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2015년 화재 이후 6층 이상 건축물의 외단열 시스템에 사용되는 마감재에 준불연 단열재 사용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건축법을 개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5년 이후 신축한 건물 역시 현장에선 여전히 불법 시공이 만연해 화재가 발생했을 때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상태라는 지적이다.
공교롭게도 제천 화재 참사가 발생한 당일 행정안전부와 국토교통부는 ‘건축물 단열재 시공 및 관리 실태에 대한 안전감찰 결과 및 부실시공 방지대책’을 발표했다. 무엇보다 단열재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조치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건축법 개정 이후 가장 많이 외단열 시스템의 단열재로 사용하는 것은 ‘PF(Phenolic foam, 페놀폼)’ 단열재다. 이는 KS기준 준불연 단열재(난연2급)으로 305도에서 10분간 가열했을 때 30초 내에 잔류 불꽃이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타지 않는 재료는 아니지만 드라이비트 공법에서의 스티로폼에 비하면 확연히 덜 타는 재료다.
이번 제천 화재에서 피해를 키운 스티로폼보다 두께가 얇으면서도 단열 성능이 뛰어나고 화재에도 상대적으로 안전해 대체재로 빠르게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준불연 단열재의 화재안전 성능 판단 기준이 모호하고, 무엇보다 건설 현장에서 편법 시공이 만연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대체재를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불길과 연기 확산을 저지하는 데는 무용지물이라는데 있다.
국내에서 가연성 단열재의 사용 비율은 68%로 건축법 개정 이후 압도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일본은 불연성 단열재 사용 비율이 73%이고 미국은 85%, 유럽은 63%로 가연성 단열재의 사용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와 정반대 상황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드라이비트의 문제 뿐 아니라 건설, 건축 현장의 편·불법 시공 등에서 비롯된 문제를 국민들에게 잘못된 판단을 제시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화재 안전 관련 법안이 신속하게 처리되어 외벽 마감재료 기준을 불연성 자재로 대폭 전환해야 대형 화재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부실시공 방지 대책은 단열재 제조·유통단계, 건축 인·허가 단계, 단열재 시공 단계로 나누어 적용된다. 정부는 단열재 제조·유통단계에서 외견상 불에 잘 타지 않는 난연 성능 여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난연 성능 등급이 포함된 제품 정보를 단열재 겉면에 표기하도록 했다.
또 난연 성능 시험성적서 전산자료 구축을 통해 설계와 감리 시 단열재의 난연 성능 여부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건축 인·허가 단계에서는 단열재 관련 도서의 제출시기를 건축허가로 앞당겨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검토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단열재 시공 과정에서는 단열재 공급여부와 시공여부, 적합성 여부를 관계자가 서명날인 해 허가권자가 최종 확인하는 난연 성능 품질관리서 도입을 추진하게 된다.
아울러 정부는 단열재 난연 성능 기준을 위반한 제조·유통업자에 대해 3년 이하 징역형을 신설하고, 이전보다 10배 강화한 5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기로 했다. 드라이비트 공법과 단열재 문제가 이번 대책으로 얼마만큼 안전불감증이 부르는 대형 인재(人災)를 줄일 수 있을지 그 실행의지가 중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