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에 휩싸인 대기 모습/자료=환경부]
미세먼지로 인한 일상생활에서의 피해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달 초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한국 갤럽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명 중 8명은 미세먼지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을 느낀다고 대답했으며, 그 중 ‘매우 불편하다’는 응답은 57%로 나타났다. ‘매우 불편하다’는 응답은 2014년 2월 조사에서 45%였으나 이번 조사에서 57%로 3년 만에 12%포인트 증가했고 특히 30, 40대 여성에서의 비율이 각각 81%, 70%로 높았다. 이는 미성년 자녀를 둔 경우가 많아 미세먼지 폐해에 대해 더 민감한 것으로 해석했다.
지역별로는 서울과 수도권 등 서쪽 지역에서 불편하다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았으며, 미세먼지 나쁜 예보가 있을 때 외출을 하는지와 관련해 응답자 43%가 외출을 자제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마스크 작용에 대한 설문에서는 성인 10명 중 4명 정도가 마스크를 착용하는 편이라고 답했으나, 실제 거리에서는 마스크 착용자가 그보다 더 적게 눈에 띄었다. 갤럽 측은 미세먼지를 조심하는 사람들은 마스크에 의지해 외출하기보다는 아예 집에 머무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이처럼 뜨거운 관심사로 자리 잡은 미세먼지, 실제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
[미세먼지 크기 비교/자료=미국 환경보호청(EPA)]
미세먼지는 지름이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작은 입자로 형성된 먼지이다. 이처럼 미세먼지는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매우 작기 때문에 대기 중에 머물러 있다 호흡기를 거쳐 폐 등에 침투하거나 혈관을 따라 체내로 이동해 들어감으로써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4년 한 해에 미세먼지로 인해 기대수명보다 일찍 사망하는 사람이 700만 명에 이른다고 발표한 바 있다. WHO는 미세먼지에 대한 대기질 가이드라인을 1987년부터 제시해 왔고, 2013년에는 세계보건기구 산하의 국제암연구소(IARC, 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에서 미세먼지를 사람에게 발암이 확인된 1군(Group 1)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건강뿐 아니라 미세먼지는 농작물과 생태계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 대기 중 이산화황(SO2)이나 이산화질소(NO2)가 많이 묻어 있는 미세먼지는 산성비를 내리게 해 토양과 물을 산성화시키고 토양 황폐화, 생태계 피해, 산림 수목과 기타 식생의 손상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산업활동에도 악영향을 준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은 가로·세로 높이 30cm 공간에 0.1㎍의 먼지 입자 1개만 허용될 정도로 먼지에 민감한 분야다. 미세먼지에 노출될 경우 불량률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은 도장 공정에서 악영향을 받을 수 있고 자동화 설비의 경우에도 미세먼지로 인한 오작동 등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또한 가시거리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비행기나 여객선 운항도 지장을 받는다.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에는 자연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으로 구분되나 인위적인 발생이 대부분이다. 인위적인 발생원은 대부분 연료 연소에 의해 발생되며 보일러나 자동차, 발전시설 등의 배출 물질이 주요 발생원이다. 그 외 공사장, 도로 등에서 비산되는 먼지도 많은 양을 차지한다. 또한 이렇게 1차적으로 발생되는 미세먼지 외에도 배출원에서 발생된 황산화물(SOx), 질소산화물(NOx)과 같은 오염물질이 대기 중의 특정 조건에서 반응해 황산염이나 질산염, 유기탄소 등 2차적으로 생성되기도 한다. 특히, 난방용 연료 사용이 증가하는 겨울철에는 오염물질 배출이 증가해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한다. 국내뿐 아니라 국외에서 유입된 오염물질도 우리나라 대기에 영향을 미친다.
현재 미세먼지 농도는 전국의 300여 개 측정소에서 측정돼 실시간 대기오염 정보공개시스템인 에어코리아(www.airkorea.or.kr) 등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미세먼지 농도는 공기 1㎥ 중 미세먼지의 무게를 나타내는 ㎍/㎥ 단위로 나타낸다. 또한 수도권, 백령도, 남부권, 중부권, 영남권, 제주도 등 6개 지역에서는 황사 등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 물질의 성분을 정밀조사하고 있으며, 조사 결과를 이용해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에 대한 원인을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읍·면 단위까지는 측정소가 설치돼 있지 않아 환경부에서는 측정소를 신속하게 구축하고 있으며,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의 건강 보호를 위해 학교 밀집 지역을 대상으로 측정소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매해 겨울마다 언론에서는 중국과 황사 그리고 미세먼지에 대한 보도를 쏟아낸다. 최근 국외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 영향으로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면서 미세먼지의 원인이 모두 국외로부터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기질에 영향을 주는 국외의 미세먼지 양은 일반적으로 약 30~50% 정도이며 나머지는 국내에 있는 화력발전소, 자동차 배기가스, 산업시설 등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단순히 중국에게 책임을 전가할 것이 아니라 대중교통 이용, 에너지 절약 등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우선적으로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