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아파트는 이제는 보편적인 주거형태로 자리 잡았다. 동시에 주거환경도 고급화되어 기능이 다양화되고 더욱 삶의 편리함을 추구하게 되었다. 초창기에 지어진 스카이아파트는 우리나라 아파트의 초기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이를 통해서 우리나라 아파트 역사의 단편을 엿볼 수 있다.
스카이아파트, 건설부터 철거까지
스카이아파트에 사람들이 입주하기 시작한 1969년 당시 서울에는 무허가 건물을 철거해 도시환경을 정리하려는 움직임과 함께 이들을 수용하기 위한 아파트 건설이 활기를 띠었다. 1967년부터 시작된 제2차 경제개발5개년 계획에 주택건설계획이 수립됨에 따라 불량주택을 철거하고, 대도시의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을 건설하도록 했다. 1967년 김현옥 서울시장은 ‘불량건물정리계획(1967~1969)’에 기초하여 서민에게 아파트를 지어주는 ‘공동아파트건립계획’을 발표하였고, 이것이 1969년 시민아파트 건립사업으로 이어졌다.
시민아파트는 1969년부터 1972년까지 31개 구에서 425동이 건립되었다. 성북구에도 1969년 총 2개 지역에 시민아파트가 건설되었다. 월곡지구와 정릉지구가 그것이다. 그중에서도 정릉 시민아파트가 자리하게 된 일대는 국유지로 아파트 부지를 확보하기 쉬웠고, 주변에 불량주택이 산재하고 있어 시민아파트를 건설할 수 있는 적임지였다. 총 9개 동 450가구가 지어졌는데, 현재 정릉3동 배밭골 정릉연립 자리에 위치하였고, 다른 지역의 시민아파트와 마찬가지로 구릉지대에 지어졌다.
[건설 중인 정릉 시민아파트와 스카이아파트/자료=국민대 교사자료위원회]
하지만 졸속행정과 부실공사로 인해 1970년 4월 8일 마포구의 서강 시민아파트(와우아파트)가 붕괴되면서 시민아파트 건설에 대한 비판이 거세졌고, 시는 시민아파트 전수에 대한 안전진단을 거쳐 1970년대 초 연차적으로 철거를 추진했으며, 정릉 시민아파트는 1976년과 1985년 2회에 걸쳐 9개 동(450가구)가 모두 철거됐다. 정릉 시민아파트가 주목되는 이유는 그것이 개인건설업자들의 아파트 건설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1960년대 본격적으로 시작된 아파트의 건설은 주택공사나 지자체의 주도로 건설되었지만 이러한 추세를 타고 개인건설업자들도 아파트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스카이아파트도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1969년 개인건설업자가 지은 아파트였다. 그 위치도 정릉 시민아파트와 바로 인접한 곳에 터를 잡았다. 정릉3동 배밭골 산비탈에 자리 잡고 있는 스카이아파트는 1969년을 시작으로 총 5개 동, 136가구가 지어졌다. 각 동은 동시에 지어진 것이 아니라 한 동씩 순차적으로 지어졌고, 각 동이 건설된 순서는 6동을 시작으로 1·3·7·5동이며, 2동과 4동은 지어지지 않았다.
47년 된 정릉 스카이아파트 역사 속으로
스카이아파트는 주변 풍광을 아우르는 배밭골의 랜드마크였다. 그러나 세월의 풍파는 이겨낼 수 없었다. 건축된 지 36년 만인 2005년 정릉3구역 재개발 지구로 사업 승인을 받았으나 당시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주택 경기가 악화돼 서울시가 스카이아파트를 자연경관지구로 지정, 고도제한 규제까지 받게 되면서 사업이 흐지부지됐다. 설상가상으로 2008년 스카이아파트는 안전진단에서 국가에서 지정하는 재난위험 최하등급인 E등급을 받으면서 전체 5개 동 가운데 붕괴 위험이 절박한 1개 동이 철거되기에 이르렀다.
정릉3구역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면서 스카이아파트는 일찍이 투기의 대상이 됨으로써 빠른 속도로 집값이 올랐다. 개발의 이익을 노린 외지인들은 발 빠르게 집을 사들여 2008년에는 이미 많은 집이 팔린 상태였고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대부분은 세입자들이었다. 스카이아파트가 재난위험시설로 지정되면서 아파트를 담보로 한 대출이 중단되고 재산권 행사도 막혀 거주민들은 붕괴의 공포 속에 꼼짝 없이 발이 묶이게 됐다.
[정릉 스카이아파트 전경/자료=서울시]
마침내 지난해 6월, 정릉 스카이아파트 부지가 공동주택지구로 지정되면서 재난위험시설 해소가 급물살을 타게 되었고, 오랜 산고 끝에 2016년 9월 주민 전원 이주가 완료됐다. 1969년 준공 이후 47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안전에 노심초사했던 스카이아파트는 지난해 12월 철거를 시작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철거가 완료된 스카이아파트 부지에는 대학생·신혼부부 등을 위한 170여 가구 규모의 행복주택이 건립될 예정이다. 행복주택은 올 상반기 사업계획 승인을 받고 본격 착공에 들어가 내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진행된다.
정유승 주택건축국장은 “정릉 스카이아파트는 자력으로 위험 해소가 어려웠던 재난위험시설의 안전을 확보하고, 대학생·신혼부부 등을 위한 행복주택 건설을 통해 주거복지를 실현했다는 점에서 향후 다른 재난위험시설 정비사업에 모범이 될 것”라며 “행복주택 건립에 따라 도시미관 증진과 재난위험을 해소하며, 도심과 고려대·국민대·상명대학교 등이 가까워 젊은 층의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