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복지 로드맵/자료=국토교통부]
지난 11월29일, 문재인 정부가 준비해왔던 ‘주거복지 로드맵’이 발표됐다. 정부는 대대적인 주택 투자수요 억제 대책(6.19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선별적 맞춤형 대응방안’, 8.2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잇달아 발표한 직후부터 향후 5년간 문재인 대통령 임기 동안 펼쳐질 ‘주거복지 로드맵’을 계획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주택정책을 뒷받침하는 양축은 ‘시장안정’과 ‘주거복지’로 현 정부는 ‘서민이 안심하고 사는 주거환경 조성’과 ‘청년과 신혼부부 주거부담 경감’을 핵심 국정과제로 선정했다. 이번 로드맵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제시된 주거복지 관련 국정과제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기 위해 주거복지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주거지원 실현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또한 로드맵의 기본 구상은 매년 공공임대 13만가구 및 공공지원 민간임대 4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기반을 두고 있다. 정부는 ‘전월세 대란’의 재연을 방지하고자 2022년까지 공적 임대주택 비율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평균인 전체의 9%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번에 발표된 주거복지 로드맵 정책의 기본 방향은 ‘과거 공급자 중심의 단편적이고 획일적인 지원에서 수요자 중심의 종합적인 지원과 사회통합형 주거정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주거복지 로드맵에서 내세우고 있는 주요 정책은 △생애단계별·소득수준별 수요자 맞춤형 지원 △무주택 서민·실수요자를 위한 주택 공급 확대 △임대차 시장의 투명성과 안전성 강화다.
‘주거복지 로드맵’의 큰 틀은 향후 5년간 공공주택 100만 가구 공급을 통해 무주택 서민에게 주거사다리를 마련하고 계층 간 사회통합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주거복지 로드맵’에서는 생애단계별·소득수준별 맞춤형 주거를 지원할 방침으로 특히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맞아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청년·신혼·고령가구에 지원을 집중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주거 실태
통계청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과거 80년대에는 주택보급률이 71.2%, 1인당 주거면적이 10.1㎡에 불과했으나 2016년에는 주택보급률이 102.6%, 1인당 주거면적이 33.2㎡로 1인당 주거면적의 경우 80년대와 비교했을 때 3배나 뛰어오른 수치다.
이러한 주거실태에 대한 수치 변화는 장기공공임대의 지속적 건설에 의한 주택 재고 확충 및 주거급여와 기금대출의 수혜대상 확대를 통한 주거복지 기반 마련의 결실로 볼 수 있다.
2007년 주택재고량이 1630만호에서 2016년 1988만호로 지난 10년간 주택 재고는 368만호 증가했으나 주택 매매가격은 24.9% 상승했고,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PIR, Price to Income Ratio)은 5.6배 수준이며 특히 저소득층의 경우 PIR이 9.8배에 달하여 내 집 마련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황이다.
[소득계층별 PIR/자료=국토교통부]
또한, 다주택자의 주택 구매 등으로 자가 점유율은 50~60% 수준에서 정체돼 있고, 저소득층의 자가점유율은 오히려 하락했다.
임차가구 역시 2006년 715만호에서 2016년 826만호로 증가했으나 서민들이 저렴한 부담으로 장기간 거주할 수 있는 장기임대주택은 부족하다. 게다가 민간 임대차시장의 경우 공적규제를 적용받는 등록 임대주택이 적고, 거주기간도 단기로 임차인 권리보호 장치가 미흡해 최대 513만 가구가 주거안정이 보장되지 않는 사적 전월세 주택에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세가격 상승과 주거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월세 확대 등으로 임차가구의 소득 대비 임대료 부담(RIR, Rent to Income Ratio)은 10% 후반을 유지하고 있으며, 저소득층의 월세비중이 73.2%로 고소득층의 34.5%에 비해 두 배 가량 높고 5분위 이하 무주택 임차가구 중 주거비 부담이 매우 큰(RIR 30% 이상) 가구가 32.8%에 달한다.
또한, 전·월세의 평균 거주기간이 10.6년의 자가 3분에 1에 해당하는 약 3.5년으로 짧아 임차가구의 거주 안정성도 낮고 보증금 반환 관련 분쟁 등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갈등 심화 문제도 심각하다.
그간의 주거복지정책에 대한 평가와 문제
이전까지의 주거복지정책은 공급자위주로 진행이 된 탓에 수요자 맞춤형 지원이 미흡했다. 갈수록 청년 일자리 부족, 저출산, 고령화 등의 구조적인 사회문제가 심화되었지만 이러한 사회구조 변화에 대응해 청년 등이 학업과 생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생애단계별 맞춤형 주거지원은 부족한 실정이다.
저성장과 고실업으로 빈곤층이 늘고 있는 청년층에 대한 창업지원, 일자리 창출 및 주거상향을 위한 종합적·장기적 지원이 부족하고 저소득 청년에게 일정기간 주거 시설을 지원하는 데만 그치는 수준으로 청년층의 47%에 해당하는 1인 가구에 적합한 양질의 주택도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신혼부부의 경우 부모 도움 없이는 내집 또는 전셋집 마련이 어렵고, 육아에 대한 부담으로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문제도 발생하지만 이를 위해 정부가 시행한 정책은 분양·임대주택 특별공급 등에 한정되어 있어 신혼부부의 특성을 감안한 육아 등 특화서비스 및 자금 지원 등은 미흡하다.
은퇴 등으로 소득이 낮은 고령층 인구와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 부족도 심각하다. 고령층의 경우 2015년 675만명으로 집계되지만 이들을 위한 돌봄 서비스 등 복지서비스와 연계된 주택이 부족하고 저소득층은 수요에 비해 공공임대주택이 부족해 영구임대주택 입주까지 전국적으로 15개월 이상 대기하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주거 정책의 공공성 약화도 문제점으로 들 수 있다. LH 등 공공 사업주체의 경우 사업성을 개선하고자 저소득층에게 30년 이상 임대하는 장기임대주택보다 분양전환형 임대주택에 치중했고, 민간의 역량을 활용하기 위해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 활성화를 추진했으나 높은 임대료와 입주자격 무제한으로 인해 서민 지원에 한계를 보였다.
이 외에도 정부가 임차인 보호에 있어서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순수 민간임대차 시장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점과 다양한 주체와의 협력이 부족했던 점 등 이전의 주거복지정책이 갖고 있던 한계점들은 현 사회의 주거문제 해결에 장애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