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산업혁명/자료=국토교통부]
지금 인류는 새로운 문명의 시대를 맞이했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IoT), 증강현실(AR) 등 그간 경험하지 않은 새로운 기술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기존의 인간의 역할과 삶의 방식, 사회·경제시스템, 산업구조 등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4차 산업혁명이라는 현실에 놓여 있다. 지난해 경험했던 ‘알파고 쇼크’는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화의 위력을 보여준 사례다. 교통 분야도 4차 산업혁명과 무관하지 않다. 교통수단·서비스·운영 등을 혁신할 새로운 교통기술이 출현하고 있다. 꿈만 같았던 자율주행자동차는 이미 현실이 되고 있고, 미국에서는 하이퍼루프(Hyperloop)처럼 항공기보다 월등히 빠른 초고속 교통수단이 개발 중이다. 이와 같은 새로운 교통기술의 등장으로 교통체계와 이동행태, 운수산업, 교통안전 등은 급속한 변화가 예상된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새로운 교통기술로는 자율주행 자동차, 하이퍼루프, 드론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먼저 자율주행 자동차란 주변 환경을 인지해 위험요소를 판단하고 주행경로를 스스로 설정, 자체적으로 안전주행을 하는 자동차를 뜻한다. 최근 구글의 자율주행 자동차 실험을 계기로 본격적인 양산이 전망되고 있으며, 이제는 구글 외에도 여러 기업들이 기술 확보와 상용화에 주력하고 있는 중이다. 2020년 전후에는 여러 업체에서 다양한 모델들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며, 미국의 여러 주에서는 가장 큰 장애물로 여겨졌던 법규 부분도 개정 작업이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보급이 확대되면 분명히 사회는 크게 변화할 것이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에는 사람의 실수로 인한 교통사고가 현재보다 90%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교통사고 건수가 줄어들면 그 피해액 역시 1800~1900억 달러(217조~229조 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하이퍼루프(Hyperloop)는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구상했다. 하이퍼루프는 0.1기압이라는 거의 진공에 가까운 직경 3m 정도의 튜브 안으로 20~30명의 승객을 태운 캡슐형의 열차가 음속(1,220㎞)과 비슷한 속도로 달리는 미래 교통수단이다. 속도 외에도 하이퍼루프는 여러 가지 장점을 지닌다. 선로 위에 떠서 움직이므로 소음과 진동이 매우 적으며, 속도가 빠른 만큼 운행 간격도 기존 철도보다 훨씬 촘촘하게 배치할 수 있다. 하이퍼루프를 본격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미국 민간기업 ‘하이퍼루프 트랜스포테이션 테크놀로지(HTT)’는 캡슐형 열차를 매 30초마다 출발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본떠 우리나라도 현재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을 포함해 6개 정부출연연(교통연·기계연·전기연·철도연·ETRI)과 2개 대학(한양대·UNIST) 등 8개 기관이 하이퍼튜브(Hyper Tube eXpress, HTX) 개발을 위해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하고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1년 내에 테스트 베드를 만들 예정이다. 또한 미국 기업 HTT와 2026년 시험 운행을 목표로 한국형 하이퍼루프를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마지막으로 드론은 현재 무인항공기의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있으나, 원래 뜻은 ‘벌이 윙윙거린다’는 영어 단어에서 비롯됐다. 근래 들어 방송이나 지면에서 무인항공기 ‘드론’을 다룬 기사나 소식을 자주 접할 수 있는데, 그만큼 드론이 제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매우 유망하기 때문일 것이다. 드론은 20세기 초 미국에서 연구되기 시작했다. 이미 전 세계 드론 시장 규모는 2015년 123억 달러에 달했고, 2024년에는 200억 달러 이상의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드론 시장의 경우, 2020년 2700억 원 정도 규모로 예상돼 아직은 성장 초기 단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초 2017년 국토교통부 업무계획에 따르면, 드론 활성화를 위해 인프라 관리, 국토조사 등 공공 활용수요를 발굴해 향후 5년간 3,000여 대의 수요를 창출하고 비가시권 비행 특별허가제를 선제적으로 도입하는 등 규제를 완화해나갈 방침이어서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된다.
[1차 산업혁명과 4차 산업혁명의 교통 부문 기술변화 비교/자료=urban114]
4차 산업혁명과 그에 따라 등장하는 새로운 교통기술이 가진 산업적 의미와 국가 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우선 우리는 이미 1차 산업혁명의 진행과정에서 교통 분야가 산업혁명의 중요한 변화를 이끌었다는 것을 경험했다. 1차 산업혁명에서는 증기·가솔린 자동차, 증기기관차, 동력비행기 등 이전 시기에 없던 새로운 교통수단이 등장했다. 이는 산업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데, 자동차·철도·항공기산업 등 신(新)산업이 등장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이다. 그 후 이들 신산업은 20세기를 대표하는 주류산업으로 발전했다. 교통기술이 교통 분야의 혁신에 한정되지 않고 산업구조 변화와 신산업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다. 현재 4차 산업혁명의 진행상황 역시 1차 산업혁명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준다. 1차 산업혁명 때 증기·가솔린 자동차, 증기기관차, 동력비행기 등이 개발된 것처럼 자율주행 자동차, 드론, 하이퍼루프 등의 새로운 교통기술이 도로·철도·항공 부문을 중심으로 등장하는 점이 유사하다.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주요 신기술인 드론, 자율주행 자동차, 하이퍼루프 등은 기존에 없던 교통기술이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에서도 신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고 21세기 주류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자동차·철도 등과 전혀 관련이 없던 업체들이 교통기술 사업에 진출하고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그만큼 교통기술이 가진 산업적 가치와 파급력을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 대응해 경제·사회 시스템의 리모델링을 통해 추격자(fast follower)에서 벗어나 선도자(first mover) 전략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교통기술의 산업적 의미와 국가 발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