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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 품는 호반, 건설업계 지각변동

호반건설, 건설업계 3위 대우건설 인수

김길태 기자   |   등록일 : 2018-02-02 16:2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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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시공능력평가순위/자료=urban114]

건설업계 시공 순위 13위 호반건설이 3위인 대우건설을 집어삼킨다. ‘새우가 고래를 삼킨 격’인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로 건설업계는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호반의 과감한 도전인 데다 국내외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종합 건설사로 탈바꿈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반면 규모가 큰 대우가 작은 회사에 인수됨에 따른 불이익이 있을 것이란 이른바 ‘승자의 저주’ 우려도 흘러나오고 있어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산업은행 대우건설 지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산업은행은 지난달 31일 이사회를 통해 대우건설 지분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호반건설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매각 대상은 산업은행이 사모펀드 ‘KDB 밸류 제6호’를 통해 보유 중인 대우건설 주식 2억193만1209주(지분율 50.75%)다.

산은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매각 대상 지분 50.75% 중 주당 7700원에 지분 40%만 사들이고 나머지 10.75%는 2년 뒤에 인수하는 분할인수 방식으로 대우건설을 인수한다. 매각 대상 전체 지분을 기준으로 계산한 인수가는 1조6242억 원이지만 지분 40%만의 인수대금은 1조28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산업은행은 나머지 10.75%의 지분에 대해 2년 후 풋옵션을 행사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풋옵션에 대해 금융회사의 지급보증을 가져오라는 산은의 요구가 있었는데, 호반이 받아들이면서 협상이 타결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풋옵션에 대한 지급보증을 해주는 금융회사가 ‘적격’이 아니라고 판정되면 이번 인수는 무산될 수 있다는 조심스런 예상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지분을 매각하는 ‘KDB밸류 제6호’의 투자자(LP)로 참여한 미래에셋대우를 지급보증 금융회사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산업은행이 매각 공고를 했을 당시 대우건설의 주가는 7150원 이었으나 최근 하락세로 1월31일 종가 6200원 수준이다. 이번 매각으로 산업은행의 손실은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지분 인수와 유상증자에 투입한 자금만 3조2000억 원이다. 취득원가의 절반 수준 자금이라는 것이다.

지난 2006년 대우건설은 대우그룹 해체 이후 자산관리공사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금호그룹에 당시 6조6000억 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에 매각됐다. 그러나 금호그룹이 불과 4년 만인 2010년 산업은행에 지분을 다시 넘기면서 현재까지 산업은행이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 매각이 성공한다면 대우건설은 7년 여 만에 새로운 주인을 맞게 된다.

[자료=호반건설]

호반건설, 어떤 회사인가

호반건설이 연매출 11조 규모의 대우건설을 품을 것으로 알려지자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1989년 설립한 호반건설은 2017년 시공능력평가 13위 업체로 ‘호반 베르디움’이라는 브랜드를 보유한 아파트 전문 중견 건설회사다.

창업주 김상열 회장이 광주에서 자본금 1억원, 종업원 5명으로 출발해 국내외 골프장 및 KBC광주방송(SBS의 광주전남권 네트워크 방송사) 등 여러 계열사를 두고 있다. 2005년 본사를 서울특별시 강남구 역삼동으로 이전한 호반건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이 경영난에 싸게 내놓은 토지와 공공택지 등을 적극 사들여 사세를 확장했다. 이후 공격적인 영업을 펼친 호반건설은 지난 2009년과 2010년, 2014년 전국 주택공급실적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에도 세종시, 동탄2신도시, 전북혁신도시, 시흥 배곧신도시 등 인기 택지지구에서 성공적인 분양을 이어간 호반건설은 2013년 주택시장 침체기에 LH가 공급한 공공택지를 다시 한 번 대대적으로 매입해 지금까지 12만 가구 이상을 공급한 주택전문 건설업체로 자리 잡았다. 2015년부터는 도시정비사업에도 뛰어들어 서울, 부산 등 알짜 재건축 사업을 수주하고 있다.

호반은 이러한 과정에서 사업 다각화를 꾸준히 진행해 왔고, 2001년 스카이밸리CC, 2010년 하와이와이켈레CC, 2011년 KBC광주방송, 2016년 울트라건설, 2017년 제주퍼시픽랜드 등을 인수하며 M&A 시장에서 ‘단골’로 등장해 왔다. 무엇보다 호반건설은 최근 3년간 5만여 가구(오피스텔 포함)를 공급했는데, 이는 국내 건설업 사업자로 등록된 5만여 건설사 중 같은 기간 최고 실적이라는 평이다. 호반건설은 2017년 7월 자산총액 7조원으로 대기업집단으로 지정 됐다. 

전문가들은 호반건설의 성장의 요인을 두고 크게 외형성장에 얽매이지 않고 내실을 다진다는 점을 뽑기도 했다. 또 유동자금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호반건설은 대내외 적으로 ‘단 한 장의 어음도 사용하지 않고 공사비를 100% 전액 현금 결제한다’는 경영 철학을 내세우고 있다.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을 품는다면 시공능력평가 2위인 현대건설을 위협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자료=대우건설]

바람 잘 날 없는 ‘영욕’의 대우건설 

반면 대우건설은 세 번째 주인을 맞게 됐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올해 상반기 건설업계 인수·합병(M&A) 최대어로 꼽혔다. 지난해 기준 시공능력평가액은 8조3012억원으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에 이어 3위에 올랐고, 자산 약 10조원, 매출도 11조원에 이르는 대형 건설사다. 

심한 부침을 겪었지만 위기를 기회로 극복하면서 내실도 튼튼해졌다. 아파트 브랜드인 ‘푸르지오’를 내세워 2010년부터 7년간 국내 건설사 중에서 가장 많은 주택물량을 공급해왔고, 오랜 기간 해외 사업을 경험하면서 쌓은 노하우도 인정받고 있다. 대우건설 출신이 건설업계 곳곳에서 맹활약 해 이른바 ‘건설업계 인재 사관학교’라는 수식어도 공공연하게 나온다. 

대우건설은 1973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직원 12명으로 설립한 회사다. 김 전 회장이 앞서 설립했던 영진토건을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업계에 뛰어들었다.

대우그룹은 지난 1967년 김우중 전 회장이 서울 중구 충무로에 창업한 대우실업을 모태로 시작됐다. 자본금 500만원으로 출발한 대우그룹은 1970년대 봉제품 및 섬유제품의 수출호조와 더불어 급속히 발전했고, 신흥 사업체로 주목받았다. 특히 당시 정부가 주도하던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을 발판으로 비약적 발전을 거듭하며, 단기간에 대한민국 최대 기업으로 성장해 나갔다. 1970년대 고속 성장을 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아 온 대우그룹은 1980년대 본격적으로 몸집을 불리며 그룹으로서의 면모를 확고히 다져나갔다. 그러나 외환위기와 무리한 몸집 불리기로 인해 1999년 그룹 해체라는 비극을 맞으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탄탄대로를 걷던 대우건설도 IMF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가시밭길에 들어섰다. 1999년 대우그룹 해체와 함께 그룹에서 분리돼 나왔고 경영난을 겪으면서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관리를 받으며 가까스로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2004년 M&A 매물로 나왔다.

대우그룹의 몰락 이후 워크아웃·매각 등 갖은 풍파와 역경에 시달려왔던 대우건설은 그야말로 ‘바람잘 날 없는 기업’이란 평가가 공공연하게 돈다. 

대우건설은 지난 2006년 금호아시아나 그룹에 편입됐다가 2008년 외환위기로 금호그룹이 재정위기에 빠지면서 채권단의 품으로 들어갔다. 금호그룹은 2009년 대우건설을 다시 시장에 내놓았고 2011년 산업은행이 지분 50.75%를 사들이며 최대주주가 됐다. 이후 7년 뒤인 현재 대우건설은 호반건설을 새 주인으로 맞게 됐다. 

“인수 놀랍다” vs “감당할 수 있을까”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8조3012억 원을 기록하며 업계 3위에 올랐다. 1위는 삼성물산, 2위는 현대건설이다. 호반건설은 2조4521억 원으로 13위다. 대우건설의 공사실적을 보면 최근 3년간 공공·민간부문을 합쳐 13조4059억 원으로 호반건설의 3조3217억 원에 비해 4배 이상 높다. 매출액도 지난 2016년 기준 대우건설은 11조1059억 원인 반면 호반건설은 1조2520억 원에 머물렀다. 

대우건설을 품으면서 호반건설은 단숨에 대형 종합건설사로 발돋움할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전영삼 산업은행 부행장은 언론을 통해 “호반건설의 건실하고 탄탄한 재무능력과 대우건설의 우수한 기술력, 전문인력이 결합하면 시너지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대우건설이 주인을 찾아 안정되면 국민경제적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반건설은 지금껏 주택사업에만 특화된 건설업체로 알려져 있다. 앞으로 대우건설의 인수로 인해 토목, 플랜트 등 사업을 확장시킬 수 있고, 해외사업에도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또한 호반건설은 방송국과 레저사업 등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우건설 인수를 힘입어 조직, 인력과 노하우 등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건설업계는 “새우가 고래를 삼킨 격”이란 반응을 보이면서도 또 다른 일각에선 과거 금호그룹과의 인수전 사례를 들어 이른바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기도 한다. 특히 대우건설은 최근 해외수주 부진으로 주택·건축사업 비중이 54%(매출 기준)까지 늘어나 있는 상태여서 똑같이 주택 부분에 강점이 있는 호반건설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워낙 체급차이가 심한 다윗과 골리앗 수준이기 때문에 인수 후 절차가 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은 대우건설이 매각 우선협상자로 선정되자 “반토막 졸속매각”이라며 반대 입장표명을 하기도 했다. “13위 규모 기업이 3위 규모의 초대형 기업을 인수합병 하는 게 말이 되냐”며 반론했다. 자유한국당은 특히 “주택 전문기업에 불과한 호반건설이 인수 후 세계 속의 경영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비판했다.

매출차이와 사업영역의 크기 차이 때문에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앞으로 호반건설이 어떻게 대우건설을 이끌지 지켜봐야 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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