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주소 체계는 1910년대 일제가 토지 수탈과 조세 징수를 목적으로 실시한 토지조사사업의 결과물인 지번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러나 급속한 경제 개발과 인구 급증, 산업화·도시화 등으로 토지의 분할·합병이 빈번히 발생함에 따라 인접 지역 간 주소의 연계성이 떨어지는 등 무질서한 지번주소를 갖게 되었다. 이로 인해 길찾기 등 불편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화재·범죄 등의 응급 상황에서의 신속한 대처 미흡, 물류비용의 증가 등 불필요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야기하게 되었다. 정부에서는 지번주소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임을 인식하고 국제적으로 보편화된 도로명 방식의 주소 체계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지번주소의 한계점을 개선하고자 도입된 것이 도로명주소다. 이는 우리나라와 일본 일부 자치단체를 제외한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 오래전부터 사용하고 있는 국제적으로 보편화된 주소 체계다. 영국은 1666년 런던에서 대화재가 일어난 뒤 도시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도로명주소를 쓰기 시작했다. 도로명주소의 편리성이 알려지면서 현재 대부분의 나라가 도로명주소를 도입했다. 북한 역시 1960년대부터 도로명주소를 쓰고 있다. 도로명주소는 1996년 청와대에서 정책추진과제로 처음 논의된 뒤 2006년 ‘도로명주소법’ 제정 이후 지난 2011년 7월 29일부터 2년간 기존 지번주소 체계와 병행기간을 거쳐 2014년 1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
도로명주소란?
도로명주소란 도로마다 이름을 붙이고 주택·건물에는 도로를 따라 순차적으로 번호를 붙여 도로명과 건물번호에 의해 표기하는 새로운 주소를 말한다. 지번주소가 면(面)에 대한 정적인 위치를 표시하는 반면, 도로명주소는 선(線)에 의한 동적인 위치를 표시해줄 뿐만 아니라 도로명과 건물번호만으로 쉽게 위치를 찾을 수 있도록 부여하는 주소 체계다. 기존의 지번주소와 시·군·구, 읍·면까지는 동일하지만 동(洞)·리(里), 지번, 아파트 이름 대신 도로명과 건물번호를 사용한다. 도로명주소의 정확한 표기법은 도로명은 붙여 쓰고, 도로명과 건물번호 사이는 띄어 쓰는데 건물번호와 동/층/호 사이에는 쉼표(,)를 사용하며 하나의 구간에 여러 개의 건물이 있는 경우와 하나의 구간에 종속구간이 있는 경우 부번(-)이 존재하기도 한다.
[도로명과 건물번호/자료=도로명주소 안내시스템(www.juso.go.kr)]
도로명은 대로나 로, 길로 끝난다. 도로의 폭이 40m를 넘거나 왕복 8차선 이상의 도로는 ‘대로’라고 쓴다. 대로보다 작지만 폭이 12m~40m 또는 2~7차로는 ‘로’라고 쓴다. 이 밖의 도로에는 ‘길’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도로번호는 서→동, 남→북으로 진행되고 20m 간격으로 건축물 순서대로 도로의 왼쪽은 홀수, 오른쪽은 짝수 번호가 부여된다. 도로에 건물이 없을 때는 해당하는 건물번호 자리를 건너뛰어 번호를 매긴다. 도로명주소는 사람이 거주하는 건물에만 적용되므로 임야·논밭과 같이 사람이 살지 않아 건물도, 도로도 없는 곳은 예전처럼 지번을 사용해 부동산 등을 관리한다. 건물 주 출입구에 인접한 도로의 기초번호 사용을 원칙으로 하며, 거리와 위치에 대한 예측이 가능해 유통의 편의성을 증폭하기 좋은 체계로 자리잡고 있다.
[용도에 따른 건물번호판/자료=도로명주소 안내시스템(www.juso.go.kr)]
도로명주소의 골격을 이루는 중요한 시설물로서 도로의 입구나 교차점에는 도로명판이 설치된다. 크기로는 차량용과 보행자용 두 종류가 있다. 종류로는 길의 시작점을 표시하는 시점명판, 길이 끝나는 곳을 표시하는 종점명판, 교차로 상에서 여기가 특정 길의 어느 위치인지를 표시하는 양방향 명판, 앞쪽부터 길이 시작된다는 앞방향 명판, 옆으로 들어가면 특정 지점으로부터 길이 시작됨을 알려주는 예고명판이 있다. 이밖에 건물번호판은 건물의 용도에 따라 모양이 각각 다르게 설치된다. 오각형의 집 모양은 주거용, 직사각형은 상업용, 원형은 관광서용, 위가 둥근 형태는 문화재·관광지에 부여되는 건물번호판이다.
2014년부터 도로명주소가 전면적으로 시행되었으나 지번주소가 완전히 폐지된 것은 아니고 부동산 관련 문서의 토지 표기에 해당하는 주소는 계속해서 지번주소를 쓰고 있다. 길이 없는 대지(맹지)는 도로명주소로 위치를 표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건물이 아닌 토지를 거래할 때는 해당 토지에 도로명주소가 할당되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도로명주소만 가지고는 불가능하다. 임야나 논, 밭 등 아예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토지도 있기 때문에 지번주소가 아예 사라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전부터 도로명주소를 사용하던 나라들도 토지에 대해선 토지 번호 체계를 병행하고 있다. 행정자치부에서는 부동산거래계약서를 작성할 때 부동산의 소재지는 지번주소를 사용하도록 하고 거래·중개인의 인적사항은 도로명주소를 사용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