이 지연되거나 미지급 되는 사례가 종종 있어왔다”는 지적과 함께 “명절을 앞두고 주요 기업들의 상생 행보가 협력사와의 관계 강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가 설 명절을 앞두고 기성·준공금 등 공사대금을 조기지급하고, 선급금 지급을 확대하는 등 상생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경제 상생을 위해선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한 자금 조기지급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