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못지않게 해외에서도 드라이비트 공법 사용으로 인한 화재참사 사례를 엿볼 수 있다. 바로 지구촌을 충격에 빠뜨린 ‘런던 그렌펠타워 화재참사(Grenfell Tower fire)’다.
지난 2017년 6월 영국 런던 서부 노팅힐 부근 켄싱턴에 위치한 24층 아파트(120가구 거주) 그렌펠타워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사건 당일 불은 2층에서 시작해 삽시간에 건물 전체로 확산됐으며, 사고 이후 소방관 250명과 소방차 40대가 출동했지만 불길이 잡히기까지는 6시간이 넘게 걸렸다.
71명의 사망자를 낸 최악의 참사인 런던 그렌펠타워 화재는 2층에 있던 고장 난 냉장고에서 시작됐다. 특히 사고 이후 화재 발생 당시 경보기가 울리지 않았고, 스프링클러도 작동하지 않았으며 드라이비트 공법이 사용되어진 것을 보아 예고된 인재(人災)였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셌다.
실제 사고 이전 그렌펠타워 입주자협의회 측은 건물이 노후해 화재 위험이 크고, 응급차량 또한 접근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관리기구 측에 제기했으나 묵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리모델링에 사용한 가연성 외장재인 드라이비트 공법 사용이 화재 당시 불길을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번지게 하는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조사 결과를 통해 외장재료 강화책이 추진됐다.
반면 지난 8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발생한 86층짜리 초고층 건물 토치타워 화재는 사상자 ‘제로’를 기록해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불길이 토치타워 중간부분부터 시작하여 40여 층까지 불길이 올라왔고, 4시간 여 만에 불길을 잡았다. 다행히 당국의 빠른 대처로 인명피해는 입지 않았다.
토치타워 또한 런던 그렌펠타워와 같은 외장재를 사용했지만 토치타워의 불길은 한쪽 벽면의 위, 아래쪽으로만 빠르게 번졌을 뿐 옆으로까지는 번지지 않아 불길이 닿지 않는 쪽 비상계단으로 사람들이 대피할 수 있었다.
2015년 2월 한 차례 화재를 겪었던 토치타워는 이후 외벽 마감재를 전면 교체하기로 결정하고 교체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아랍에미리트는 2013년부터 15m 이상의 모든 빌딩을 대상으로 내화성 외벽 마감재를 사용하도록 건물 안전 규정도 개정했으며 대부분의 두바이 빌딩은 열가소성 물질의 패널을 마감재로 사용하고 있다.
외장재료 교체 과정 중에 발생한 화재였지만 방화벽 구조 덕에 대형화재를 면할 수 있었다. 두바이의 최신식 빌딩들이 강철 또는 콘크리트로 불길 확산을 막는 방화벽 구조로 지어진 점도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았던 것이다.
화재에서 중요한 여러 가지 요소가 있는데 △구조체가 불에 타서 무너지지 않게 만드는 내화구조, △불의 확산을 막도록 벽을 두껍게 만드는 방화구조, △화재의 확산과 연기를 막기 위하여 잘 타지 않는 재료를 쓰는 것, △건물 방화구획 사이에 방화문과 셔터를 두는 것, △화재가 위아래로 확산되지 않도록 층간에 방화재처리를 하는 것, △스프링클러, 소화전과 소화기 등이 있다.
‘불쏘시개’라고 불리는 드라이비트 공법이 다른 안전한 공법으로 대체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재(人災)를 막기 위한 화재 예방으로는 어느 하나가 중요하지 않다고 할 수 없기에 철저한 계획 아래에서 건물이 만들어져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