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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건축정책기본계획, 국민이 행복한 건축정책 될까 ③

네덜란드 건축정책과 시사점

정범선 기자   |   등록일 : 2017-04-26 01:4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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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중앙정부는 1991년 세계 최초로 건축정책을 입안한 이후 25년 동안 일관된 방향성을 유지하며 단계적으로 건축정책을 갱신해 오고 있다. 이는 양질의 공간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건축 관련 기반시설과 제도를 유지하고, 통합적인 공간계획을 통해 품격 있는 공간환경을 조성할 뿐만 아니라 좋은 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를 발굴·육성할 수 있도록 합리적이고 창조적인 발주방식을 개발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부처와 기관들이 참여하는 4년 단위의 건축정책을 지속적으로 유지해 오고 있는 중이다. 여기에는 중앙정부의 경우 내무부 소속의 국가건축가(Rijksadiviseurs)가, 중앙정부와 지역의 연결고리로서는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는 민간조직인 ‘아키텍처 로칼(Architectuur Lokaal)’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단계별로 그 외연을 넓혀 온 네덜란드 건축정책은 건축을 중심으로 인테리어·문화유적·조경·도시·기반시설 등 공간환경 전체로 그 공간적 범위가 확장됐으며, 경제·사회·문화·생태학적 가치를 아우르는 통합적인 디자인의 가치를 다룸으로써 그 내용적 범위 또한 생활공간 전반으로 확대됐다. 

[네덜란드 건축정책 관련 부처 및 조직도/자료=urban114]

건축정책은 초기 성립기인 1990년대(1·2차 건축정책)에는 주로 ‘네덜란드 건축관(Netherlands Architecture Institute: NAi)’, ‘네덜란드 건축기금(Netherlands Architecture Fund)’, ‘베를라헤 인스티튜트(Berlage Institute)’, ‘유로팡(Europan)’과 같은 기관들을 설립하고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어 2000년대는 여러 부처가 함께 참여한 다양한 유형을 모델 프로젝트(3·4차 건축정책)를 중심으로 실행과 피드백에 기초한 합리적이고 창의적인 디자인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데 집중해 왔다. 역량 있는 건축 전문가들을 기획 단계에서부터 참여시켜 프로젝트의 완성도를 증진시키는 디자인 발주 시스템, 현업 디자이너와 국가건축가 아틀리에의 전문가가 참여한 ‘디자인을 통한 연구(Reserch by Design)’ 프로세스의 확립, 여러 부처들을 대표해서 공공 프로젝트에 관한 자문과 조율을 담당하는 국가자문위원회의 설립 등이 바로 이 기간의 대표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2010년대에 접어들어서는 모델 프로젝트를 통해 모니터링해 온 이전 10년간의 경험과 성과를 체계적인 디자인 프로세스와 프로토콜로 정립해 국가의 모든 공공 프로젝트와 프로그램에 전과·확산하는 한편, 지방과 지역 전역에 디자인의 품질과 지위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지원으로 그 초점을 옮겨가고 있다. 이를 위해서 건축을 비롯한 공간디자인 분야를 ‘디자인 산업(건축·패션을 포함한 디자인, 뉴미디어와 게임 등)’에 편입시키는 한편, 단순한 품질 고양을 넘어서 경쟁력 있는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핵심적인 창조산업으로 육성한다는 목표 아래 건축을 경제·사회·생태적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자산개념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네덜란드 건축정책 변화 과정/자료=urban114]

이러한 국가적 비전을 담는 전략계획이 제5차 건축정책이었으며, 그 실행계획으로 만들어진 제6차 건축정책에서부터는 이전의 모델 프로젝트를 대신해 10개의 ‘시급한 디자인 과업(Urgent design taks)’이라는 이름으로 각각의 과업과 관계된 다양한 주체와 부처가 협업하는 프로그램들이 모색됐다. 아울러 단일 분야의 펀드에 의존하는 기존의 제도 및 기관들에 대한 대대적인 통폐합이 단행됐다. 이 같은 네덜란드 건축정책은 1991년 1차 정책을 시작으로 6차 정책(2013~2016)까지 진행됐다. 최근 진행한 6차 건축정책은 교육문화과학부·인프라환경부·내무부·경제농업혁신부·국방부가 참여한 정책문건으로서 5차 건축정책에 대한 실행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2012년 입안된 제6차 건축정책은 “건축과 공간 디자인이 공간계획의 바람직한 시스템과 국내외적 인지도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이라고 규정하면서 “기능적이고 매력적이며, 혁신적인 동시에 합리적인 가격의 해법을 개발해 물리적 환경의 복합적 도전에 맞설 수 있을 것이며 공공적·경제적·문화적 영역에 걸쳐서 커다란 가치를 갖는 분야”라고 기술하고 있다. 아울러 “이번 실행계획은 이러한 도전들과 역할 및 프로세스가 급진적으로 변화되고 보다 복합적으로 변해 가는 시기에 공표되었다”며 “일련의 정책적 수단들은 이 같은 상황에 분명하게 대처하고, 특히 시급한 디자인 과업 및 역할과 프로세스에 발생하는 급진적인 변화들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하고 있다.

건축정책은 건축과 공간 디자인 분야가 매우 복합적이고 불확실한 조건에 위치해 있는 위기상황에서 이를 사회적·경제적·생태적 부가가치를 생산함으로써 극복하고자 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전까지의 대규모 모델 프로젝트를 대신해 ‘시급한 디자인 과업’이라는 역할 규정과 행동지침이 정책문건에 등장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6차 건축정책은 과거와 같은 ‘단일기능적인 건물과 지구’, ‘대규모 지역 개발’, ‘기능의 대규모 변화’ 대신에 ‘충전 및 삽입 개발(in-fill development and embedding)’, ‘레노베리션,재구획,재개발’, ‘공간 활성화’ 등처럼 활용도가 떨어진 기존의 공간들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과업의 방향이 바뀌었다고 기술한다. 그리고 시급성을 요하는 디자인 과업들로 ‘재개발’, ‘재구획’, ‘학교 교육환경’, ‘인구감소 및 경제위축에 대한 대응’, ‘보건복지’, ‘사무공간’, ‘기반시설 및 공간개발’, ‘농어촌 개발’, ‘물 관리’, ‘에너지 전환’ 열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선정된 열 가지 과업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부처 간 협조와 함께 지방과 지역의 역량강화가 필수적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건축 프로젝트를 기획 및 설계와 시공 및 유지·관리 등 전체 프로세스에 걸쳐서 자산 관리 개념으로 접근할 필요성을 피력하고 있다. 실제로 2014년 7월부로 국가 건축정책을 기획하고 지휘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국가건축가 조직은 이전의 국가건설청 소속으로부터 국가부동산청으로 개편됐다. 이로써 도시 기반시설을 비롯한 모든 공간 환경에 대한 통합적인 디자인이 가속화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고 자금조달 및 운영·관리 등과 같은 매니지먼트 측면도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6차 건축정책은 “오늘날의 디자인 환경에서는 과거처럼 클라이언트(정부), 디자이너, 사용자 사이의 역할 관계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을 뿐더러 서로의 역할이 겹치고 협업하는 시대”라고 규정하면서 “디자이너들이 자산 개발까지도 포함하는 프로세스 전반을 디자인하는 것이 필요할 듯하다”고 예측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와 디자인계의 역할 및 상황 변화에 대해서 기술한 후 여러 실행계획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가장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부분은 기초 문화기반시설 구축에 관한 부분이다. 제1차 건축정책이 건축 진흥을 위해서 네덜란드 건축관과 네덜란드건축기금을 우선적으로 구축했다면, 제6차 건축정책에서는 건축 및 공간 디자인을 포함한 창조산업의 진흥을 위해서 창조산업 지원시설과 창조산업기금을 구축한다는 것이 정책상의 가장 큰 변화이자 특징이다.

이에 따라 2013년 1월에 네덜란드 건축관이 프렘셀라 디자인·패션 연구소와 가상 플랫폼 e-문화 지식연구소와 통폐합돼 ‘더 뉴 인스티튜트(The New Institute)’라는 이름의 창조산업 지원시설로 재탄생하게 되었고, 창조산업기금이 만들어졌다. 이밖에도 발주 및 계획과 관련한 국내외 지식 교류 프로그램들이 포함되는 ‘역할과 프로세스의 혁신’ 항목이 강조되고 있으며, 국가발주상과 학교건축상 등의 확대와 홍보강화를 통한 활성화 등이 실행계획에 담겨 있다. 지방과 지역정부, 중앙정부, 학교 사이의 연결고리를 강화하는 다양한 형태의 협업 및 교류 프로그램들도 마련해 놓았다. 나아가 이 모든 과업들과 프로그램들을 ‘부처별’로 관리·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부처 간’의 협업으로 관리·운영한다는 것이 6차 건축정책이 갖는 특별한 점이라고 하였다.

네덜란드 건축정책의 시사점

네덜란드 건축정책은 차수별로 단계적 목표를 설정하고 오랜 시간에 걸쳐서 지속적으로 관리·운영돼 왔다. 선례가 없는 건축정책을 약 25년 동안 유지해 오면서 그 내용적 범위와 대상 또한 점진적으로 확장돼 왔으며, 관계된 부처 및 민관의 협업 파트너들도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단계적 계획에는 장기적 비전이 반드시 담겨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네덜란드 정부는 먼저 관련 제도와 기관을 마련하고, 이를 기반으로 민간전문가(건축가)가 기획설계 단계부터 참여하는 선도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다시 이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체계적으로 해결해 가면서 발주부터 평가에 이르는 디자인 프로세스 전반을 통합적으로 관리·운영하는 조직(국가건축가 아틀리에, 국가자문단 등)을 정립해 나갔다.

이와 함께 여러 부처 간 공동 입안, 여러 학제 간 통합 계획, 아키텍처 로칼 및 지역 건축센터를 통한 지역 단위의 협업체계 조직 등 관계된 파트너들의 협업 시스템도 건축정책을 통해서 제도적으로 구축해 나갔다. 무엇보다도 정부, 홍보매체, 기금, 포상제도, 연구 및 교육기관, 시민단체, 일선의 건축가 등이 긴밀한 공조를 이룬다. 즉 규제하기보다는 유도하는 방식, 상향식 피드백을 열어두는 방식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제6차 건축정책이 말하는 ‘새로운 디자인의 과제’가 바로 전문가, 민·관 사이의 새로운 협업적 관계 정립이라는 사실 또한 우리 사회에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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