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 정숙관광 캠페인 포스터/자료=종로구]
서울의 여러 지역들도 이미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정 지역에 관광객이 몰리게 되면 주거기능이 약화되는 반면 마을 경제가 활성화되고 소위 ‘뜨는 동네’로 변하며 집값은 뛰어오른다. 이 지점에서 투어리스티피케이션에 대한 견해차가 발생하게 된다. 유명세를 타고 있는 한옥마을이나 벽화마을 등의 주택가에는 관광객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주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대표적인 한옥밀집지역인 북촌에서는 지역주민의 정주권을 보호하면서 관광객의 관광 태도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정숙관광 캠페인을 실시했다. 2013년 북촌을 시작으로 이화동 벽화마을, 세종마을, 동네골목길까지 확대해 실시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의회 남재경 의원에 의해 지난해 주택가 관광명소 주민들의 정주권 보장을 골자로 하는 「서울특별시 관광진흥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발의, 지난해 9월 5일 제270회 서울시의회 임시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일부 수정가결됐다. 개정조례안은 북촌한옥마을, 세종마을(서촌) 일대 등 한옥밀집지역과 이화동 벽화마을, 홍제동 개미마을 등 서울시내 주요 주거지역 관광명소 중 관광객으로 인한 거주민 피해가 심각한 지역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고, 필요할 경우 조사위원회 구성과 실태조사, 개선사업 등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 제9조의 2는 시장은 관광 활성화와 더불어 다수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주거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의 정온한 생활환경 유지를 위해 ‘관광객으로 인하여 주민의 정온한 생활환경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지역’, ‘관광객으로 인한 주민의 민원이 집단적으로 발생하는 지역’ 등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주거지역 관광명소 특별관리지역 개선사업으로는 청소, 쓰레기 수거, 불법주차 및 소음 문제 해결 등 관광객으로 인한 직접 피해 개선뿐만 아니라 도로 개선, 전주 지중화, 문화시설 확충 등 생활환경 개선, 교육환경 개선 등도 고려될 수 있다.
미국의 저명한 도시사회학자인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s)는 1961년 발행한 저서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The Death and Life of Great American Cities)’에서 평범한 동네 상점 등이 도시의 일상에서 얼마나 중요한 사회적 역할을 하고 있는지,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평범하고 작은 동네 상점들이 어떻게 도시의 단조로움을 막고 다양성을 높이는지에 대해 알린 바 있다. 사람들이 특정 마을을 찾는 이유 중 하나는 지역주민이 일군 그 마을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 때문이다. 그렇기에 거주민들의 일상이 무너지면 관광지로서의 가치, 더 나아가 도시계획 측면에서 가지는 가치는 저하된다. ‘지속가능한 관광’은 ‘지속가능한 도시’와 ‘지속가능한 삶’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서울시의 관광명소에 대한 정책은 관광 활성화와 관광객 유치에만 치우쳐 있었다. 도시재생사업 역시 이화동의 사례만 보더라도 실제 주민들의 의견보다는 보여주기 식의 전시행정 수준에 머물러 있었고 결과적으로 마을을 둘러싼 주민과 관광객의 갈등을 야기했다. 지속가능한 관광이 이어지고 도시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관광의 목적과 수혜의 주체가 지역주민이 되어야 한다. 관광 유치보다 지역주민에 대한 배려와 자존감 회복이 선행되어야 하며, 관광지화에 따른 이득을 지역주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