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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님비’와 ‘핌피’, 도시 양극화 해결방안은? ③

님비 관련 해외 갈등해결 사례와 시사점

유지혜 기자   |   등록일 : 2017-05-11 13:4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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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의 공평부담기준(Fair Share Criteria)

 

‘님비’라는 용어는 지난 1987년 미국 정부가 쓰레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유래됐다. 미국 정부는 뉴욕 근교 아이슬립이란 곳에서 배출된 쓰레기를 처리하지 못하자 3,168t에 달하는 쓰레기를 바지선 ‘모브로 4000호’에 싣고 미국 남부 해안까지 6개월 동안 항해하면서 9,600㎞를 떠돌아 다녀야 했다. 노스캐롤라이나, 플로리다, 엘라배마, 미시시피, 루이지애나, 텍사스 등 미국 남부 6개주를 찾았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당시 해당 지역 주민들이 외친 말이 바로 ‘Not In My Backyard’였다. 중남미로 방향을 돌려 멕시코, 벨리즈, 바하마까지 갔지만 역시 실패하고 결국 아이슬립으로 되돌아왔다.

 

뉴욕시는 이 사건을 계기로 폐기물처리장 등의 기피시설에 따른 지역 간 편익과 부담을 공정하게 하기 위해 지난 1990년부터 공평부담기준(Fair Share Criteria)을 채택해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시의 도시계획위원회는 기피시설의 설치·확대 등과 관련된 모든 계획을 최소한 시행 2년 전에 미리 공표해야 하며, 시행 이전에 도시계획위원회뿐만 아니라 각 지역의 대표들이 참여하는 협상에서 각 지역 간 편익과 부담을 공정하게 조정하도록 돼 있다. 이는 이득과 손해를 보는 사람이 확연히 차별돼 불만이 생기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로 특정 지역에 혐오시설을 신설할 때는 도시 전체 차원에서 부담과 이익을 공평하게 나누게 하는 방법이다. 직접적인 현금보상과 함께 세금 감면, 일자리 제공, 보험가입 등의 간접보상을 포함한다.

 

미국의 ADR(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운동

  

주민들이 시설의 필요성에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경제적 보상 등의 문제에서 이해당사자 간의 합의에 이르는 것이 용이한 일은 아니다. 이에 따라 갈등을 조정하고 협상 과정을 중재하기 위한 중립적이고 전문적인 기관 또는 중재자의 역할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중립적인 제3의 중재자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미국의 ADR(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운동의 성과는 매우 시사적이다. ADR 운동은 미국에서 소송의 남발로 인한 폐해를 방지하기 위한 새로운 분쟁해결 방안으로 1970~80년대에 활발하게 전개됐다.

 

1980년대 초 미국 콜로라도 주의 덴버 시는 공평한 급수 체계 확보를 위한 배수로 사업에서 이해당사자들 간의 갈등이 전개되자 전문적인 중재기관의 도움을 얻어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라운드테이블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였는데, 이는 ADR을 통한 모범적인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당시 덴버의 동쪽 지역은 1970년대 이후 물 부족 문제를 겪고 있었는데, 콜로라도 주 인구의 80%가 로키산맥의 동쪽에 거주하고 있는 반면, 수자원의 70%는 서쪽에 분포하고 있었기 때문에 로키산맥을 가로지르는 배수로 사업이 추진되었다. 1980년 덴버 시가 서쪽 지역에 위치한 사우스 플랫(South Platte) 강의 물줄기를 동쪽으로 돌리는 ‘투 폭스 댐(Two Folks Dam)’과 저수지 건설계획을 발표하면서 지역주민들, 개발업자, 환경운동가들 사이의 갈등이 시작되었다.

 

분쟁 초기부터 콜로라도 주지사는 중재(mediation) 전문기관인 어코드 어소시에이트(Accord Associates) 재단에 도움을 요청했으며, 어코드 재단은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라운드테이블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협상은 덴버 시가 제안한 투 폭스 댐 건설계획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으로 덴버 지역에 대한 최상의 물 공급방안을 탐구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또한 덴버 시와 관련 업체들의 재정지원으로 환경영향평가서(Environmental Impact Statement)를 만들었으며, 해당 지역에 대한 2010년까지의 인구 예측, 체계적인 물 공급 방안, 물의 절약과 보전 등에 관한 정보수집 및 예측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해당 시설을 둘러싼 다양한 쟁점들을 포괄적으로 분석·평가하고자 했다.


어코드 재단은 덴버 시의 최초 제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라운드테이블 구성원들에 대해서는 대안 제시를 요구했으며, 지역환경연합인 ‘환경위원회’에게는 환경영향평가서를 검토하도록 하는 등 이해관계의 중재에 주력하였다. 오랜 협상과정을 거쳐 1983년 합의에 이르게 되었는데 최종 방안들의 결정은 덴버 시 상수국, 지역의 물 공급업자, 서쪽 지역의 자치단체, 환경론자, 개발업자 등으로 구성된 ‘특별협상팀’에 의해 이루어졌다. 콜로라도 덴버 지역의 물 문제 해결을 위한 라운드테이블 협상의 성공 이유로 주지사의 정치적 리더십, 분파주의와 편협한 이해관계에 근거한 계획의 억제, 협상 참여자 상호 간의 신뢰 구축, 환경운동가들의 참여와 활용, 단계적인 협상 과정에 대한 인내 등을 들 수 있으며 무엇보다 이러한 전 과정을 중재한 전문기관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미국의 갈등관리 시스템 발전 과정/자료=urban114]

 

미국에서 공적 영역의 환경 분쟁에서 중재가 최초로 활용된 것은 1974년 워싱턴 주 스노퀄미강 댐 분쟁에서였는데 갈등해결 전문가의 주도로 주정부와 미육군, 환경단체, 주민대표들이 참석해 협상을 거듭했으며, 중재가 시작된 지 4개월 만에 양측은 합의에 도달했다. 이후 중재는 개인 간 분쟁, 공공분쟁의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기 시작하였는데, 합의 성공률은 8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환경운동 관련 시민단체가 님비 관련 분쟁에 개입하는 사례가 있는데, 환경운동단체들은 중립적 조정자라기보다는 나름의 이해관계와 목표를 가진 이해당사자의 일원이라는 점에서 ADR의 중재자와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따라서 ADR에서 중재자의 역할은 우리 사회에서 시민단체의 역할과는 분명하게 구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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