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4차 산업혁명이 화두가 되면서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자동차 제조회사와 구글과 같은 IT기업들이 개발하고 있는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한 뉴스를 자주 접할 수 있고 도로에서 자율주행 자동차를 볼 수 있는 날도 머지않았다. 유럽의 시티모빌2(City Mobil2) 프로젝트는 미래 완전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목표로 유럽이 공동으로 연구하고 시범운행한 것으로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ssion)의 지원 아래 총 1,550만 유로(약 193억 8,850만 원)가 투자되었다. 2012년부터 11개 국가, 12개 도시, 5개 기업이 참여해 최종적으로 7개 도시가 시범운행 지역으로 선정되었다. 시범운행 기간 동안 자율주행 셔틀에 총 6만 명이 탑승하였다. 자율주행 셔틀은 보행공간과 자전거도로를 공유하며 운행하기도 하고 전용차로를 임시로 설치해 운행하기도 했다. 시범운행에 이용된 차량은 10인승(좌석 6인승, 입석 4인승)의 미니버스 크기로 차량 위치를 추적하는 GPS, 영상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라이더, 카메라 등이 차량에 탑재돼 차량과 주변 환경을 모니터링하면서 운행하였다. 시범운행 구간에는 산업단지와 관광지역이 포함됐으며, 자율주행 셔틀 시범운행은 대부분 3㎞ 미만의 구간에서 배차 간격 10분 이내로 운행되었다.
유럽위원회에서는 시티모빌2 프로젝트 수행 결과 자율주행 셔틀을 성공적으로 운행하기 위해 크게 4단계를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첫째, 자율주행 셔틀을 도입할 때 우선적으로 해당 지역의 교통 현안을 해결할 수 있도록 교통정책 목표를 수립하고 다른 교통수단과의 연계가 필요하다. 둘째, 경로와 안전시스템을 고려해 물리적으로 설계하고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며, 이해관계자들 간의 역할 분담을 정의한다. 셋째, 자율주행 셔틀을 운영하기 위한 준비 단계로 운영자를 교육하고 시스템을 테스트해 운영을 위한 준비를 한다. 마지막으로 운영 단계에는 앞의 3단계를 기반으로 안전하게 운영하며, 운행 후 사후평가를 위한 기반을 마련한다. 그러나 시티모빌2 프로젝트는 자율주행 셔틀 운행 기능을 정의하는 첫 번째 단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율주행 셔틀은 미래 대중교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교통수단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를 통해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감소에 대비할 수 있고 연료비를 포함해 낮은 운영비로 보다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우리나라 또한 현재 빠른 속도로 인구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다. 노인 운전면허 소지자는 2011년 기준 전체 면허 소지자 중 6.20%를 차지했는데, 2015년에는 8.40%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버스와 택시 운전자 연령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최근 경기도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택시 운전자 평균 연령이 57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고령화는 업무 환경이 열악해 젊은 층이 운수직 종사를 기피하기 때문으로 향후 대중교통 운수 종사자 인력난이 예상된다. 노인 운전자 교통사고도 2011년 기준 1만 3,596건에서 2015년에는 2만 3,063건으로 증가 추세다. 이러한 우리의 여건을 고려할 때, 유럽의 시티모빌2 프로젝트는 자율주행 기술을 대중교통 서비스로 도입하는 데 고려해야 할 일련의 과정과 요건들을 종합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티모빌2 프로젝트 운행차량/자료=경기연구원]
판교제로시티 자율주행 셔틀 계획은 국내 자율주행 기술이 교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음을 입증하는 첫 사례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를 발판 삼아 자율주행 기술이 우리에게 가져다 줄 교통 서비스 변화를 예측하고 계획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 주도의 자율주행 기술과 첨단교통 체계의 기술을 융합한 실용화 연구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제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주요 기술로 손꼽히는 자율주행 기술의 성공은 자동차 회사만의 힘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 신기술 차량을 관리할 수 있는 네트워크와 인프라, 운영 알고리즘과 인터페이스 기술 등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도시 인프라를 계획하거나 새롭게 재편하는 노력, 그리고 운영과 관련한 서비스 체계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급격한 기술 발전은 필연적으로 도시의 변화를 가져온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은 자동차를 비싼 값에 구입해서는 주로 집과 회사에 주차해두고 있다. 또한 많은 경우에 자동차는 운전자 한 명만을 실어 나르며 운행 시간도 출퇴근 시간대에 몰리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동시에 이동하고 동시에 주차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자율주행차가 등장하면 이 모든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자율주행차는 우리를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로 이동시켜 줄 수 있다. 아직까진 자율주행 기술의 안전문제에 대한 논란이 뜨겁지만 향후 언제 어디서나 안전하게 사용 가능하게 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자동차를 소유할 필요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만약 개인이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아도 된다면 이에 따라 현재의 주차장, 정비소, 보험 등도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현재 운행되고 있는 자동차의 90% 이상은 불필요해진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향후 자율주행 자동차들이 주류가 되었을 때의 도시는 어떤 풍경일까? 아마도 현재의 도시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