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조경진흥기본계획 비전과 목표/자료=국토부]
우리나라는 1970년대 개발로 인해 훼손된 국토를 복원·정비하고 도시경관을 향상시키기 위해 국가 정책적 차원에서 조경이라는 개념이 도입됐다. 경부고속도로 신설, 문화사적지 정비, 경주종합관광개발 등의 사업에 조경을 접목함으로써 기존 조림 형식의 훼손지 정비에서 벗어나 도시개발계획에 경관 형성을 중심으로 하는 조경기법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후 1980년대에는 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 등의 국제행사를 대비하고자 도시 정비사업을 통해 공원·녹지가 확충됐으며, 동시에 과천 신도시 개발, 목동 신시가지 개발 등 대규모 도시개발과 주거단지의 조경 설계를 통해 조경산업이 활성화됐다. 한강의 경우, 1983년 수립된 한강종합개발계획에 따라 수로 정비와 주변 조경을 통해 도시민의 여가·친수공간으로 거듭났다. 2000년대부터는 생태계 회복과 보전을 위해 자연형 하천정비사업(국토부), 백두대간 복원사업(산림청), 생태축 설치(환경부) 등 여러 부처에서 다양한 생태복원 사업을 추진해 전국적으로 생태 휴식공간이 확대됐다. 최근에는 서울시 경의선 숲길, 서울로 7017 등 공원·녹지 중심의 도시재생사업이나 성수동 동네꽃 축제와 같은 마을재생사업 등 조경을 활용한 지역 활성화 정책이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13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조경진흥기본계획(2017~2021)은 앞서 2015년에 제정된 「조경진흥법」에 의해 첫 번째로 수립되는 중장기 계획이다. 「조경진흥법」은 조경분야의 기반을 조성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민의 생활환경 개선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조경분야의 진흥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것이다. 지금까지 조경산업은 토목·건축·산업설비 등의 부대분야로 인식돼 그 기반이 매우 열악하고 업체들도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에 공원·녹지·단지·가로수 등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조경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법적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조경진흥법」 제5조에 따르면, 조경진흥기본계획은 조경분야의 진흥을 위해 5년마다 수립·시행해야 한다. 조경진흥기본계획이 수립된 배경에는 「조경진흥법」이라는 법제적 이유도 있지만 시대적 흐름에 따른 사회 여건변화에 대응하고 그간의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차원에서 생겨났다고 볼 수 있다.
사회 여건변화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먼저, 조경문화에 대한 국민적 관심 확대를 꼽을 수 있다. 도시농업, 정원 등 친환경 녹색라이프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국제꽃박람회, 조경박람회, 서울정원박람회 등 각종 조경 관련 박람회가 개최됐고, 시민들의 여가 트렌드에 맞춘 다양한 조경문화 사업의 일환으로 서울시와 경기도 등에서는 시민조경 아카데미, 시민정원사 양성교육 등을 운영 중이다. 더불어 쾌적한 주거공간에 대한 수요 증가로 공동주택 내 정원, 텃밭공원 조성 등 조경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두 번째로는 안전과 건강에 대한 사회적 요구뿐만 아니라 여가시간 증가로 방재형 조경인프라, 공원 기반의 건강지원 프로그램 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대되면서 시대적 흐름에 맞는 다양한 조경서비스가 필요해졌다. 거기에 기후변화에 대응한 국제사회의 노력으로 지난 2015년 12월 195개국이 모여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체결했다. 한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 대비 37% 감축을 목표로 설정함에 따라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녹지공간을 활용한 대응방안 모색이 필요한 실정이다.
그간 조경분야에서는 조경서비스의 양적 부족, 조경서비스의 질적 저하, 조경산업의 기반 부족,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미흡한 교육체계, 조경의 가치에 대한 인식 미흡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국내 도시들은 공원 면적의 부족할 뿐만 아니라 도시 내 지역 간 편차가 크다. 2015년 기준 광역지자체 1인당 도시공원 면적은 대구(4.6㎡), 부산(5.5㎡), 광주(6.2㎡), 서울(8.2㎥), 대전(8.5㎡), 인천(9.2㎡), 울산(11.6㎡) 순으로 나타난 가운데 대구·부산·광주 등 국내 주요 도시의 1인당 공원 면적은 도시의 1인당 공원 면적(8.8㎡)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게다가 도시공원 일몰제로 인해 다가오는 2020년 7월 도시계획상 도시공원·녹지로 지정된 지역의 절반 이상이 해제를 앞두고 있어 공원·녹지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2015년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총 934㎢ 도시공원 면적 중 미집행공원의 면적은 516㎢(약 55%)이며, 이에 대한 토지매입비·조성비는 47조 원으로 추정된다.
이와 더불어, 노후화와 사후관리 미흡으로 인한 조경서비스의 질 저하 역시 큰 문제다. 수도권 신도시, 택지지구 등 도시개발사업으로 조성된 근린공원의 상당수가 지정된 후 20년 이상 경과했으며, 열악한 유지·관리로 인해 조경용 식물이 말라 죽거나 공원시설이 노후화 한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조경인프라의 양적 확충에 비해 유지·관리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실정으로 주민들의 이용을 촉진하기 위한 프로그램 개발과 유지·관리 등 질적 측면의 향상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 다만, 지자체에서도 양적 확충을 위한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주민·민간 등과의 연계 방안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미세먼지와 열섬현상 등 기후변화와 안전문제에 대응한 국토·도시 차원의 대응책도 마련돼야 한다.
조경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의 미비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산업 현황, 전문인력 등 관련 기초 통계자료와 조경산업 및 정책연구의 지원을 위한 조직·시설 등의 보강이 필요하다. 조경산업은 건설경기 악화로 인해 2009년 이후 조경 시공분야 매출액이 2010년 70,343억에서 2015년 63,971억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조경 설계분야에서도 매출액 감소뿐만 아니라 종사자수가 정체되는 등 영세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2015년 조경 설계업체당 종사자수는 평균 7.1명, 업체당 매출액은 평균 6.6억 원 수준인데, 이마저도 정당한 사업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어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물론, 과거에 비해 조경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조경의 중요성·전문성 등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족하다. 각종 사업에서 조경의 중요성과 전문성은 배제한 채 건축 및 토목의 부수적인 요소로 간주하는 등 조경에 대한 인식이 미흡한 수준이다. 이번 조경진흥기본계획을 계기로 조경분야의 기반을 조성해 국제적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품격 있는 국토 환경의 구현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