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서울올림픽 엠블럼과 픽토그램/자료=IOC 홈페이지]
1988년 열린 제24회 서울올림픽은 우리나라가 아시아 스포츠 대국으로 떠오르는 계기가 되었다. 인구대국인 중국과 경제대국인 일본을 누르고 그동안 과소평가돼 왔던 민족의 잠재력과 저력을 세계적으로 떨친 경기였다. 한국은 더 이상 ‘조용한 아침의 나라’가 아닌 깨어 있으며 도약하는 나라라는 사실을 일깨우고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가치임을 재발견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올림픽조직위원회 디자인실에서는 1986년 12월부터 픽토그램 자체 제작에 착수했다. 역대 대회와는 다르게 참신한 이미지를 부각시키고자 했으며 1987년 5월 공식 스포츠 픽토그램이 확정됐다.
특징은 몸체 구성에서 흑과 백으로 나뉘어 그간의 픽토그램과 구별되도록 한 점이다. 흑은 팔과 다리, 머리, 백은 몸통으로 구별해 표현했다. 이렇게 제작된 픽토그램은 경기장을 안내하는 역할 외에도 경기장의 장식 요소나 종목별 입장권, 포스터 등 각종 인쇄물에 표현 요소로 활용됐다. 하지만 서울올림픽의 픽토그램은 정형화된 기존 형태의 답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으며, 전통적 상징의 권위적 형식화로서 한국 디자인의 정체성에 대해 단순히 전통의 현대화라는 형식주의적 표현이라는 아쉬움을 남겼다.
[평창올림픽 픽토그램 설명/자료=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
올 초 한글을 모티브로 한 2018 평창올림픽 픽토그램이 공개됐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평창동계올림픽 24개 세부 종목과 평창패럴림픽 6개 종목을 나타내는 픽토그램을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와 국제경기연맹(IF)의 승인을 받아 발표했다. 조직위는 “한글의 자음과 모음 형태에서 착안해 공간과 입체감을 살렸으며, 종목 이름과 성격에다 역동성을 가미한 픽토그램을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픽토그램은 경기장은 물론, 평창올림픽 대회 출판물이나 입장권, 포스터, 안내 표지 등에 사용된다.
평창올림픽 픽토그램은 구체적으로 한글의 자음 14자와 모음 16자를 분석해 공통된 구성이 가능한 4가지 자음 (ㄱ, ㄴ, ㅅ, ㅇ)과 3가지 모음(ㅔ, ㅖ, ㅢ)을 선정한 뒤 각 자음과 모음의 고유한 직선을 바탕으로 각 종목별 픽토그램으로 표현했다. 세부 동작을 표현하는 데 있어 관절의 움직임을 역동성이 느껴지는 기울기의 직선과 곡선을 반복해서 사용해 완성도를 높였다. 동계올림픽에서는 7개 설상 종목(알파인 스키·바이애슬론·크로스컨트리 스키·노르딕 복합·프리스타일 스키·스키점프·스노보드), 5개 빙상종목(컬링·아이스하키·쇼트트랙·피겨·스피드스케이팅), 3개 슬라이딩 종목(봅슬레이·스켈레톤·루지) 등을 합쳐 총 15개 세부 종목이 치러진다. 조직위는 세부 종목까지 알아보기 쉽게 24개의 픽토그램을 만들었다.
[평창올림픽 픽토그램/자료=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
패럴림픽 픽토그램은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고유문자인 한글을 바탕으로 패럴림픽 종목의 특성을 간결하고 이해하기 쉽도록 디자인됐다. 국가의 전통성이 담긴 문화의 대표적인 특성을 치밀한 계획과 분석을 통해 현대적인 감각으로 승화·발전시켰다. 지나친 장식으로 정보 전달의 기능을 잃지 않도록 조율했으며, 공간의 미(美)에도 심혈을 기울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문화 정체성이 반영된 픽토그램으로서 세계 속의 또 다른 정체성을 가질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이희범 위원장은 “2018 평창올림픽 픽토그램은 그래픽적인 요소와 함께 각 경기에서 선수들이 보여줄 무한한 잠재력과 도전정신, 그리고 열정을 담고 있다”며 “조직위는 대회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필립 크레이븐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위원장은 “6개의 패럴림픽 픽토그램은 장애인 동계 스포츠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은 물론, 내년 3월 9일 개최되는 평창패럴림픽 대회의 특징을 잘 반영한 만큼 참가자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