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어린이 교통사고 인포그래픽/자료=TAAS 교통사고분석시스템]
최근 10년간 12세 이하 어린이 교통사고는 감소하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의 어린이 교통사고는 선진국에 비해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최근 5년간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 541건 가운데 횡단 중 사고는 285건으로 52.7%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 교통안전은 그간 자동차 중심의 교통정책에 밀려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어린이 교통안전 정책이 중요한 이유는 어린이는 차량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판단력과 신체적 조건이 어른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교통약자인 어린이를 교통사고로부터 안전하게 지킬 수 있도록 어른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며 이를 토대로 한 정책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나라의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대표적인 정책은 어린이보호구역 운영을 들 수 있다. 스쿨존(School zone)으로도 불리는 어린이보호구역은 교통사고 위험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도로교통법」에 의거해 유치원과 초등학교 주변도로 중 일정 구간을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차의 통행을 제한하거나 안전시설물을 확충하고자 하는 제도다. 어린이들의 통행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도로 구간에 표지판, 노면표시, 횡단보도, 신호등, 과속방지턱 등의 교통안전 시설물과 교통안전 표지판을 조합해 교통사고의 위험으로부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구역이다. 이러한 필요성에 의해 최근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교통안전 시설물이 바로 ‘옐로카펫’이다.
국제아동인권센터의 ‘옐로카펫’을 아시나요?
‘옐로카펫(yellow carpet)’은 어린이 횡단보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국제아동인권센터(InCRC)가 고안한 보행자 안전지대다. 이는 횡단보도의 신호대기 공간을 노란색으로 구별시켜 어린이들이 안전한 공간에서 신호를 기다릴 수 있게 하고 운전자는 노란색에 의해 확보된 시안성으로 사고 발생을 줄이는 프로젝트 사업이다. 횡단보도 진입부 바닥부터 벽면까지 원뿔 형태로 설치되며 야간 조명용 태양광 램프가 설치돼 밤에도 보행자가 쉽게 눈에 띈다. 또한 알루미늄 표시재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벗겨질 염려도 없어 관리가 용이하다. 특히 키가 작아 잘 보이지 않는 어린이들의 등·하굣길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실제로 2016년 교통학회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옐로카펫을 설치한 뒤 한 횡단보도 대기 공간의 시인성이 95%로 기존 34%에서 61%나 증가했다. 교통사고 예방뿐만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 지역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참여에 따른 안전의식을 고취하는 프로그램으로도 운영되고 있어 기존의 안전시설과는 차별화돼 있다.
[길원초등학교 앞에 설치된 옐로카펫/자료=옐로카펫(http://childmaeul.org/)]
옐로카펫은 지난 2015년 3월 서울시 성북구 길원초등학교에 설치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말 기준 전국 213곳에 설치됐다. 2015년에는 서울·부산·인천·광주에서 총 29곳, 2016년에는 대구·울산·세종·충북을 제외한 지역에서 총 184곳에 설치됐다. 옐로카펫 설치 지역은 전국적으로 확대됐고 설치된 곳도 6배 이상 증가했다. 2지점에 설치한 학교는 서울시 중구 광희초교 등 13개 학교이고, 3지점에 설치한 학교는 신당초교 1개 학교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이 106곳(49.8%)으로 옐로카펫 설치가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어서 경기 24곳(11.3%), 인천 23곳(10.8%), 광주 16곳(7.5%), 부산 13곳(6.1%), 경북 10곳(4.7%) 순이었다. 기초자치단체 중에서는 서울 중구가 14곳, 서울 성북구와 인천 계양구가 각각 12곳, 서울 동작구, 광주 북구, 경북 포항시가 각각 10곳이 설치돼 있다.
올 3월 도로교통공단이 발표한 ‘옐로카펫 설치효과 분석 연구’에 따르면, 옐로카펫을 ‘알고 있다’고 응답한 운전자의 85.9%가 실제 본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전 중 옐로카펫 인지 후 운전 행동에 대해서는 ‘평소보다 감속해 주행했다’는 응답자가 76.4%으로 나타나 대부분이 옐로카펫 인지 후에 보다 안전운전을 위한 행동을 하는 것으로 응답했다. 또한 옐로카펫 보행 중 옐로카펫 이용 시 교통사고로부터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을 것 같은지에 대한 물음에 ‘그렇다’고 응답한 사람은 85.6%으로 옐로카펫을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옐로카펫의 심적 안정감에 대해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교통사고 감소 효과를 묻는 질문에는 66.8%의 운전자가 ‘있다’고 답했고, 82.9%의 운전자는 옐로카펫 설치 확대를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문제는 지자체의 추진 의지와 주민들의 관심도다. 상당수 지자체에서는 예산부족 문제로 옐로카펫 설치를 주저하고 있다. 옐로카펫의 설치비용은 대개 500만 원 내외다. 일부 지자체는 기업의 후원을 통해 사업 확대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지만 지역 소재 기업이 적은 지자체는 후원 받기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향후 발생하는 유지보수 비용 등도 지자체가 감당해야 한다. 또 일부에서는 주민들이 옐로카펫 초반 공사로 보행이 불편해질 것 같다는 이유로 사업을 꺼리는 등 주민 관심도 부족한 상태다. 반면, 몇몇 지자체에서는 초등학교 주변 횡단보도 자체를 옐로카펫을 설치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고, 야간조명 설치를 통해 야간에도 안전한 횡단보도를 만드는 사례도 있다. 이렇듯 보행자와 자동차가 직접적으로 만나는 공간이라는 횡단보도에 보행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아이디어들이 속출해 소중한 인명이 불필요하게 희생되는 일들이 조금이나마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