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걸음을 즐기는 인구가 증가하면서 보행자 안전에 대한 문제도 이슈가 되고 있다. 신호등, 횡단보도, 볼라드 등의 다양한 공공시설물은 보행자의 안전을 도모하는 대표적인 보행안전시설이다. 하지만 이들은 이용수단의 발전과 도로시스템의 변화에 완벽히 적응했다고 보기 어렵다. 과거에는 차량이나 오토바이와의 교통사고가 보행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고였으나 최근에는 자전거 문화의 확대, 전동휠 등의 새로운 기기에 의한 사고가 크게 증가했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제시되고 있는 새로운 보행안전시설을 살펴보자.
[공중 횡단보도(Air Crosswalk)/자료=아트.레베데프(Art.Lebedev) 스튜디오]
보행안전시설 중 가장 대표적인 시설인 횡단보도는 다양한 교통사고의 발생지이기도 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보행 사망자는 1,795명으로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65%에 달한다. 그 중 많은 사례가 야간에 발생하는데 주간보다 약 1.6배 이상 많다. 가장 보편적인 이유는 횡단보도 라인의 반사도가 낮기 때문에 야간에 운전자가 횡단보도를 인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해결을 위해 러시아의 아트.레베데프(Art.Lebedev) 스튜디오는 공중 횡단보도(Air Crosswalk)를 디자인했다. 이 제품은 횡단보도 위쪽으로 조명들을 차례대로 설치해 도로 위에 횡단보도 표시를 알린다. 이는 횡단보도 자체를 환하게 밝혀 가시성과 식별성을 높일 수 있다.
국내에서도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디자인이 시도되고 있다. 2010년 ‘발명의 날’을 맞아 대통령 표창을 수상한 ‘LED 횡단보도’는 광주시 남구청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의 아이디어로 탄생됐다. 그는 신문에서 보행자 교통사고의 절반 정도가 횡단보도에서, 야간에 일어난다는 사실을 접했고 운전자에게 횡단보도를 밝게 비춰주면 보행자 사고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 제품은 LED가 내뿜는 빛의 강한 직진성을 약화시켜 횡단보도를 걷는 보행자가 눈부시지 않도록 특수 광학렌즈를 사용했다. 이와 함께 CCTV가 내장돼 야간에도 선명한 화질의 영상을 얻을 수 있어 혹시 모를 뺑소니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제품이 설치된 공간의 실효성이 검증되면서 현재 광주 남구 보건소 앞, 봉선동 어린이 집 앞 등 11곳에 총 44기가 설치되었다.
[LED 횡단보도/자료=urban114]
이러한 시도는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의 횡단보도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안전 사각지대로 확장되고 있다. 친환경을 강조하던 국가 정책에 따라 도시 내·외곽으로 자전거도로 인프라가 구축되었지만 사용자의 안전은 고려되지 않고 급하게 시공된 사례가 많다. 그 중에서도 역시 문제는 야간 환경인데 이는 교통사고뿐만 아니라 다양한 범죄에 보행자를 노출시킨다. 이에 야간환경 문제해결을 위한 새로운 시설물이 최근 한강시민공원 반포나들목에 설치됐다. 횡단보도 양 끝에 설치된 높이 2m의 안전등은 보행자의 안전을 지켜준다. 이 제품은 팀인터페이스가 디자인하고 ㈜비앤씨가 제작한 ‘괄호등’이다. 야간에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할 때 자전거가 접근하면 자동으로 불을 켜고 신호음을 울려 주의를 환기하는 시설이다. 횡단보도 50m, 20m 전에는 쉼표등도 설치됐다. 올해 3월에는 (사)한국안전디자인협회에서 부여하는 ‘SD Mark(Safety Design Mark)’도 받아 안전디자인을 검증받은 바 있다.
[한강시민공원 반포나들목에 설치된 괄호등/자료=서울시]
안전디자인의 목적은 생활 주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발생하는 수많은 인재의 원인은 디자인을 통한 직관적 해결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지 않았던 데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안전디자인은 무엇보다 위험에 노출되지 않는 형태와 구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본래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하지 않도록 디자인되어야 한다. 사용자가 시설물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안전디자인이라고 하면 CPTED(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 Design)나 DAC(Design Against Crime) 같은 범죄예방 디자인에 집중돼 있는데 앞으로는 영역을 확장해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모든 디자인 저변에 안전디자인이 필수적으로 녹아 있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정확한 개념과 올바른 범위, 디자인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특히 사용자 입장에서 니즈를 파악하고 분석·대응하는 디자이너의 혜안이 중요하며, 위기상황 발생에 대한 관심과 관찰, 연구의 심도를 더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