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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도시의 이면, 투어리스티피케이션 ②

해외 투어리스티피케이션 사례

박슬기 기자   |   등록일 : 2017-06-08 09:5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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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공유숙박 반대 시위 현장/자료=urban114]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는 불과 30년 전까지만 해도 인기 있는 관광도시가 아니었지만 현재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매력적인 관광도시가 됐다. 바르셀로나 관광산업은 지역경제의 13%를 담당하고 있으며, 이 분야에서 무려 13만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관광산업은 바르셀로나를 마드리드에 이어 스페인에서 2번째로 부유한 도시로 만들었고 시민들로 하여금 지역의 문화와 역사, 예술에 자부심을 품게 했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관광공포증(Tourism Phobia)’이라는 신조어가 괴담처럼 떠돌고 관광객들로 인한 사생활 침해와 물가·임대료 상승에 대한 강한 불만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바르셀로나는 공유숙박으로 인해 몸살에 시달리는 도시 중 하나다. 에어비앤비(AirBnB)는 전 세계 여행·숙박 관련 공간을 공유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플랫폼 서비스로, 여행객들이 현지인이 호텔에서 지내며 완전한 외지인으로 지내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요금을 바탕으로 현지인의 집에서 지내면서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그러나 현지인과 외지인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서비스의 원래 취지와는 달리 바르셀로나에서 공유숙박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공유숙박이 투어리스티피케이션 현상을 주도하는 원인 중 하나가 된 셈이다.

 

관광객에게 인기 있는 바르셀로나 구도심의 일부 주민들은 아파트를 임차해서 공유숙박으로 재임대하고 많은 수입을 거두고 있다. 바르셀로나의 구도심에는 이러한 불법 공유숙박이 많게는 8,000곳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역의 경제적 약자들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서 도시 외곽으로 쫓겨나고 있으며, 구도심 주민들은 고성방가와 노상방뇨 등의 관광객들이 행하는 추태에 그대로 노출돼 주거권에 위협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념품 가게로 점철된 거리에서 지역의 특색은 사라져가고 오랫동안 유지돼 온 지역 공동체는 차츰 붕괴되고 있는 중이다. 

  

2015년 여성 최초로 바르셀로나 시장에 선출된 아다 콜라우(Ada Colau)는 매스투어리즘에 비판적인 바르셀로나 시민들의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그녀는 매스투어리즘에 대한 규제를 선언했는데, 이는 당시 관광산업의 이익에 눈이 먼 정치와 시 정책에 대한 바르셀로나의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바르셀로나 시 의회가 2015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1.9%는 시의 최우선 해결문제로 실업과 노동 조건을 꼽았다. 또한 교통(5.5%)와 관광(5.3%) 그리고 빈곤(5.2%) 문제가 그 뒤를 이었다. 일반적으로 관광은 노동 조건과 교통, 그리고 경제적 불평등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 다수의 관광 전문가와 정치인은 이런 조사 결과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바르셀로나 시 당국은 공유숙박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2013년 7월 ‘새로운 도시이용계획(Pla d'Usos de Ciutat Vella)’을 통과시켰다. 이 계획은 B등급 이하의 문화재 보호 건물도 호텔로 용도 전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구도심 내에서의 호텔 신축 금지 법안을 추진 중이며, 향후 몇 년 동안 시내에 산재한 공유숙박 시설들을 단일 건물 안에 강제 입주시킬 예정이다. 아울러 유명 관광지 관람제한 정책을 시행하기 시작했는데, 보케리아 전통시장(Mercat de la Boqueria)은 2015년 4월부터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15명 이상의 단체여행객 입장을 제한하고 있으며,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Temple Expiatori de la Sagrada Familia)과 구엘 공원(Park Guell) 또한 1일 입장객의 수를 제한하고 있다.

 

[베니스 크루즈 반대 시위 피켓/자료=urban114]

 

최근 증가하는 크루즈 산업도 오버투어리즘을 조장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2015년 한 해 동안 약 250만 명의 크루즈 관광객이 바르셀로나를 방문했다. 베니스도 예외는 아니다. 크루즈 여행객들은 도시 내 숙박시설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각종 통계치에 포함되지 않지만 한 번에 수천 명의 여행객을 수용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로 인해 짧은 시간에 도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베니스를 관광하기 위해 거대한 크루즈들이 베니스항에 정박을 하고 하루 종일 자동차 1만 2천 대 분량의 배기가스를 내뿜는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명품매장과 다국적 매장들을 위해 주민들의 생활을 위한 채소 가게와 빵집 등은 자리를 내주었다. 섬이라는 특수성 탓에 대부분의 식자재와 음용수를 내륙에서 공수해야 하는 베니스 주민들은 주변 도시들의 3배에 달하는 물가와 임대료에 못 이겨 떠났다. 이에 한때 30만 명에 육박했던 본섬의 인구는 이제 고작 4만 8천여 명이 남았을 뿐이다.

 

크루즈 관광은 베니스 관광산업의 20%를 차지할 만큼 중요한 부분이지만 실질적으로 지역의 식당과 호텔, 영세한 가게들에게 남기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베니스 주민들은 2012년부터 집단 피켓 시위를 통해 관광객들을 향한 적대감을 내비쳤고, 지난해 9월 지역주민과 환경운동가들이 크루즈의 접안을 방해하기 위해 작은 보트를 타고 선상에서 시위를 벌이는 ‘No Grand Navi’ 운동을 통해 갈등은 고조됐다. “No Touris(관광객이 싫다)”, “You are not welcome(우리는 당신들을 환영하지 않는다)” 관광이 도시의 생업임에도 불구하고 주거 생존에 위협을 느껴 관광객들에게 혐오를 내비치며 피켓을 내걸어야 했던 베니스 주민들의 절실함이 피켓 속 문구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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