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간교통망계획 제2차 수정계획 및 제2차 도로정비기본계획/자료=국토교통부]
지난 40여 년간 고속도로는 국가 대동맥으로서의 기능을 해왔다. 우리나라는 1968년 경인고속도로 개통 이후 4,193㎞, 전체 도로 연장은 107,527㎞에 달하는 고속도로망을 구축하고 있다. 고속도로로 인해 우리나라의 통행시간과 물류비용이 대폭 감소돼 전국이 1일 생활권에 들며 공간적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고속도로의 도입은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뿐만 아니라 국토의 공간구조는 물론, 국민의 생활 패턴 및 여가활동에까지 큰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고속도로의 미래를 전망하고 정책방향을 모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까지 우리 정부는 자동차 소통 위주의 도로 인프라 확충을 진행해왔다. 도로정책 분야의 최상위 계획인 국가기간교통망계획(2001~2020)은 경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효율성 중심의 자동차 지향적인 도로정책이며, 이동성을 향상하기 위한 교통망 확충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와 함께 제2차 도로정비기본계획(2011~2020)은 국가기간교통망계획을 보완할 수 있는 도로시설의 개량, 접근성 제고, 도로 안전성과 혼잡 완화를 목표로 다양한 사업들이 제시돼 있다. 그러나 두 계획 모두 도로 분야 전체를 아우를 수 있도록 중점 추진과제가 구성돼 있지만 실행력을 담보하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선언적 계획 위주로 구성돼 있다는 한계가 있다.
특히, 도로 부문의 정책에서는 개별 사업의 시급성과 사회적 파급효과를 고려한 우선순위가 고려되지 않고 계획들이 단순하게 나열돼 있어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또한 간선도로망의 구축이 거의 완료돼가는 현재 상황에서 도로정책의 근간을 이루어왔던 교통망 구축계획의 지속적인 수행과 함께 도로정책 분야의 새로운 업무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 이제는 도로의 질적 향상과 국민 생활수준의 향상에 따라 높아진 기대수준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인간 중심의 도로정책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나아가 각 분야의 중점 추진과제를 실행하기 위해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정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참신하고 다양한 세부 추진과제 발굴을 위해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을 재구성, 도로 부문 전체를 아우르는 완결성을 검토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 새로운 과제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정부는 지난달 25일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국가기간교통망 공공성 강화와 국토교통산업 경쟁력 강화를 국정과제로 명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민자 방식으로 예정된 SOC 건설사업을 재정사업으로 전환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는 도로와 철도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국가철도망계획에 따르면 GTX A(파주~동탄) 노선과 C(의정부~금정) 노선은 당초 민자로 추진될 예정이었으나 서울~세종 고속도로처럼 재정사업으로 추진하거나 민자 비중을 낮추는 방향을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예비타당성 심사 전인 B(송도~마석) 노선 역시 재정사업을 염두에 두고 심사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국정과제 내용과 달리 내달 1일 국회에 제출할 2018년도 예산안 가운데 국토부의 SOC 항목은 감축될 가능성이 있어 향후 재정을 꾸려나가는 데 난항이 예고되고 있다.
[KTX 개통 전·후 변화(2012년 기준)/자료=한국교통연구원, KTX경제권포럼]
우리는 지금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놓여 있다. 제1차에서 제3차까지 각 단계의 산업혁명은 증기기관과 기계, 전기와 대량생산, 정보통신기술을 필두로 해 생겨났다. 기간으로 살펴보면, 제1차에서 제2차 산업혁명으로 넘어가는 데 증기기관으로부터 자동차와 비행기 대중화까지 약 100년 이상 걸렸지만 제2차에서 제3차까지는 그보다 짧은 시간이, 제3차에서 제4차는 보다 더 짧아지는 사이클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교통기술에 발전에 따라 우리나라는 지난 2004년 일본·프랑스·독일·스페인을 뒤이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고속철도(KTX)를 보유한 국가가 되었다. 이후 2010년에는 경부고속철도가 서울~부산 전 구간에 걸쳐 개통되었고, 2015년에 호남고속철도, 2016년 말에는 수서~평택 고속철도가 개통되면서 우리나라는 X자형의 고속철도망을 완성했다. 고속철도 개통으로 전국 주요 거점도시 간 이동 시간은 2시간대로 단축되고, 이로 인해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에 들게 되었다. 연간 고속철도 이용객 역시 2005년 약 3,200만 명에서 2015년에는 6천만 명을 돌파하는 등 비약적 성장을 보였다. 이처럼 고속철도의 도입은 우리의 시간 개념을 획기적으로 바꿔 놓았고 국토공간의 압축 효과를 가져왔다.
그렇다면 고속철도는 우리 사회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2012년 한국교통연구원과 KTX경제권포럼에서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고속철도 도입 이후 고속철도 정차역을 중심으로 금융, 교육서비스, 공공 행정 등 고부가가치 산업이 집적되는 지역 거점화가 뚜렷이 나타났다. 고속철도 정차역 주변에서는 인구가 증가하고 도시지역 면적 비율이 확대됐으며 주거·상업·공업 용도지역이 확대되는 등 토지 수요의 고도화가 나타났다. 또한 음식점이나 도소매업과 같은 소비업종 면적 확대에 따른 건축물 수요가 증가하는 등 전반적으로 지역개발 여건이 개선되었음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지가 상승, 상업시설의 매출 증가, 관광객수 증가 등 도시의 상품성이 향상되었으며, MICE 산업을 중심으로 한 신규 비즈니스 창출로 지역 신설법인 수와 2차~3차 산업 종사자수가 증가해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면서 인구 증가의 유발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밖에도 금융, 사업서비스, 교육서비스, 공공 행정 등이 지역 특화산업으로 성장하는 등 고속철도가 지역경제 발전에 긍정적 효과를 미치고 있음을 여러 가지 지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교통은 토지이용을 변화시키고 토지이용은 교통을 변화시키며 상호 작용하고 있다. 또한, 4차 산업혁명과 기술 진보에 힘입어 초고속열차, 자율주행차 등 새로운 첨단교통수단이 최근 빠른 속도로 도입되고 있다. 교통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어 라이프 스타일뿐만 아니라 사회 구조 전반에도 다양한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도로교통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응하고 효율적인 정착을 위해 이에 맞는 정책적 기반과 계획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