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은 서울의 중심에 자리한 우리의 역사와 문화적 삶의 터전으로 경제 성장의 상징적 공간이다. 연 6,500만 명이 이용하는 일상공간이면서 높은 매력을 가진 관광자원으로 활용 가치가 있는 공간으로 꼽힌다. 하지만 개발과 효율이라는 이름 아래 한강은 점차 옛 모습을 잃어가는 중이다. 새서울우리한강(1999), 한강르네상스(2007) 등 서울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한강 모습은 치수와 수자원 확보를 주 목적으로 정비한 지난 1978년과 1986년 1·2차 한강종합개발 이후 기본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단순한 형태의 인공호안과 조경수, 초지 위주의 식생 등으로 하천 고유의 자연경관과 매력이 감소했고, 특히 많은 유동인구와 풍부한 수량, 넓은 유휴부지 등 한강이 가진 잠재력에 비해 관광 경쟁력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최근 세계적으로 도시하천 관리의 경향은 홍수 관리, 자연성 회복, 도시개발과 재생, 관광을 통한 경제 활성화 등 복합적 목적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도시하천의 특성상 도시하천의 관리 측면에서 하천의 치수를 위주로 접근하던 경향에서 점차 시민들의 활동공간으로서 하천이나 수변의 활용과 생태하천 복원으로 관리 방향이 확대돼 왔으며, 이와 더불어 경제적 측면에서 도시재생과 관광 등을 고려해 복합적 수변 개발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한강에 대한 자연성 회복과 관광 자원화라는 시대적 문제의식에 공감한 중앙정부와 서울시는 공동으로 대응하기로 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한강협력계획(2015)’을 마련했다. 도시공간 구조와 중심지 체계, 활동권, 한강-도시공간의 연계 가능성, 지역자원 등을 고려해 7개 권역으로 나누고 각 권역별로 특화된 발전 방향을 수립했다.
[한강 7개 권역 구상도/자료=서울시]
‘마곡-상암’ 권역은 생태거점 친환경 수변공간으로 개발하고 마곡지구와 연계한다. 한류 관광과 문화·창작공간으로 특화할 ‘합정-당산’ 권역은 홍대·신촌·선유도 등과 당인리 문화창작발전소와 연계한 역사·문화·관광벨트를 조성하고 한강의 수변지역으로의 연결성을 높인다. 관광·생태거점과 수상교통 허브로 조성될 ‘여의-이촌’ 권역에는 여의도한강공원~노량진~이촌~경의선숲길~홍대~당인리발전소를 잇는 관광루트를 조성해 국제교류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반포-한남’ 권역은 시민 여가공간과 상징 녹지축으로 조성되며 도심과 예술의전당을 연계한다. ‘압구정-성수’ 권역은 도심 내 여가공간과 친수공간으로 조성되고 압구정 등 패션·상업거리와도 연계된다. ‘영동-잠실-뚝섬’ 권역은 MICE사업·스포츠·비즈니스·쇼핑 등 다기능 융합 공간 조성 등 국제교류복합지구를 육성하고 한강공원을 활용한 수상스포츠·레저공간 등 수변활동 중심공간으로 개발된다. ‘풍납-암사-광진’ 권역은 지역에 다수 분포된 역사·문화 자원을 연결하는 역사탐방루트를 조성하고 권역 내 생태·문화 자원을 연계한다. 시는 여의-이촌 권역을 우선협력거점으로 선정하고 시민 반응과 관광 효과를 점검해가면서 나머지 6개 권역의 사업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우선협력거점은 7개 권역 중 정부와 서울시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우선적으로 공동 추진하는 협력거점이다. 서울시는 우선협력과제로 △여의도 지역 자연성 회복 △이촌 지역 자연성 회복 △여의도 수변문화지구 조성 등을 추진한다. 먼저 여의샛강은 습지를 조성해 수질을 정화하고 샛강 합류부는 자연형 호안, 생태숲·갈대·물억새 조성 등을 통해 생물서식처 확대하는 등 생태기능이 저하된 여의샛강과 샛강 합류부의 수질 개선과 생태기능 회복을 통해 생태관광지로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한강숲도 조성된다. 관광객이나 시민들의 이용이 많은 둔치 부근에는 이용숲을 만들고 여의샛강 합류부에는 생태 서식처로서 생태숲을 형성하며, 자동차전용도로 인근에는 완충숲을 조성한다. 콘크리트 호안으로 수면~둔치 간 생태계가 단절돼 있는 이촌 지역은 인공호안을 철거하고 자연형 하안으로 재정비된다. 또 시민·관광객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탐방로와 수변데크, 쉼터, 다목적 운동공간 등도 조성된다. 접근성이 좋고 유동인구가 많은 여의도 지역에는 수변공간을 활용해 볼거리·먹을거리·즐길거리가 풍부한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든다. 대중문화·관광콘텐츠가 집적된 복합문화시설를 조성해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거듭나게 된다.
[우선협력거점으로 추진되는 여의도-이촌 권역/자료=서울시]
이를 통해 한강을 런던의 템즈강, 파리의 세느강 못지않은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진 관광명소로 새롭게 재탄생시킨다는 계획이다. 서울시와 정부는 2019년까지 공공 2,519억 원, 민자 1,462억 원 등 총 3,981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신규 일자리 4,000여 개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2030년까지 한강공원의 녹지율은 57%에서 64%로, 자연 하안은 51%에서 79%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한강 이용자수는 현재 6,500만 명에서 1억 500만 명으로 늘리고, 외국인 관광객 한강 방문율도 12.5%에서 20%까지 높이기로 했다. 이러한 가운데, ‘자연성 회복’과 ‘관광 자원화’라는 두 가지의 목표는 서로 양립될 수 없을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 하지만 서울시 구간만 하더라도 41.5㎞에 달하는 한강의 잠재력을 고려할 때 어느 하나라도 놓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한강협력계획은 시민 편의시설 도입과 한강 생태 회복, 강변 토지 이용을 내세운 2007년의 ‘한강르네상스’ 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한강르네상스 사업처럼 좌초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경우 한강의 일정 지역이 아니라 전 권역을 대상으로 한 사업이었고 중앙정부와의 협력사업이 아닌 시의 단독사업이었다”면서, “이번 사업은 중앙정부와 협업을 통해 진행됐고 이에 따라 구체적인 재정계획도 담보할 수 있어 반드시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환경단체를 포함한 여러 시민단체들에서는 부정적 의견을 내고 있다. 서울시에서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고 런던의 템즈강이나 파리의 세느강 수변문화공간처럼 생태를 보존하고 관광 편의시설을 조성해 사람들의 활용도가 높은 관광명소로 만들 수 있을지 오는 2019년 완료되는 우선협력거점 사업이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