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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경제와 도시재생의 협력, 선택 아닌 필수 ②

영국 ‘해크니 개발 협동조합(HCD)’ 사례와 시사점

유지혜 기자   |   등록일 : 2017-09-07 13: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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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시대의 도래와 함께 도시개발 정책의 패러다임이 재생으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2015년 7월 이후 「도시재생특별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됨과 더불어 전국적으로 여러 지자체에서는 도시재생 관련 조례를 제정하거나 전략계획을 세우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최근 국내에서 진행 중인 도시재생사업에 행정, 전문가, 개발업자는 있지만 정작 주체가 되는 주민은 빠져 있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정부 예산이 투입된 사업이 끝나고 난 뒤에도 과연 지역 재생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을까? 영국의 지역사회를 위한 착한 임대업자, 해크니 개발 협동조합(HCD) 사례를 통해 국내 주민참여 도시재생 정책에 주는 시사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지역사회를 위한 착한 임대업자, HCD

 

2012년 런던올림픽의 폐막 행사가 진행되었던 해크니(Hackney) 구의 달스턴(Dalston) 지역은 2006년까지만 해도 영국 지상파 방송 채널4의 조사 결과, 영국에서 가장 살기 나쁜 곳 1위, 런던 내 강도 발생률 1위로 런던의 대표적인 낙후지역이었다. 그런데 이처럼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도시가 지금은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음악소리가 끊이지 않는 문화예술의 도시로 변모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사회적 기업 HCD(Hackney Co-operative Developments)가 있었다. HCD는 1982년에 설립돼 달스턴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협동조합 형태의 개발회사이자 공동체이익회사(CIC·Community Interest Company)다. 이들은 어떻게 한 마을을 변화시킬 수 있었을까?

 

[작업공간 대여 모습(좌)과 임대 상점의 모습/자료=HCD 홈페이지(http://www.hced.co.uk/)]

 

달스턴 지역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대량의 폭격으로 마을 건물 대부분이 붕괴되고 전쟁의 폐허 속에서 소유권이 불분명했던 땅들은 빈 건물을 무단으로 점유하는 ‘스쿼터(Squatter)’의 차지가 되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세력을 형성하기 위해 1979년 주거협동조합을 만들었고, 이후 건물이 붕괴될 위험이 생기자 일부는 마을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는데 남은 사람들로 조직된 연합체가 바로 HCD의 모체다. 이윽고 구청이 스쿼터가 빠져나간 빈 공간을 소유했지만 쓸 데가 없자 남은 HCD에게 ‘통후추 한 알’을 조건으로 100년간 3층 건물을 임대해주었다. 이는 통후추 계약이라 불려지는데, 땅을 놀게 하면 안 된다는 생각 아래 값싼 조건으로 농사 지을 땅을 빌려줬던 전래의 계약방식이다. 정부와의 통후추 한 알 계약으로 시작한 HCD는 낙후된 달스턴 지역을 되살리기 위한 사업들을 시작했다.

 

HCD는 달스턴의 유휴 건물들을 구청으로부터 자산 이전 받거나 싸게 사들여 임대사업을 시작했다. 공동체의 이익을 위한 임대업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임대업과는 많은 차이가 있으며 기존의 임대업과 다르게 아무 세입자나 받지 않는다. 사회적 기업, 자선 단체, 문화예술 단체, 소수민족이 참여하는 기업, 여성 사업가, 장애인 사업가와 같이 사회적 가치 혹은 커뮤니티 정신을 실현할 수 있는 세입자를 중점적으로 선정한다. 지역사회에 얼마나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를 판단해 선발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에게 시중에 절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건물을 임대해 지역 주민의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 주민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임대 비용은 대여 건물의 관리와 유지·보수에 사용하고, 세입자들의 사회 적응을 돕는 훈련과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데 쓰인다.

  

이와 더불어 HCD에서는 지역개발 관련 기관, 문화예술단체 등과 연계해 달스턴 지역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만드는 데도 기여했다. 대표적인 공간이 지역 내 주요 광장인 ‘질레트 광장(Gillett Square)’이다. 한때 주차장이었던 이곳은 마약거래 장소로 사용되는 등 범죄의 온상이었으나 현재 지역 주민을 위한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됐다. 지난 2003년 런던시와 HCD가 ‘공공 공간 개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새롭게 기획해 커뮤니티 허브 공간으로 조성했기 때문이다. 지역 주민들이 자신의 물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장이 열리거나 사회적 기업들이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주로 지역사회를 위한 지역 축제, 문화행사, 아동·청소년을 위한 야외 프로그램이 이뤄지며 지역 공동체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30여 년 이상 사업을 이끌어온 HCD는 약 80여 개의 상점, 작업실, 사무실 등을 임대해주며 달스턴 지역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사회적 영향뿐 아니라 자체적인 기업 자산도 100억 원 이상으로 증가시켜 성공적인 도시재생과 더불어 성공적인 사회적 기업으로 불리고 있다.

 

[질레트 광장(Gillett Square) 모습/자료=HCD 홈페이지(http://www.hced.co.uk/)]

 

이처럼 해크니 개발 협동조합(HCD) 사례는 주민참여와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국내 도시재생 정책과 사업에서 무엇을 중시해야 하고 어떤 요인들을 고려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먼저, 지역 커뮤니티 단체들이 적극적으로 자산을 취득·운영하고 자산을 활용한 커뮤니티 개발을 통해 수익을 창출함으로써 장기적인 지역사회 활동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는 젠트리피케이션 등 재생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미연에 예방할 수 있다. 무엇보다 HCD는 사람과 지역사회·공동체를 중시하고 있으며, 사회적·경제적·문화적·환경적 재생을 추구한다. 이러한 기본 철학을 바탕으로 주민참여, 커뮤니티 중심 개발, 자산 관리와 활용, 다양한 사업 모델 활용, 공동체 수익 창출, 사회적 경제와 도시재생의 융합 등의 특징을 통해 도시재생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보여준다. 앞서 살펴본 도시재생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와 시사점은 국내 도시재생 현실에서 훌륭한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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