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도별 대학-지자체 협정 체결 건수/자료=서울연구원 정책리포트]
일본은 ‘지역공헌’을 대학의 역할로 명문화하고 내각관방의 도시재생본부가 추진하는 각종 도시재생사업에 대학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일본에서 「지방분권일괄법」이 시행되면서 지역 자생력이 강조되었고 지역의 고령화·쇠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풍부한 인적·지적 자원을 보유한 대학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당시 일본의 대학들도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의존율 증가 등 현재 우리나라 대학들이 겪고 있는 것과 유사한 어려움에 처하게 되면서 2000년 이후 지역사회와 대학의 협정 체결 건수는 급격하게 증가했다. 그후 중앙정부는 대학과 지역사회 협력 증진을 위한 제도화와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했으며, 문부과학성은 2013년부터 대학당 연간 최대 5천 8백만 엔(5억 9,400만 원)을 5년간 지원하는 대학의 사회공헌 지원사업인 COC(Center Of Community)를 진행하고 있다. 그 목표는 ‘지역과 대학의 연계로 마을 개발을 추진하고 실천적인 사회인을 육성하자’는 것으로, 서울시의 캠퍼스타운 목표와 유사하다. 서울시의 사업 목표에 ‘청년 일자리 창출’이 있다는 점이 유일한 차이점이다.
이와 관련해 요코하마시는 지난 2005년 3월부터 관내 30개 대학과 시장을 포함한 주요 관계자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대표자 간 정기 회의를 연 1회 개최하고 실무 담당자 간에는 사안에 따라 수시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시청 내에 대학-지역사회 협력 관련 업무를 전담하고 관련 주체들과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하는 대학조정과도 설치해 운영 중이다. 요코하마 시립대는 지역공헌센터(2009년), 자원봉사 지원실(2015년)을 설치해 대학과 지역사회의 협력과 소통을 전담하고 있다. 요코하마 시립대는 요코하마시 가나자와구의 본 캠퍼스를 중심으로 한 공립 종합대학이다. 2002년 대학이 시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던 나카다 히로시 요코하마 시장의 취임 이후 요코하마 시립대의 지역공헌 활동이 본격화됐다. 일본 문부과학성의 COC 사업에 선정된 요코하마 시립대는 2013년 선정된 첫 해에만 15개 지역공헌 관련 강의를 개설했으며 올해는 170개가량의 강의를 운영 중이다.
[가나자와구 나미끼 거점/자료=나미끼 거점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namiki.ycu)]
요코하마 시립대는 위성거점 개설을 통한 지역 활성화 기여의 일환으로 나미끼 거점과 킨나이 거점을 개설했다. 먼저 나미끼 거점은 2014년 나미끼 지역 상점가 내 빈 점포에 마련된 시립대의 지역공헌 활동 거점공간으로 초고령화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전국적인 선진모델 사례가 됐다. 나미끼 지역은 주민들의 고령화, 인구 감소 등의 과제를 안고 있는데 시립대는 이 거점공간을 중심으로 ‘마을 만들기’를 비롯해 건강 관련 지식이나 생활습관에 대한 설문조사, 건강한 삶에 관한 강좌, 건강 상담 등 시니어 건강을 위한 활동들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시립대의 교직원과 학생, 주민이 거점을 운영·관리하고 있으며, COC 사업에 의한 지원이 끝난 이후에도 지역이 자립적으로 거점공간을 유지할 수 있도록 현재 지역주민을 중심으로 한 운영위원회를 만들어 준비 중에 있다. 킨나이 거점은 시내 중심부의 셰어 오피스 내에 위치하고 있는데 교원의 지역공헌 활동을 위한 거점으로 시민들을 위한 강좌나 시민참여형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나미끼, 킨나이 거점은 지역사회 공헌활동과 주민들 간의 자체적인 활동과 만남을 위한 대학 주도의 거점공간의 개설을 통해 자연스럽게 주민 공동체를 형성하고 강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거점공간 개설 이외에도 시립대는 도서관, 다목적홀, 수영장, 생물학 연수소 등 학교 내 시설을 무료 또는 일정 금액의 이용료를 받고 지역주민에게 개방해 대학의 공간·시설 자원을 지역사회 협력활동을 위한 물적 기반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는 지역주민의 역량 강화와 더불어 공동체 형성이 기여하고 있다. 다목적 홀의 경우 대학이 사용하지 않는 시간에 시민들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있는데 시민들은 이 공간을 동아리 그룹 활동 등으로 이용하고 있다. 요코하마 시립대는 대학이 가진 지적·인적 자원을 활용해 25세 이상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평생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캠퍼스 내부나 시내 공연장 등에서 영어를 비롯한 어학강좌, 문학·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교양강좌에서부터 가벼운 건강 유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의료강좌까지 연간 총 100개 이상의 강좌가 진행되고 있다. ‘캠퍼스타운 가나자와’ 프로그램을 운영해 대학생 봉사활동으로 지역사회 활성화에 기여하고 COC 사업의 지원을 받아 지역과 관련한 정규 강좌를 개설, 지역도매업 활성화 연구 등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 프로젝트도 진행된다.
이처럼 대학은 해당 지역사회의 거점으로서 지역주민들에게 문화와 휴게공간 등을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도시재생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동력으로서 대학 캠퍼스는 꾸준히 조명받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올 하반기에 지역창조형(종합형) 3곳을 공모 방식으로 추가 발굴해 4년(2019~2022)간 최대 100억 원의 시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프로그램형(단위형) 방식은 1곳당 6~30억 원 규모로 대학과 지역에 필요한 개별 사업 단위로 추진된다. 지난해 12월 프로그램형 1단계 사업 대상지로 13곳을 선정했고, 지난 5월에는 캠퍼스타운 세부계획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그러나 서울시 캠퍼스타운 조성사업에서 모집된 계획안들이 ‘청년 창업 지원계획’에 그치면서 대학의 지역사회 공헌은 미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캠퍼스타운 사업 지원대상으로 선정된 13개 대학 중 3곳을 뺀 나머지는 모두 중심계획으로 창업 관련 강의 개설 혹은 창업지원센터 설치 등 획일화된 창업지원안을 내놓았고 창업지원안 외의 계획안은 지역 홍보행사 개최, 홍보영상 제작 등 굳이 대학이 도맡아야 할 이유가 없는 사업에 그친다.
대학의 지속적 협력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다양성을 고려해 공간·시설 협력, 인적·지적 자원 협력, 경제적 협력 등 맞춤형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 또한 대학의 지역공헌 의무를 제도적으로 명문화하고 대학평가에서 지역공헌을 인정하는 한편, 재정적 지원 연계 등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김천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청년 그룹의 참여를 확대하고 민간 자생적 사업 형태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캠퍼스타운 사업 수행 조직 체계는 대학 당국이 사업의 주관자로서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고 자치구와 서울시는 행·재정적 지원을 담당하는 형태로 사업계획 및 시행 단계에서 청년의 선호나 니즈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체계로 판단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학과 청년 창업그룹 간 원활한 의사소통이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과 자치구, 서울시의 행정·사무 인력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조직이 청년의 창의와 혁신에 부응하고 수시로 변화하는 지역 여건과 청년의 요구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보조금 위주의 행정 중심 체계에서 민간의 창의와 역량을 고양할 수 있는 사업 형태로 전환해야 한다. 지역의 잠재력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변화하는 지역 여건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민간주도 사업 모델을 통해 사업의 자립성과 지속성을 확보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