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은 1960년대 나타난 장애인 증가, 고령화 문제와 같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에서 등장하였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장애의 유무와 상관 없이 모든 사람이 무리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도구, 시설, 설비를 설계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의 베트남 전쟁과 같은 국제적 전쟁과 증가하는 교통사고, 자연재해 등으로 많은 장애인이 발생했고, 국가는 이들의 자립을 지원해 사회로 복귀시키려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들이 일할 수 있도록 돕는 제품과 공간 디자인이 생겨났다. 또한, 1960년 당시 북유럽은 급격한 고령화 사회로 치닫고 있었다. 이 국가들은 일손도 부족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고령자 스스로 일상생활을 해결할 수 있도록 ‘고령자가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20세기 후반의 사회적 문제와 인권 의식의 향상은 유니버설 디자인의 초기 개념을 형성하였고 지금의 모습을 완성한 것이다. 최근에는 공공 교통기관 등의 손잡이, 일용품 등이나 서비스, 또 주택이나 도로의 설계 등 보다 폭넓은 분야에서 쓰이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들이 앞장서 유니버설 디자인 도입에 힘을 쓰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010년 서울시 노인복지센터, 장애 영유아 거주시설 등 복지시설을 대상으로 유니버설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도 했다. 경기도는 2011년 2월 유니버설 디자인을 정책과제로 선정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공공공간, 공공건축물, 도시기반시설물, 가로시설물, 공공 정보매체 등 공공시설에 관한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하며, 이 가이드라인 지침에 벗어나면 심의를 통과할 수 없도록 했다. 이렇듯 많은 지자체와 단체에서 유니버설 디자인 도입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아직 개선해야 할 부분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향 신호기/자료=urban114]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지만 설치 또는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은 사례가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향 신호기는 녹색불로 바뀔 때 음성에 의한 안내를 하는 장치로, 녹색불이 켜져 있는 동안에는 균일한 신호음을 낸다. 한 시각장애인은 “방향 횡단보도의 녹색불이 켜졌습니다. 건너가도 좋습니다. 점멸 신호로 바뀌었습니다.” 라는 음향 신호기의 안내방송을 듣고 길을 건넜다. 하지만 건너편의 음향 신호기는 신호등과 약 2m 떨어진 곳에 설치되어 있어 길을 건너면서 이미 횡단보도를 벗어나게 되었다. 심지어 화단 안에 설치되어 있는 음향 신호기도 많아 음향 버튼을 스스로 누를 수도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횡단보도 가까운 곳에 설치는 되어 있지만 작동이 아예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고장신고를 위해 전화번호를 찾아도 점자로 고장신고 전화번호를 안내하지 않고 있다. 실제 설치되는 음향 신호기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설치 기준과 관리에 대한 방안이 하루빨리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교통약자들을 위한 ‘스마트 신호등’이 네덜란드에서 개발되고 시험 운용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네덜란드는 인구밀도 증가와 고령화 진행으로 2013년 이후 6억 유로(약 7,783억 원)를 교통 시스템 개선에 투자해 왔다. 보행자가 안전하게 건널 수 있도록, 또 화물 차량이 수도권에서 원활하게 주행할 수 있도록 신호의 길이를 조정해주는 ‘스마트 신호등’ 도입이 그 핵심 정책 중 하나다. 이 앱은 GPS와 센서를 이용해 사용자 위치 근처의 신호 상태를 확인한다. 만약 사용자가 통과하고 있는 신호가 파란불일 경우 앱에서 버튼을 누르면 파란불 시간이 연장된다. 기존에는 긴 횡단보도를 건널 때 파란불 신호가 짧아 다시 신호가 바뀌는 것을 기다리는 경우가 잦았지만 앱을 사용하면 무리하지 않고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다. 또 신호의 색상을 음성이나 진동으로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시각장애인용 상품도 개발 중이다. 모든 도시의 신호등이 스마트 신호등으로 바뀌었을 때 얻게 되는 경제적 효과는 교통안전과 교통정체 해소,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등으로 연간 9천만 유로(1,167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기능만을 고려했던 신호등에서 점차 사용자와 환경까지도 함께 고려하게 되면서 신호등의 활용성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