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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명주소 시행 4년, 여전히 표류 중 ②

여전히 ‘갈팡질팡’, 도로명주소의 현주소

전상배 기자   |   등록일 : 2017-08-18 08:4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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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명주소에 대한 시민의식 조사/자료=서울인포그래픽스 제230호]

도로명주소 시행 4년째, 10여 년간 4,0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현장의 도로명주소 안내시설물 설치와 함께 도로명주소를 법정주소로 활용하기 위해 2011년 7월 도로명주소를 전국에서 일제히 고지·고시를 완료한 후 주민등록부, 토지대장, 건축물대장 등 공적장부 주소를 도로명주소로 전환해 왔다. 도로명주소가 전면적으로 사용된 2014년 1월 1일부터 전입신고, 전세계약서의 확정일자, 수도·가스·전기 등과 관련한 민원서류, 채용 응시원서 접수 등 행정기관 등에 제출하는 각종 서류와 민원서류 등에는 반드시 도로명주소가 기재돼야만 처리가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도로명주소를 법정주소로 인지하고는 있지만 이용하는 부분에서는 여전히 불함편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도로명주소는 지금도 주로 공기관이 이용할 뿐 민간의 활용도는 낮은 편이다.

수십 년 동안 사용해 온 지번주소를 의무화해 변경하는 데 대해 의문을 갖거나 불편함을 토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서울시민 4명 중 1명은 자신이 사는 거주지의 도로명주소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4년 전면 시행 이래 올해로 4년째를 맞은 도로명주소의 현주소다. 지난 4월 발표된 서울연구원 인포그래픽스를 보면 서울시민 99.4%는 도로명주소 제도를 알고 있다고 응답했으나 정확히 본인 거주지의 도로명주소를 알고 있는 비율은 76.2%로 나타났다. 즉, 4명 중 3명은 집주소를 도로명주소로 정확히 답했지만 1명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20.9%는 ‘어렴풋이 알고 있다’고 했으며, 2.9%는 ‘모른다’고 답했다. 또한 도로명주소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대해 서울시민의 50.7%가 ‘만족’, 49.3%가 ‘불만족’하다고 답해 절반가량은 아직도 불만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9.6%는 ‘매우 만족’, 41.1%는 ‘만족하는 편’, 32.3%는 ‘만족하지 않는 편’, 17%는 ‘매우 만족하지 않는다’로 조사됐다. ‘매우 불만족’에 대한 비율이 ‘매우 만족’의 두배가량 높아 주목된다.  도로명주소가 불편한 이유로는 복수 응답을 포함해 ‘어느 동네인지 알기 어렵다’는 응답이 76.6%로 가장 많았고, ‘주소를 기억하기 어렵다’가 58.9%로 그 뒤를 이었다. ‘도로명주소 체계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응답자도 50.8%였다. ‘집이나 건물을 찾아가기 어렵다’ 46.6%, ‘음식물 등 주문 시 지번주소를 요구’ 37.3% 등의 순서로 뒤를 이었다. 시민들은 도로명주소를 효과적으로 알려주는 방법으로는 가정에 안내문이나 스티커 교부가 39.9%로 가장 많이 꼽혔다. 

도로명주소, 왜 혼란이 계속되고 있을까

도로명주소가 지나치게 긴 경우가 많아 외우기가 쉽지 않은데 도로명이 길고 숫자가 포함돼 있어 외우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도로명주소가 지나치게 길어지면 외우기가 어려워 도로명주소 사용을 기피하게 되므로 가급적 도로명은 짧은 명사형으로 간결하게 부여해야 한다. 도로명의 길이에 관해서는 법령상으로 별도의 규정은 없으나 사용의 편리성과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6자(숫자와 방위 제외) 이내로 하되, 부득이한 경우 10자 이내로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도로명주소가 6자 이상으로 지번주소에 비해 2~3음절 더 길어져 외워야 할 부담이 커져서 불편을 호소하는 사례도 다수 발생되고 있다.

도로명주소의 길이뿐만이 아니다. 이름만으로 어디에 있는 도로인지 알 수 없는 도로명은 지역주민들에게도 반감의 요소가 될 뿐만 아니라 타지인들에게도 인지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도로가 있는 지역의 명물이나 위인이름으로 도로명을 짓는 경우, 도로명만으로 위치를 알기 어려운데 지역의 특수성과 홍보를 위해 주로 소도시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는 지역의 명물이나 역사인물이 어느 정도 유명하고 도로 이름과 해당 도로가 지나는 곳과의 연계성이 높은 경우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대부분은 해당 도로가 어디쯤에 위치해 있는지 알 수 없어 위치를 짐작하기 어려운 경우가 태반이다.
 
또한 도로명의 외래어 표기의 문제가 보이는데, 외래어 표기는 이름을 외우기도 어렵고 위치를 인지하기도 어렵다는 반응이다. 외래어로 표기한 도로명에는 에어펙로(해운대구), 루비로(인천 서구), 모듈화산업로(울산 북구), 엘지로(평택), 파인토피아로(봉화) 등이 있으며, 이는 도로명주소가 지역의 고유한 특성과 역사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을 반증하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최근에는 국제적 표준으로 주소를 전환하는데 찬성하면서도 국내 도로명주소가 ‘역사성을 없앴다’는 비판이 있다. 도입 초기 국민의 관심이 낮은 상태에서 한꺼번에 도로명을 지으면서 지역의 고유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경우가 발생되었고, 그에 반해 역사성을 반영한 이름을 놓고도 ‘어딘지 도대체 모르겠다’거나 ‘주민의 일상에 밀착되지 않아 겉돈다’는 불만도 잇따르고 있다.
 
더불어 원칙 없이 바뀌는 도로명주소로 인해 혼란을 야기한다는 반응이 있다. 도로명주소의 변경은 사용자의 20% 이상만 동의하면 신청할 수 있고 자치단체는 주민의 요구를 외면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런저런 이유로 도로명주소 변경도 잇따르고 있다. 도로명주소의 잦은 변경은 이용자의 혼란을 키우고 제도의 장점을 퇴색시킨다. 주소가 자꾸 바뀌면 도로명주소가 무질서해지고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처음 주소를 정할 때 지역의 역사성과 주민의 공감대를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한 번 정해진 도로명주소는 가급적 변경을 자제하고 원칙에 따라 변경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체계를 잡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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