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월9일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이 본격 시행된다. 특례법이란 법률을 규정하고 있는 내용에 대한 특례를 규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로, 빈집에 대한 관리 및 소규모주택정비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국가차원의 제도적 기반을 다지기 위함이다.
국토교통부에서는 빈집 및 소규모주택정비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업무지침에 대해 행정 예고했다. 빈집 정비사업에 관한 업무지침에서는 효율적인 빈집 실태조사를 위해 조사구역 실시 주기, 업무대행, 조사자 교육 등 실태 조사 방법 및 빈집 확인점검 절차 등을 빈집정보시스템을 구축·운영하는 방법이 제시된다.
기존 정비사업의 한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는 주거환경이 불량하거나 노후·불량 건축물을 효율적으로 개량 관리하기 위해 정비구역 지정을 통해 정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비구역으로 지정 후 곧바로 공사에 착공하는 것이 아닌, 정비구역 지정 이후 여러 행정절차를 이행해야 하는데, 정책적이나 법률적 요인 혹은 사업성의 문제 등으로 정비사업이 지연되기도 한다.
정비사업이 지연되면서 이미 노후화된 건축물(콘크리트의 경우 30년 이상, 목구조, 연와조 및 석조 등의 20년 이상)들은 노후화되어 더 이상 사람이 거주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들은 대체적으로 전형적인 S자형 생장곡선을 갖고 살아간다. 초기에는 서서히 자라다, 일정 시점부터 급격한 성장을 이루고 그 이후 완만한 성장과 수렴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잇다. 도시의 생장도 이러한 라이프 사이클을 갖고 있다. 유럽 도시연구소의 도시전문가 버그에 따르면 모든 도시는 ‘성장-확장-쇠퇴’의 사이클을 그린다. 그런 과정에서 도시화-교외화-역도시화-재도시화 등의 현상이 복잡하게 엉켜있다고 전하고 있다.
정비사업이 진행되어야 할 시기에 제 때 이뤄지지 못하면서 재도시화 과정을 밟지 못한 도시는 쇠퇴의 사이클을 밟게 된다. 쇠퇴의 단계에 진입하게 되면 주거지를 떠나는 사람들이 생기고, 빈집이 발생하게 된다. 빈집 소유자는 재개발이나 매매를 기다리며 집을 방치하는 것이다.
[쇠퇴하는 도시현황/ 출처=국토교통부]
저출산·저성장에 따른 패러다임의 변화
인구가 밀집되어 있고, 사회적·경제적·정치적 활동의 중심이 되는 곳이 바로 도시다. 이런 도시는 사람에 의해 만들어 지고 성장하며, 사람에 의해 쇠퇴한다. 최근 저출산·고령화가 지속되고 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인구 변화를 살펴보면 조선시대에는 출생률이 매우 높았으나 질병이나 자연재해, 기근 등으로 사망률도 높았기 때문에 인구 성장이 미미 했다. 조선시대 말 우리나라의 인구는 약 1300만 명으로 추정된다.
조선시대를 지나 일제강점기, 6·25전쟁을 걸치면서 인구가 소폭 감소했지만, 1955년부터 1960년대 베이비붐이 일어나며 출생률이 높아져 인구가 1650만 명까지 기록됐다. 이에 정부는 경제개발 5개년과 함께 가족계획 사업이란 정책 아래 인구 억제 정책을 펼치기도 했다.
1960년대 대표적인 가족계획 포스터에는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라는 표어가 나오기도 했다. 출산과 육아를 경제적 가치로 따지면서 아이를 적게 낳는 것이 잘사는 지름길이라 선전했다. 이 후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등의 산아제한 정책을 펼칠 정도로 붐을 일으키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인구 제한 정책 시절이 지나면서 2004년 ‘아빠, 혼자는 싫어요. 엄마, 저도 동생을 갖고 싶어요’라는 표어를 내 걸면서 적극적인 출산 장려 정책을 펼칠 정도로 인구가 감소해 ‘인구절벽’을 실감케 했다.
인구절벽이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한 국가의 인구가 급감해 그 모양이 마치 절벽과 같은 인구 분포도를 그리는 현상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5년 기준 5101만 명 이었던 국내 총인구가 2065년에 4302만 명까지 감소하고, 생산 가능 인구도 2020년 이후 매년 30만명 이상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대부분의 지역에서 주택보급률이 100%를 도달했다. 주택의 공급은 늘어나고 이를 수요할 인구는 줄어드니, 과잉공급 된 주택은 점점 노후화 되고 쇠퇴하여 마을의 흉물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